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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일본 오뎅의 역사는 676년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포장마차 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표준말 어묵) 한 그릇은 추운 몸을 녹이기에 그만이다. 겨울이 되면 필자는 일본에서 먹었던 오뎅이 생각난다.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간장이나 소금 간을 해서 먹는 일본음식을 몇 끼니 먹어 본 사람은 누구나 한국의 매콤한 음식을 그리워한다.

닝닝했던 일본 음식 가운데 가장 맛나게 먹은 음식이 바로 이 오뎅이다. 한국에도 오뎅을 팔고 있는데 대개 포장마차 수준으로 맛이 천편일률적이지만 일본의 오뎅은 ‘오뎅정식’으로 꽤 괜찮은 식당에서도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와세다대학에서 만난 케이코 씨는 겨울만 되면 자신의 집으로 나를 불러 정성스런 오뎅 요리를 대접했는데 안타깝게도 몇 해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비교음식문화연구가인 아라이요시미(新井由己) 씨가 지은 《일본 전국 오뎅 이야기(日本全おでん物語)》에 따르면 오뎅의 출현은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1336~1573)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뎅가쿠(田樂)를 궁녀들은 오뎅(御田)이라 불렀는데 뎅가쿠는 꼬치에 낀 야키뎅가쿠(燒き田樂)와 꼬치에 끼지 않고 끓여낸 니코미뎅가쿠(煮み田樂)두 가지였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에서 말하는 오뎅은 꼬치에 끼지 않은 일반적인 오뎅을 말하며 한국말로 꼬치구이에 해당하는 것은 “야키뎅가쿠”라고 부른다.

오뎅의 재료는 각 집안과 지역 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인 것은 곤부(다시마) 또는 가츠오부시(가다랑어)에 무, 곤약, 치쿠와, 삶은 달걀을 넣고 맛이 우러나도록 푹 끓여내는데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이때 간사이(오사카)지방은 그 맛이 옅고 간토(도쿄)지방은 약간 진한 맛이 특징이다. 그러나 간사이 지방 출신들이 대거 도쿄로 진출하다보니 옅은 맛의 오뎅과 진한 맛의 오뎅이 섞여 버리고 말아 지역적 특징을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다.

일본 음식 오뎅이 한국에 들어 온 것은 아무래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부터로 봐야 할 것이다. 1935년 2월 17일자 동아일보의 “내외주점, 선술집, 오뎅집의 새벽 1시 이후 영업 금지”라는 기사가 있는 것을 보아 당시에는 길거리에서 파는 오뎅이 아니라 일본처럼 오뎅집이 있었던 듯하다.

지금으로부터 676년 전 무로마치시대의 음식인 일본의 오뎅은 한국은 물론 중국, 태국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재미난 것은 상해에서는 오뎅을 “熬点”이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촌 시대에 이제 음식은 국경이 없어 진 듯 한국의 종로 거리에서도 포장마차에 앉아 뜨끈한 오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겨울이 되면 내게 맛있는 일본식 오뎅을 대접하고자 부산을 떨던 게이코 씨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