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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일본의 이지메(왕따), 부등교(不登校), 묻지마살인









 




일본 친구로부터 부등교(후토코우, 不登校)에 관한 책을 선물 받은 지도 벌써 10년하고도 4년이 지났다. 그때 나는 도쿄에 있었고 친구는 출판사 편집 일을 하고 있어서 새 책이 나오는 대로 나에게 선물했었다. 뿐만 아니라 왕따(이지메) 따위에 관한 책도 한보따리 선물했는데 나는 오오츠카의 눅진 자취방에서 이런 책들을 읽으며 일본사회의 그늘진 구석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일본말 이지메(いじめ)는 우리말로 ‘왕따’에 해당되며 그 역사는 오래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을 일본에서는 ‘교내폭력(校內暴力)이라 부르는데 일본 TBS방송에서 이를 주제로 한 드라마를 1979년부터 제작할 만큼(3年B組金八先生) 왕따와 학교폭력은 오랫동안 일본사회의 큰 관심거리였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또한 부등교(不登校)라는 말도 흔한 말로 학교가기를 거부하는 아동들이 늘어가고 있는가하면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 문제도 심각하다.

이러한 일들이 이웃나라 일이려니 여기고 있었더니 ‘부등교(不登校)’를 빼놓고는  한국사회도 이제 청소년들의 왕따,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은둔형외톨이나 사회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휘두르는 ‘묻지마살인’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어 길거리에 나서기가 무섭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대낮 도심 한 복판에서 칼을 휘두르는가 하면 대항력이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초등학교에 몰래 들어가 아이들에게 칼부림을 하여 일본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곤 하는 일들이 최근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바로 추석 연휴인 엊그제 경북 칠곡에서 묻지마 칼부림으로 여대생이 희생당했다는 뉴스를 들은 이웃 아주머니는 아직도 무섭다고 했다.


“따르릉 벨소리가 들려 올 때마다 선생님이 날 데리러 우리집에 온다는 소리 같아 두려웠어요.” 5년간 부등교(不登校) 상태에서 우여곡절 끝에 새 삶을 살게 된 이야기인 <자줏빛 하늘을 보았다(あかね色の空をみたよ)>에는 주인공이 겪은 학교와 담임선생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마이니치신문 10월 1일자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조사에서 초중고교 대상으로 실시한 왕따와 학교폭력은 올해 4월 이후 ‘생명이나 신체 위협에 해당하는 폭력’이 약 250건이 보고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과격한 학교폭력 말고 왕따와 같은 수준은 75,000건으로 1년 전의 70,000건에 비해 반년 사이에 5,000건이나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다.

속수무책으로 늘어가는 왕따와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것이 일본사회의 고민이다. 특히 작년 10월 친구로부터 심한 왕따와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오츠시(大津市)의 중학생(13살, 남) 자살사건을 두고 학교 측의 불충분한 대응이라는 여론이 빗발치는 등 연일 매스컴이 대서특필 할 만큼 일본사회는 왕따와 학교폭력, 묻지마 살인으로 지금 신음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왕따, 학교폭력 같은 고질적인 병폐에 대한 뾰족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어려운 숙제에 노출된 것은 비단 일본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사회도 여기서 이제 자유롭지 않다. 아니 갈수록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사회도 왕따, 학교폭력, 부등교(不登校), 묻지마 살인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한 때이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59y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