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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중량교⋅중지도⋅윤중제, 일본서 유래된 이름

일제 잔재 땅이름과 말밑 풀이 2

[그린경제=반재원 소장]  한자의 경우,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써온 글 일진데 통째로 버린다는 것은 전통문화를 단절시키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또 한글 전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무조건 사대주의자며 심지어 역적 운운하는 주장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으나, 우리가 반드시 우리말로 바꾸어 부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 또 있으니 그것은 일본인들이 일본식으로 지어 놓고 간 사람 이름과 땅 이름들이다.  

일찍이 우리 문화를 섭취했던 일본 땅에는 우리말이 접붙여져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일본 최고의 고전 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는 숫제 우리말로 불린 노래라지만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우리에게는 원래 일본식 사람 이름이나 땅 이름이 없었다.  

그런데 일본식 땅 이름과 사람 이름들이 지금도 버젓이 쓰이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순자, 영자, 숙자, 옥자 등의 사람 이름과 중랑천, 중지도, 윤중제 등의 땅이름들이다. 사람 이름은 그 동안 세월이 흘러 늙어 죽으니 점점 줄어들고, 한편에서는 한글세대 문화권이 형성됨에 따라 순수한 한글 이름이 매년 5만 명씩이나 생겨나고 있으니 앞으로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줄도 모르고 쓰고 있는 일본식 땅이름들이다.  

‘중랑 중학교’의 ‘중랑’은 초대 교장인 민범식 선생이 그 지역을 흐르고 있는 ‘중랑천’의 ‘중랑中浪’을 따서 지은 교명이다. 그 당시에는 몇 개월 동안이나 서울의 지명과 하천 이름을 세심하게 살피고 심사숙고하여 지은 이름이었다. ‘중랑’은 조선 정조 때의 ‘중랑포계(中浪浦契)’라고 기록되어 있는 단 하나의 자료이다.  

그러나 한국 땅이름학회 김기빈 부회장과 이형석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원래 ‘량(梁)’은 좁은 물가나 바닷가의 물목이나 돌다리나 또는 물길을 막고 한군데만 터놓아 그곳에 고기 잡는 통발이나 발을 설치했던 곳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훈몽자회에도 량(梁)을 ‘水橋也 水堰也’라고 하여 ‘다리’ ‘물막이’ ‘보’를 뜻하고 있다. ‘량(梁)’은 들보나 다리를 의미하니 우리말의 ‘들’ ‘돌’ ‘달’의 한자 표음이다. 그 좋은 예로 서울 ‘노량’을 ‘노들’로, 이순신의 명량대첩의 ‘명량(鳴梁)’을 ‘울돌’로, 김포의 ‘손량(孫梁)’을 ‘손돌’로 부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경남 거제의 가배량(加背梁)과 칠천량(漆川梁), 경남 사천의 구라량(仇羅梁), 충남 서천의 마량(馬梁), 경남 남해 설천의 노량(露梁) 등의 지명에도 ‘랑(浪)’이라는 단어는 한곳도 찾아볼 수 없다. 중량(中梁)이 우리나라 지도에 중랑(中浪)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일제가 제작한 지도 이후부터이므로 일본식 지명 변경의 잔재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중랑천’은 ‘중량천’으로, ‘중랑 중학교’는 ‘중량 중학교’로 그 명칭이 고쳐져야 할 것이다. 

또 중지도라는 단어를 보자. 중지도(中之島)는 일본말 나카노시마[中之島]를 한자로 적은 한국음으로서 일본 오사카 북쪽 덴마가와[天滿川]와 요도가와[舊淀川]의 하류에 있는 도지마가와[當島川]와 도사보리가와[土佐堀川]의 사이에 생겨난 동서 35㎞의 기다란 섬과 가고시마현에 있는 화산섬, 그리고 시마네현의 도젠[島前]과 도고[島後]사이에 있는 섬의 이름들이다.  

윤중제 역시 일본말 와주우테이[輪中堤]를 한자로 적은 한국음으로서 와주우[輪中]란 에도 시대(江戶時代 : 1603~1867년)에 홍수를 막기 위해 온 마을을 둑으로 둘러쌓아 물막이를 이룬 강의 내리막 어귀에 있는 마을들의 이름이라고 한다. 와주우테이의 ‘테이’는 와주우에 쌓은 둑이란 말로서 우리말의 방죽, 강둑, 방천둑과 비슷한 것이다.  

중지도와 윤중제라는 단어는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여지도>(1861년)나, 신기철, 신용철씨가 지은 1974년도판 <새우리말 큰사전> 등에도 없는 말이며, 1982년판〈우리말 국어사전〉에 처음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지도는 ‘샛섬’이나 ‘사이섬’으로, ‘윤중제’는 ‘방죽’이나 ‘샛강둑’ 등으로 고쳐 불러야 할 것이다. 2세들의 교육 장소인 중랑 중학교, 윤중 초등학교, 윤중 중학교의 이름이 일본말에서 바탕한 것임을 알고서도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무신경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정신상태가 이러니 일본이 우리를 은근히 얕보고 독도를 뺏어 보려는 마음을 내는 것이 아닌가싶다.  

교육기관인 학교의 일본식 이름 하나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독립 기념관의 각종 설비 시설들을 일본제로 치장해 놓고도 태연해 하고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이제라도 고쳐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