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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동양 속의 서양 '일본의 명절"









"한·중·일"이라는 말로 우리는 동양 3국을 곧잘 말한다. 생김새도 닮은데다가 생활습관이나 먹거리 따위가 서양과는 사뭇 달라 이들 국가와는 가까운 형제의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설날이나 한가위 따위의 명절 때만 되면 일본은 동양에서 벗 어나 “서양사람”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명절을 한국이나 중국같이 음력으로 쇠지 않기 때문이다.

음력 설은 한국, 중국은 물론이고 화교권 나라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등 대다수 나라가 음력설을 쇠는데 견주어 일본은 양력설을 따르고 있어 지난 양력 1월 1일이 설날이었다. 양력설은 그렇다 치더라도 보름달이 탐스러운 한가위를 양력 8월 15일로 쇠고 있어 우리네 정서와는 사뭇 다른 명절 분위기다.

오카다(岡田義朗)씨의 ≪달력으로 보는 일본인의 지혜≫ 에 보면 일본이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72년(명치 5년) 12월 10일부터라고 한다. 양력 실시일이 1월 1일이 아니고 12월 10일인 것은 음력으로 이해에 윤달이 끼어 있어 공무원 월급을 13개월치를 줘야 해서 부득불 12월 10일부터 양력으로 확 바꾸었다고 하니 명치정부의 기민성이 놀랍기만 하다.

명치유신(1868)은 부국강병을 내세워 일본근대화를 꾀한 일대 변혁의 사건으로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쓰는 일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을 ‘서양 따라잡고 배우기’에 전심전력하던 때였다. 오죽하면 “오이코시 오이코세(追越し,追越せ)” 곧 "서양따라잡기"라는 구호를 내세웠을까 싶다.

따라잡을 바에야 확실히 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양의 달력을 받아들이면서 음력으로 계산해봐야 하는 설명절이 거추장스러웠을 것이다. 바쁜데 설이고 대보름, 한가위를 챙길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서양에서 배운 것은 오로지 팽창 일로에 있던 식민주의 건설 본보기(모델)로 이를 들여와 동양에서 흉내 내보는 것이 지상 목표였던 시절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얼마이며 그 때문에 아시아 여러 나라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또 얼마였던가!

모양새는 동양인이면서 설과 한가위 따위는 일찌감치 서양을 본보기로 탈바꿈해버린 동양의 일본이 명절날만 되면 왠지 낯설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표기했습니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