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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일본 꽃꽂이 '이케바나'의 향기를 찾아서
















 



 




                               
사가성혼마루역사관(佐賀城本丸歷史館)을 찾아가던 날은 볼을 스치는 2월의 바람이 아직 쌀쌀했다. 후쿠오카 옆 도시 사가현은 일본열도의 남쪽 지방이라고는 해도 겨울은 겨울이었다. 조용한 중소도시의 한적함이 한눈에 느껴지는 사가 시내는 자동차들의 속도도 느리고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그다지 바쁘지 않다. 사무라이 시절 성주가 살던 사가성(佐賀城)은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조선시대 원님이 살던 곳에 해당하는 곳이다.  

지금은 새로 말끔하게 단장하여 역사자료관으로 쓰는 사가성의 본관 건물 안에는 때마침 꽃꽂이 전시회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일본에서는 사철 꽃꽂이 전시회가 열리지만 특히 1월과 2월에는 신년 축하 의식으로 이르는 곳마다 꽃꽂이 전시회가 한창이다.

흔히 이케바나(いけばな, 生け花、活花、揷花)라고 불리는 일본의 꽃꽂이는 다른 말로는 카도(かどう,華道, 花道)라고 한다. 일본말로 ‘카도(華道)’라고 부를 때에는 꽃꽂이보다는 넓은 범위로 ‘구도(求道)’의 냄새를 풍긴다. 이케바나에는 여러 유파(流派)가 있으며 양식이나 기법 따위가 유파별로 각양각색이다.

일본 이케바나의 유래는 불교에서 꽃을 바치는 공화(供花)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으며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 수필집인 마쿠라노소오시(枕草子) 같은 책에도 꽃꽂이 이야기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일본의 꽃꽂이 역사도 만만치 않다. 당시에는 꽃꽂이용 화기(花器)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후대에 꽃꽂이용 그릇이 등장하게 된다.

이른바 화도(華道)의 확립시기는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1336-1573)로 교토 육각당(六角堂) 승려에 의해서이다. 당시 승려들은 대대로 연못 근처에 살았기에 연못을 가리키는 ‘이케(池)’와 승려를 가리키는 ‘보우(坊)’ 곧 이케노보우라고 했는데, 이는 후대에 꽃꽂이의 한 유파를 이루게 된다.

그러던 것이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에 이르면 상류층과 무사계급으로까지 확산하고 이어서 서민들에게까지 널리 퍼지게 된다. 또한, 명치초기에는 일본의 문화가 유럽으로 널리 소개되는 기회를 맞이하는데 이때 이케바나(ikebana)도 유럽에 소개된다.

학문의 신을 모시는 후쿠오카 텐만궁(天滿宮)의 이케바나 전시회와 사가역사관에서 만난 2월의 꽃꽂이 전시회에는 새해를 축하하는 신선한 소재들이 많이 선보였는데 바라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지는 전시회였다. 특히 연초록의 산뜻한 기모노 차림으로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다카야나기(高柳希三子)씨와 이케바나 선생인 다케토미 (武富重子)씨는 필자를 위해 사가현 ‘초월회(草月會)’ 꽃꽂이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초월회 회원들의 꽃 사랑 마음을 새기며 초월회의 발전을 빈다.
 
 

이 글은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에 2012년 3월 21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