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 최미현 기자] 무엇을 보라는 것일까? 기다란 복도 끝자락에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서 담장 안의 정원을 응시한다. 잘잘한 자갈을 깔아둔 그다지 넓지도 크지도 않은 담장 안의 정원을 보려고 일본 전국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 끼여 나도 푹푹 찌는 여름 더위를 삭이고 정원의 돌에게 마음을 던져본다. 무엇을 볼 수 있단 것인지, 무엇을 볼 수 있는 것인지 흐르는 등줄기의 땀만 말없이 흘러내린다.
용안사(龍安寺, 료안지)는 일본 전통정원을 갖춘 절로 유명하다. 다른 볼 것이라고는 거의 없고 대청마루에 질펀하게 앉아 이상야릇한 바위돌과 흰 자갈밭이 전부인 담장 안의 정원을 바라다보는 것이 전부이다. 아무런 사전 상식 없이 용안사를 따라 들어온 관람객의 입장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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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장 안에 15개의 돌이 놓인 석정(石庭)으로 유명한 용안사 정원 |
용안사의 석정(石庭)은 고산수(枯山水)로 말 그대로 물이 없으면서 물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마른 정원으로 유명하다. 이 정원은 선종(禅宗)이 한창 유행했던 무로마치 막부 시대의 호소카와카츠모토(細川勝元) 무장이 1450년에 세운 선사(禪寺)이다. 최전성기 때의 용안사는 21개의 가람을 갖추었으나 현재는 3개의 건물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1780년에 간행된 『도명소도회, 都名所図会』에 지금과 같은 석정(石庭) 보다도 원앙새가 많이 노니는 연못으로 더 알려져 있었다. 그러던 것이 1797년 큰 불이 나 불전 등 주요가람이 타 버렸다. 다행히 그때 타지 않고 남아 있던 서원원(西源院)을 지금의 용안사에 이축하여 현재는 용안사 본당(대웅전)으로 쓰고 있다.
▲ 툇마루에 앉아 담장 안의 정원을 구경하는 사람들
199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용안사는 관람객이 정원을 구경하는 툇마루와 왼쪽의 입구를 제외한 ㄱ자 형태의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동서 30미터, 남북 10미터의 담 안에 흰 모래(白砂, 잘잘한 자갈)를 깔고 15개의 돌을 5・2・3・2・3로 배치해 두었다. 관람객들은 툇마루에 앉아 이 돌과 정원을 바라다보게 되어 있다. 이것들의 의미는 직접 가서 보아야 알 것이다. 교토 방문 예정인 분들은 한번 용안사에 발걸음을 하는 것도 좋을 일이다.
입장료: 500엔
주소: 교토시 우쿄쿠 료안지 , 전화: 075-463-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