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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일본인은 왜 한국 김을 좋아하나?









일본인은 왜 한국 김을 좋아하나?


 































                               

일본사람도 김을 먹는다. 그러나 한국처럼 고소한 참기름을 발라 구워 먹진 않는다. 윤기가 반질반질한 햇김에 갓 짠 참기름(예전에는 들기름을 많이 썼지만)을 골고루 바르고 맛소금을 살짝 뿌려 석쇠에 얹어 가마솥에 불 땐 아궁이 앉아 살짝쿵 살짝쿵 구워내면 이것이야말로 밥도둑이다. 그 고소한 향내가 부엌을 넘어 마당을 쓸던 할아버지 코를 자극하여 “흠흠, 고놈 맛나겠구나”하던 기억이 새롭다.

고마아부라(胡麻油、ごまあぶら)는 우리말로 참기름이다. 이 고소한 참기름을 일본에서는 음식에 거의 쓰지 않는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참기름이 들어가는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참기름이 들어가는 한국 음식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 김구이 말고도 참기름을 쓰는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은 나물이다. 날마다 밥상에 오르는 콩나물부터,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숙주, 비듬나물, 냉이, 달래, 씀바귀, 깻잎 무침 등 한국인은 들과 밭 또는 산에서 나는 식물은 못 먹는 것을 빼고는 거의 다 나물로 무쳐 먹을 정도로 나물을 좋아한다.

이러한 나물은 살짝 데쳐낸 뒤 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 같은 갖은 양념을 넣어 무치면 그 맛이 일품이다. 그러나 일본요리엔 나물이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마늘, 참기름, 깨소금 같은 기본양념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시금치 같은 나물을 먹는다 해도 살짝 데쳐낸 뒤 일본간장을 조금 뿌려 먹는 게 고작이다.
아타미에 있는 일본인 친구집에서의 일이다. 내가 한국식 김밥을 만들어 주었더니 이웃집 사람들도 부르고 싶다 하여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는데 이때 이웃집 사람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코를 벌름거리며 “음... 집안 가득 한국의 향기가 난다.”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밥에 쓴 참기름 향기를 두고 한 말이었다. 나는 그때 비로소 일본인 부엌에 참기름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보니 향기롭고 고소한 한국산 김구이를 한번 먹어보고는 반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볶음요리가 주류를 이루므로 일찍부터 기름류가 발달했지만 한국이나 일본 음식에서 기름은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각종 나물이나 김구이 같은 한국 음식에는 참기름이 필수지만 나물을 먹지 않는 일본에서는 참기름의 쓰임새가 거의 없다.

참깨는 인류가 기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최초의 식물로 인더스문명에서는 일찍부터 재배를 시작했다. 고마아부라(참기름)를 남인도 드라비다족의 말로는 ‘엔네’또는‘엔나’라고 하며 참깨는 ‘에루’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교토부 오오야마자키마을(京都府 大山崎町) 주변에서 들깨를 심어 기름을 짜낸 것이 최초로 식용이라기보다는 등화용(燈火用)이었다. 그러던 것이 중세시대에는 나타네유(菜種油, なたねゆ)가 등장하였는데 오늘날의 식용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혹시 일본인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망설이는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참기름 바른 김을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한국산 김치도 좋아하지만 참기름의 고소한 향을 기억하는 일본인들에게 김구이는 선물로 그만이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