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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조선풍토가집'에 비친 1936년 조선










 




“소나무 숲 사이에 핀 잔잔한 들국화 한 송이 꺾어 내려오는 쓸쓸한 저녁”-牟田口龜代-
“북한산 산마루에 흰 구름 비추니 오늘은 맑겠구나” -久保靜湖-

위 노래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이치야마(市山盛雄) 씨가 펴낸 <조선풍토가집>에 나오는 일본의 단가(短歌)이다. 이 노래집에는 816명이 조선을 다녀가면서 읊은 노래들이 실려 있는데 온돌, 한약방, 주막, 고려자기, 무녀, 기생, 양반, 조선요리와 같은 조선의 풍속에 관련된 노래가 있는가 하면 쑥, 무궁화, 소나무, 작약, 조선인삼 같은 식물류와 까치, 학, 매, 뻐꾸기, 호랑이 같은 동물류도 노래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땅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바를 노래로 기록해두고 있다.

“내가 조선을 회고하건대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맑고 투명한 하늘의 아름다움이다. 그 중에서도 남선(조선을 남북으로 볼 때 남쪽)의 하늘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빛이다.”라고 와카야마(若山喜志子) 씨는 서문에서 조선에 대한 인상을 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의 매력에 빠져 여러 번 조선 땅을 밟았다는 사람도 있다. 1936년이라면 조선이 일본에 의해 강제병합 된 지 26년째로 조선 민중은 희망을 잃고 참담한 삶을 살고 있을 때이다. 교통도 지금 같지 않던 시절 조선국토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조선의 풍광을 노래할 수 있었다면 그들은 식민지 관리들이거나 그 가족들이었을 것이다.

<조선풍토가집>은 사진이 흔치 않던 시절이라 그림으로 풍속을 나타내거나 글로 조선의 방방곡곡을 노래했기 때문에 지금은 사라진 옛 풍속을 더러 엿볼 수 있어 흥미롭기는 하나 식민지 가해국의 걱정 없는 유식자들이 그려낸 조선의 모습은 어쩐지 인간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들 나름의 음풍농월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식민지 피해국 사람들의 삶을 좀 더 들여다보고 읊은 노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애시당초 그런 의식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인간냄새 나는 조선의 노래”는 무리였을지 모른다.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표기했습니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