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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연말연시에 볼 수 있는 일본의 장식문화













 






 

 



연말연시에 볼 수 있는 일본의 장식문화


                                                            

12월도 슬슬 중반이 넘어 월말로 접어드는 이때쯤 일본에서는 신년맞이 각종 집안 장식품들을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장식품이라고는 했지만 크리스마스 장식품 같은 것은 아니고 달리 말하면 부적에 가까운 것이라고 하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한국에서는 요즈음 ‘부적’이라고 하면 악귀를 쫓으려고 몸에 지니거나 집안에 붙여두는 것쯤으로 알지만 일본의 신년 맞이용 장식품들은 거의 악귀를 쫓거나 신령을 맞이하고 복을 빌기 위한 매개체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카도마츠(門松)”이다. 카도마츠란 ‘문송(門松)’이라는 한자에서 보듯이 대문 앞에 세워두는 소나무 가지를 말한다. 예전에는 나뭇가지 끝(木の梢, 고즈에)에 신(神)이 머무른다고 믿었기에, 문 앞에 소나무가지를 세워두는 것은 바로 신을 맞이한다는 뜻이 있다.

일본사람들은 정초 집 앞에 소나무가지를 세워두는 일을 아주 소중히 여겼는데 정초에 신을 맞이하지 않으면 그 한해는 불행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신을 맞이하는 매개체로 쓰이는 것은 소나무 가지 말고도 사카키나 동백 같은 상록수가 쓰이지만 지금은 거의 소나무만 쓴다. 헤이안시대(794-1185) 말기부터 카도마츠는 정월에 없어서는 안 될 풍속으로 자리 잡았는데 가마쿠라(1185-1333)시대부터 대나무도 함께 장식물로 쓰이기 시작했다.

카도마츠와 더불어 “시메카자리(注連飾り)”도 정초에 빼놓을 수 없는 부적이다. 카도마츠는 대문 앞에 세워두는 것이지만 시메카자리는 우리네 복조리 달듯이 대문에 달아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들은 대개 12월 30일 이전에 장식을 마쳐야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다가 31일 날 장식을 하면 “이치야카자리(一夜飾り)”라고 해서 정성이 부족하여 들어올 복이 적게 들어온다고 믿었기에 보통 12월 30일 이전에 장식을 마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신을 부르는 장식품들은 연말에 장식해서 연초인 1월 6일 저녁에 모두 치워야 한다. 이세(伊勢) 지방 같은 곳은 시메카자리를 일 년 열두 달 장식해두는 집도 있지만 보통은 1월 7일 곧 나나쿠사(七草) 이전에 치운다. 카도마츠와 시메카자리말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장식물은 “카가미모치(鏡餠)”이다. 말 그대로 “거울떡”인데 예전 거울은 청동으로 된 둥근 모습으로 천황가 삼종의 신기(神器)였다. 따라서 예전에는 둥근 청동 거울만 한 떡을 만들어 신에게 바쳤겠지만 오늘날 카가미모치는 찹쌀떡 두 개를 눈사람처럼 포개 놓은 모습이다.

일본은 명치정부(1868-1912)의 “서양 따라 배우기(追いつき追い越せ)” 구호 아래서 많은 전통 풍습이 사라졌지만 신을 부르는 카도마츠나 풍년과 장수를 기원하는 시메카자리, 카가미모치 따위의 풍습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어 연말과 연시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