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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을 가다

8월15일부터 9월1일 까지 공작사 전시실서 열려

[그린경제 = 최미현 기자]   처서를 앞두어서인지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했다. 하지만 한낮에는 아직도 땡볕에 가마솥 더위가 남아 있는 어제 서대문형무소역사관(관정 박경목)엘 다녀왔다. 제68주년 항일여성독립운동가시화전을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5번 출구로 나가 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옛 형무소 건물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역사관이다.

 붉은 벽돌 안 철창 속에서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 숨져간 선열들의 나라사랑정신을 기억하며 역사관 가장 안쪽 건물인 공작사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이곳 공작사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죄수들을 동원하여 각종 공작물(工作物)을 만들던 곳이다. 이곳이 화려한 조명이 있는 화랑이 아닌지라 어떻게 그림들이 전시 되었나 궁금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림이 전시된 복도는 침침하고 좁았다. 원래 감옥소에 밝고 환한 조명을 할 리가 없을 터였지만 이번 전시회를 위해 주최측에서 제법 조명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하다.

 

   
▲ 여성독립운동가 시화를 보고 있는 관람객

좁은 복도 양 옆에는 30여편의 여성독립운동가 그림이 길게 전시되어 있었다. 시는 여성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의 삶을 추적하여 이윤옥 시인이 지었고 그림은 한국화가 이무성 화백이 맡았는데 붓끝에서 표현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모습이 생생하다.  

이날 전시장에는 평일인데도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와 그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의 헌신적인 삶에 깊은 공감을 하는 모습이었다. 멀리 경남 진주에서 아이의 역사의식을 심어주고자 이곳을 찾은 가족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멀리 진주에서 올라온 최우진(진주 주약초 2)군 가족

최우진(진주 주약초등학교 2학년) 군과 부모님은 작품 하나하나에서 눈을 띄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아들이 어려서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래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아들에게 서대문 형무소를 보여주고 이곳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선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라며 최 군의 어머니 장미옥 씨는 힘주어 말했다.

 이날 기자가 들른 시각에는 특히 일본인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왔다. 특히 일본여자대학 미술사학과 교수인 미즈노료코(水野僚子) 교수 일행은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 여성들이 국난 극복을 위해 참여한 사실이 없는 게 아니라 그간 기록해서 알려주지 않은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오면서 한국인에게 참으로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널리 일본에도 알리겠습니다.” 라며 깊은 관심을 나타내었다.

   
▲ 일본여자대학 미즈노료코 교수 일행

 유감스런 것은 일본어 번역이 되어 있는 시화전도록  《나는여성독립운동가다, 도서출판 얼레빗》라는 책을 전시장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영어, 일본어, 한시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시와 일생이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장에는 이에 대한 소개가 없었고 구매할 방법도 안내되어 있지 않아 외국인들이 그냥 시화전만 보고 나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전시장 안에는 시화와 함께 영어, 일어, 한시 번역본이 있어  외국인들이 시화를 이해 할 수 있었다. 기왕에 만든 도록이라면  역사관 기념품 점에서라도 구입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낮 시간을 이용해 잠시 역사관을 들렀다는 이상직 씨(59살, 여의도동)는 “민족의 수난기에 여성들의 활약상이 제대로 조명이 안 돼 아쉽다. 이윤옥 시인과 이무성 화백이 이러한 분들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에 고개가 수그러든다. 많은 분들이 전시회장을 찾아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 관람객 최숙희 씨

또한 최숙희 씨 (51살, 인천시)는 “같은 여성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관순 열사 외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바쳐 광복을 위해 뛰었다는 사실을 좀 더 널리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 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후텁지근한 좁은 복도였지만 옛 형무소의 기억을 더듬으며 관람객들은 작품 하나 하나에 배어 있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일생을 되돌아 보는 일에 푹 빠져 있는 느낌이었다. “과거를 잊은 민족은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했던가?  68돌을 맞는 광복절도 며칠이 지났지만 그 날의 함성을 되새기는 뜻 깊은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은  9월 1일까지 계속된다.

   
▲ 펼침막 앞에서, 일본에서 온 미즈노료코 교수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시:이윤옥 시인
*전시장: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공작사 전시관
*전시기간:
8월 15일- 9월 1일 
*문의 : 02-360-8590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www.sscmc.or.kr/newhistory/index_culture.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