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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일본인은 한 해 몇장의 연하장을 쓰나?




































 

 

“일본인들은 11월만 되면 모두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연하장을 쓴다.”고 일본에 있을 때 나는 친구에게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백여 장 이상, 평범한 사람이라도 적게는 십여 통, 많게는 수십 통 씩 쓰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 본 적이 있다. 대답이 재미나다. 그만 보내고 싶지만 상대가 보내니까 어쩔 수 없이 보내고 있다는 고백을 살짝 귀에 대고 하던 친구들 모습이 떠오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는 한국인들에게 “유소식이 희소식”인 일본인들의 연하장 풍습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연하장을 주고받지만 본인의 글씨가 아닌 규격화된 연하장을 보내거나 대필을 시킨 듯한 연하장은 별로 인기가 없다. 일본인들의 연하장은 반드시 자신의 빛깔로 자신의 향기를 담아 보낸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연하장은 대개 연하엽서를 이용하는데 판에 박힌 우체국 엽서가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엽서를 만들어 보내는 것이 일본 연하장의 묘미다. 자녀가 결혼을 했으면 결혼사진을, 아기가 태어나면 방긋 웃는 아기사진을, 파리여행을 했으면 에펠탑 아래서 찍은 사진 등을 엽서에 아로 새겨 마치 ‘저희는 한해를 이렇게 살았습니다.’는 마음을 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더 재미난 것은 평소에는 별로 연락을 안 하다가 1년에 한번 연하장으로 안부를 묻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연하장친구(年賀狀友)라고 할 만큼 스마트폰이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일본의 연하장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연하장은 대관절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일본 <위키피디어> 사전에서는 연하장의 기원을 나라시대(奈良時代,710-794)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는 궁궐 귀족들 사이의 안부편지로 오늘날 연하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설득력 있는 설명은 1871년 명치유신 뒤 우편제도가 확립되면서 연하장이 편지로 이용되었다는 기록이다. 그러나 당시에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1873년 우편엽서 발행을 계기로 신년 인사를 간략하면서도 값싸게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전 국민의 연중행사처럼 정착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연하엽서 아래에 복권 번호가 새겨져 있어 당첨되면 텔레비전이라든지 우표 같은 다양한 상품이 주어지는 데 필자도 3등인가에 당첨되어 우표 몇 장을 받은 적이 있다. 연하엽서에 복권번호를 새겨 넣기 시작한 것은 1956년의 일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의 발달로 점점 편지나 연하장 같은 것을 받아 보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럼에도 한해를 돌아보며 연하장을 받을 친구나, 동료, 스승과 이웃의 얼굴을 떠 올리며 인쇄된 활자체의 연하장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로 연하장을 정성껏 꾸며 주고받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12월만 되면 떠오른다. 물론 일본도 문자메시지나 누리편지(이메일)로 때우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일본에서 연하장은 하나의 문화요, 풍습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