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 최미현 기자] 한국인들의 공식적인 첫 해외이민은 언제였을까? 그 해답을 들려주는 곳이 있어 다녀왔다. 인천 월미도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이 그곳이다. 이곳은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우리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 하기 위해 인천광역시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다.
“배속에서 배 기름 냄새가 나고 소와 말을 태워서인지 소말 냄새가 나서 구역질이 났어.밥을 먹으라고 빠기가 땡땡이를 치면 다른 사람들은 가서 밥을 가져와 먹는데 나는 구역질로 통 못 먹었지. 남편과 내가 열흘이나 굶고 있으니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 고향에서 삼 말린 것을 가져갔는데 그것을 물과 함께 먹으며 간신히 호놀룰루까지 오니까 머리가 흔들흔들... 호놀룰루 회관에 가니까 큰집인데 시멘탕기에 물이 졸졸 흐르고, 일본인들이 밥을 해서 무쪼가리와 밥을 먹고 있는데 일본 된장 냄새가 어찌나 냄새가 나는지...겨우 남편과 물을 마시고 정신을 차리는데 마우이로 들어가는 배를 타야한다고 해서 배에 오르는데 사람 크기가 팔구척이나 되고 얼굴이 구릿빛인 사람들이 내 손목을 잡아끌어...”
이는 하와이 이민선에 탔던 함하나 할머니의 증언이다. 함하나 할머니는 진사였던 아버지 최선영 씨의 맏딸(최하나)로 양반 출신의 함호용 씨와 혼인하였다. 나라가 어지럽고 살기가 힘들어지자 부부는 하와이 이민에 대한 호의적인 소문을 듣고 1905년 5월 18일 하와이로 향하는 몽고리아호에 올랐다. 불결한 환경의 선실 안에서 멀미와 싸우면서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부부는 다시 마우이로 들어가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겹게 일하면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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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이민선을 타던 사람들 |
19세기 후반 우리나라는 서구 열강의 조선 진출에 따른 이권 개입 경쟁에 의해 임오군란(1882), 갑신정변(1894), 러일전쟁(1904)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치적 사건들이 사회적 혼란과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혹독한 굶주림이 계속되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한국에서 쌀과 곡물들을 대량으로 반출해 감으로써 양곡사정은 더욱 악화되었다. 빈곤이라는 경제적 요인과 불안정한 정세를 벗어나려던 정치적, 사회적 요인으로 하와이로 이민을 결행하게 되었다. 당시 하와이에서는 설탕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선인 노동자를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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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사 박물관 전시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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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하와이 이민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국 공사이자 선교사인 알렌(H.N.Allen)의 활동이다. 그는 1884년 조선에 도착한 이후 고종 황제의 주치의로 발탁되어 황실의 신망을 얻었고, 이로 인해 조선의 정치 문제에 깊이 간여하여 양국 정부 간의 핵심적인 중재자로 큰 역할을 하였다. 알렌은 이민 관련 업무에 데쉴러를 추천하였고 데쉴러는 고종 황제로부터 하와이 이민 사업의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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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 안창호 여권 (1902), 김순건 여권(1903) |
이후 1902년 12월 22일 월요일, 하와이 첫 이민단 121명이 인천 제물포에서 일본우선회사 현해환(겐카이마루)에 승선, 일본 나가사키 항을 향해 2일간의 항해에 올랐다. 가족 친지들과 눈물의 이별을 한 이들은 12월 24일 나가사키 항에 도착하여 검역소에서 신체검사와 예방접종을 받고, 하와이로 가는 미국 태평양 횡단 기선 갤릭호(S.S Gaelic)에 탑승했다. 처음 121명이 인천 제물포를 떠났으나 일본 나가사키에서 신체검사를 받고 19명이 탈락, 102명만이 갤릭호(S.S Gaelic)를 타고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하였다.
▲ 일본 오비린대학의 사사키교수 일행이 박물관 앞에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가운데가 사사키교수)
마침 이곳을 찾아 한국이민의 역사를 둘러보던 일본 오비린대학의 사사키미치코(桜美林大學, 佐々木倫子)교수 일행은 “요코하마의 이민사박물관 보다 훨씬 잘 꾸며 놓았다.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민의 역사를 개척한 한국인들의 이민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박물관을 찾아 사진신부 코너에서 열심히 메모를 하는 두 여학생(인천 신정초등학교 6학년) 장예원 양과 장유빈 양도 “살기가 어려워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신부들이 안타깝다”고 제법 어른스럼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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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부 코너 앞에서 인천 신정초교 6학년 장예원,장유빈 양 |
한국이민사박물관은 모두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민사박물관은 상시전시이다. 한편 특별 전시실에서는 현재 개관 5주년 기념 특별전 '자이니치(在日) 학교들-재일 한인 민족 교육'전이 전시되고 있다.(6.3-10.30)
가까이에 월미도 공원도 있어 특히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인 이민역사를 체계화하고 척박한 시대에 한인들의 이민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이곳에는 외국인을 위한 외국어설명 서비스도 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관람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해설사들도 모두 친절하여 모처럼 박물관 나들이가 즐거웠다.
<안내>
관람시간 : 09 : 00~18 : 00, 입장은 관람 마감시간 30분 전까지 가능
정기휴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공휴일 다음날
관람요금 : 한 시적 무료
단체관람 : 관람 1주일 전 사전예약
상설전시실 자동음성 안내기 : 전시내용 설명 기기 무료대여(한, 영, 일어, 중국어)
상설전시실 문화관광해설사 해설 : 10:00~16:00
( 단체 관람객은 1회 30명까지 해설 예약 가능)
문 의 : Tel.(032) 440-4710, 4711 (불통시 765-4132)
주 소 :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329( 북성동1가)
대중교통: 인천지하철 : 인천역 하차→ 버스 45번, 720번 승차→ 해사고등학교 앞 하차
자가용 주차장 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