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122. 아라시야마의 현관 도월교와 한국계 도창스님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으로 유명한 교토 서부 아라시야마 들머리(입구)에 있는 도월교(渡月橋, 도게츠다리)를 찾은 것은 그제 점심 무렵이었다.(2012년 1월 16일) 3박 4일 답사 여정의 마지막 코스인 도월교 부근 주차장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버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관광철도 아닌 1월에 이 정도면 벚꽃이나 단풍철에는 몰려드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인가 짐작이 갈 만하다.


도월교가 놓인 가츠라강 하류는 강이라기보다는 큰 냇물 같은 느낌의 아담한 크기였는데 상류 쪽은 물을 가둔 보(洑)가 있어 제법 강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리 길이 250m인 도월교는 건너편 표고(標高) 375m의 아라시야마(嵐山)의 단풍과 벚꽃이 아름다워 예부터 시인 묵객과 귀족들이 넘나들던 다리다.

특히 다리이름은 가메야마왕(龜山天皇)이 이곳에 놀러 와서 물에 비친 달빛이 고와 도월교라고 붙였다고 하는데 그간 전란과 홍수 등으로 불타거나 유실되기도 하여 그때마다 새로 놓았다. 현재 다리는 1934년에 콘크리트로 기초를 다지고 나무로 난간을 만든 것으로 아라시야마의 정취와 조화를 맞추어 전체적으로 나무다리의 느낌이 들도록 설계되어있다.


 <교토 도월교(도케츠다리)>

답사단이 도월교를 찾은 까닭은 이 다리를 맨 처음 놓은 사람이 한국계인 도창스님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유서 깊은 도월교를 맨 처음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이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지만 우리가 이 다리를 걷는 감회는 다르다.

도창스님(道昌僧正, 798-875)은 속성이 하타(秦氏)로 하타 씨는 한반도계 출신이다. 스님은 헤이안 초기(平安初期)인 836년 이 강에 오오이(大堰) 저수지를 만들고 다리를 놓았다. 당시 다리는 현재의 도월교보다 200m쯤 상류에 있었으며 당시에는 법륜사교(法輪寺橋)라고 불렸는데 다리 난간에 붉은 칠이 칠해져 천룡사 십경(天龍寺十景)에 꼽힐 만큼 아름다웠다.

≪야마시로풍토기(山城風土記)≫에 따르면 “하타 씨들은 가츠라가와 유역을 지배하면서 제방을 쌓고 다리를 놓아 이 일대의 홍수조절을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도창스님이 놓은 이 다리는 13살 되는 어린이들이 법륜사 참배를 마치고 도월교를 건너면 장차 액운을 없애고 지혜를 얻는다는 속설이 있어 ‘13살 다리 건너기’ 행사로 남아 있다. 이때 다리를 다 건너기 전에 돌아보면 효험이 없다는 이야기가 재미나다. 봄에는 3월 13일부터 1달간 가을에는 10월부터 1달간 치른다.

아담한 산 아라시야마를 배경으로 천여 년의 물줄기가 쉬지 않고 흐르는 도월교를 건너면서 나는 최고 승정 자리에 올라 일본 불교계에 우뚝선 도창스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고대 일본땅에는 그 유명한 행기 스님을 비롯하여 한반도 출신 스님들이 다리공사를 비롯한 토목 공사에 많은 힘을 쏟아 부은 역사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교토 서부 아라시야마의 현관인 도월교도 그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