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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에 일본어 찌꺼기 수두룩…학계 충격

문화계, "국어사전 불태우고 다시 만들자" 제안

[그린경제=김영조 문화전문기자]  1999109일 한글날, 언론은 국립국어연구원(국어원의 전신) 1992년부터 심혈을 기울인 끝에 드디어 표준국어대사전은 드디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 사전은 국비와 발행처인 두산동아의 투자비를 합쳐 112억 원을 들인 것으로 나라가 직접 국어사전을 펴낸 것은 처음이었다. 전체 쪽수는 무려 7,300여 쪽에 달해 보통 4,00여 쪽인 기존 국어대사전보다 무려 곱절 가까이 되었다. 펴내는 데는 박사 과정 수료 이상의 국어학 전공자가 200여명이 참여하여 집필과 교열을 맡았고, 전문어는 따로 120여 명의 해당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았다.  


당시 국립국어연구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을 펴내면서 자랑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가장 두르러진 특징은 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 외래어표기법 등 현행 어문규정에 정해진 원칙을 구체적인 단어 하나하나에 적용해 사전을 찾는 사람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했다. 또 한민족 언어 동질성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어 7만 개를 실었고, 5,000만 어절 분량의 자료를 입수해 그동안 국어사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부족한 예문을 해소했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저 큰소리처럼 표준국어대사전은 완벽할까? 나라와 겨레의 말글생활, 그 뿌리가 되는 국어대사전이다. 그저 민간 출판사가 펴내는 것과 달린 국가기관이 펴낸 국어사전이야말로 대한민국 언어의 규범일 터이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에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을 불태우자.”고 오치는 이가 있다. 바로 일본어를 전공하고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던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이 바로 그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말글생활의 바탕이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은 정확히 말해 일본사전의 짝퉁이다. 나는 일본어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일본어대사전들과 표준국어대사전을 같이 보면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일본대사전을 보고 표준국어대사전을 들여다보면 그대로 베꼈음 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우리 민족의 말글생활에 쓸모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악을 끼친다는 생각에 불태우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동장군>이란 낱말이 있다. 국어사전에서 보면 동장군=겨울장군이란다. 그런 풀이는 국어학자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 적어도 대사전이라면 그 말밑(어원)이 무엇인지 밝혀줄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영국기자가 말한 ‘general frost’를 일본에서 번역한 것을 그대로 들여왔다. 따라서 일본사전엔 그런 말밑이 자세히 실려 있다. 하지만, 그저 동장군이라고만 얼버무리는 것이 국어대사전이 취할 태도인가?  


또 꽃의 풀이들을 보면 육수화서, 총상화서, 원추화서로 핀단다. 도대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어떤 이는 말한다. 꽃에 육수를 주어 기르나, 아니면 총상을 입은 꽃인가? 이게 사전 풀이라니 기막힐 따름이다. 차라리 시인이나 아이를 가진 엄마들에게 표현하라고 해서 그걸 국어사전에 올리면 좋을 일 아니던가?” 


그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흥분한다. 세계 최고의 글자를 가진 나라의 그것도 나라가 만든 국어사전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것이 되어서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이다. 국민의례, 국위선양, 서정쇄신 등은 적어도 일제강점기 조선 식민지 지배와 관련 있는 말이어서 절대로 써서는 안 될 말인데도 국어사전이 이를 분명히 해주지 않음으로서 아직도 아무렇지 않게 쓰는 현상도 개탄한다. 


일본말인데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말밑을 밝혀놓지 않은 말들은 무수히 많다. 일본에서 천민들이 사는 마을을 가리키는 부락은 물론 간질발작을 뜻하는 뗑깡, 신사참배에서 나온 참배와 호우, 혜존 등은 2년 여 전에 나온 그의 책 사쿠라 훈민정음에서 이미 지적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부락=천민집단이 사는 마을이라고 짚어놓으면 자신의 마을 들머리에 부락이라는 돌비석을 세울 사람이 있을까?  


그는 이를 어떻게든 바로잡기 위해 국립국어원장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들 가운데 일본에 어원을 둔 말은 분명히 짚어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산타령이 나왔다. 나라의 뿌리인 말글정책에서 예산타령이라니 기가 막혔다. 그래서 그는 자원봉사를 하겠노라고 제안했는데 그 뒤 묵묵부답이었다고 고발한다. 


어떤 이는 말한다. 역사에서도 식민사학자들이 망쳐놓았듯이 국어도 식민언어학자들이 망쳐놓았다고 말이다. 실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이는 큰 일이 아닌가?  


일제강점기 때부터 어쭙잖은 지식인들이 마구 일본어나 영어를 들여와 썼고, 이런 행위가 마치 지식인의 특권인양 성행했다. 그를 일반 국민은 아무 저항 없이 써온 것인데 이를 바로잡아야할 국가기관이 표준국어대사전을 왜곡해서 내놓음으로써 오히려 부채질을 하고 만 것은 아닐까? 


이윤옥 소장은 최근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하는 원고를 마감하고 출판사에 넘겼다. 머지않아 그 결실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이제 본지는 그 글들을 연재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을 새롭게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 민족의 올바른 말글생활에 굄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