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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가 일본말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26)]

 [그린경제 = 이윤옥 문화전문기자]  "대두" 새송이 버섯 된장 볶음 만드는 법
1 대두는 깨끗이 씻은 후 물을 넉넉하게 붓고 하룻밤 불린다.
2 새송이 버섯은 반 자른 뒤 1.5㎝ 크기로 썰고, 대파는 4㎝ 길이로 토막 낸 다음 채 썬다.
3 미소(일본 된장)는 체에 한 번 거르고 분량의 볶음 양념 재료와 합한다.
4 냄비에 대두를 넣고 충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푹 삶는다. -다음- 

설탕도 변변하게 없던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까만 콩장은 참으로 꿀맛이었다. 그러나 요즘 애들은 갖은 양념을 해서 만든 콩자반도 잘 먹질 않는다. 그래서 '대두 새송이버섯 요리' 같은 것이 등장 한 것일까? 위 예문의 콩 요리 방법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제는 그 대두에 일본된장 미소까지 넣어 먹는단다. 그러다가 일본 사람 될라?

   
▲ 메주콩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대두(大豆) : 콩. 콩으로 순화’ 하라고 되어 있다. 대두라는 한자말을 피하고 우리말 콩이라는 말로 순화하라는 말은 좋은 지적이다. 그러나 콩을 뜻하는 대두를 일본말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 말은 일찍이 조선시대에도 널리 쓰던 말이다.

 세종실록 19권(1422년 11월 22일)에 “호조에서 계하기를, 헌릉(獻陵) 길가에 밟아서 손해를 입힌 밭은 한 짐[一卜]되는 땅에 콩[大豆] 서 되[三升]씩 물어주기를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건 너무 적지 않으냐. 한 짐에 서 되라는 것은 어떻게 계산하는 것이냐.(乙亥/視事。 戶曹啓: “獻陵道傍踏損田每一卜, 請給大豆三升。” 上曰: “無乃小耶? 一卜三升, 是何數也?)”

라는 기록을 비롯하여 대두(大豆)의 많은 예문이 보인다. 문제는 대두를 일본말 취급하여 '콩'으로 순화하라고 해놓고서 실제로 콩의 설명은 부실하다.

                일본사전과 한국사전의 <콩>을 도표로 정리해보자.

 

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

일본어대사전<大辞林>

높이

60~100cm

60cm

잎모양

잎은 어긋나고 세 쪽 겹잎

3장의 작은 잎이 복수로 달려 있다

꽃모양

나비모양꽃이 “총상화서”로 핀다

나비모양으로 핀다

원산지

한국,만주,아메리카,아프리카

중국

용도

식용, 기름

풋콩으로 삶아 먹거나, 두부, 된장, 간장 등에 널리 이용된다.

 

   
▲ 나비모양의 앙증 맞은 콩꽃을 한국사전에서는 총상화서로 피는 꽃이라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콩꽃이 “총상화서로 핀다”고 한 것은 과거 일본사전의 답습이다. 이제 일본사전에서는 “총상화서”란 말을 빼고 콩꽃을 ‘나비모양’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여전히 한국사전에서는 “총상화서”라는 말을 쓰고 있다.

또 하나 지적 할 것은 콩의 용도이다. 우리나라는 수천 년 이어져 내려오는 ‘된장’ 말고도, 간장, 청국장, 두부, 콩조림, 콩나물 등 콩을 이용한 요리가 일본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콩의 용도를 겨우 <식용, 기름> 이라고만 써 놓고 있다.

일본사전에는 ‘풋콩으로 삶아 먹거나, 두부, 된장, 간장 등에 널리 이용된다.’ 고 풀이하고 있는데 견주면 빈약하다 못해 초라한 느낌마저 든다. 왜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렇게 빈약한 풀이를 하고 있는지 아쉽다. 앞으로 사전 편찬 때에는 사물의 표현력이 뛰어난 시인 또는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을 불러다 식물 설명을 하게 하면 어떨까?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요즈음은 한 분야에 입문하여 10년만 공부해도 “전문인”이 되는 세상이다. 일본어 공부 35년째인 글쓴이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두렵고 망설여진다. 그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풀어내는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거 좋다”고 하여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라는 부제의 책《사쿠라 훈민정음》을 2010년에 세상에 내어 놓았다. 이 책 반응이 좋아 후속편으로 2편이 곧 나올 예정이다. 내친김에 일반인을 위한 신문연재를 하게 되었다. ‘말글을 잃으면 영혼을 잃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애정을 갖고 이 분야에 정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