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 최미현 기자] 술꾼들 사이에서 안동소주는 이미 검증되고도 남은 술이다. 기자 역시 안동소주를 좋아한다. 다만 일반 소주처럼 흔하게 마실 수는 없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알싸한 맛과 안동소주만이 지닌 은은한 향이 이 술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여자라도 반하는 안동소주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찾아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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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안동시 수상동 280번지에 자리한 안동소주박물관의 정식 이름은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안동소주공장 안에 부설되어 있으며 안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전통식품인 안동소주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널리 홍보하고 후대에 전수하기 위하여 1995년 12월 세웠다.
안동소주박물관을 세운 이는 고려시대 이후 안동 지방 명가에서 전수되어 오던 안동소주를 재현해 1987년 5월 13일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된 조옥화(趙玉花)씨다. 안동소주박물관은 2000년 11월 20일 문화관광부에 제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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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아 간 날은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박물관에는 구경 온 사람이 없었다. 깔끔한 유리전시실 안에는 형형색색의 떡과 음식을 실물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눈길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정성스런 느낌의 음식들로 빼곡하다.
박물관은 500㎡ 규모의 전시실에 안동소주관, 전통음식관, 체험장, 향토음식관으로 짜임새 있게 꾸며져 있다. 안동소주관에는 안동소주의 유래와 제조 과정, 한국의 민속주 종류, 술의 계보, 시대별 술병, 술잔은 물론 관련된 자료, 물품,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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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생일상 차림 |
또한 전통음식관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과 안동의 향토음식, 통과의례에 쓰던 음식 모형을 전시하고 있으며 특히 기자의 발을 멈추게 한 것은 1999년 4월 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 시 차렸던 여왕 생일상이었다. 한국 최고의 생일상을 받은 푸른 눈의 여왕은 흡족한 듯 사진 속에서 빙그레 웃고 있다. 전통음식관에는 모두 660점의 음식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사설박물관 규모로는 아주 짜임새가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안동의 전통음식을 실물크기로 만들어 놓은 섬세한 배려가 돋보였다. 또한 안동의 전통주인 안동소주의 제조과정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안동에 들르면 한번 찾아가 볼만한 곳이다. 아쉬운 것은 안동소주를 만드는 공장이 박물관과 문하나 사이인데도 칼칼한 소주 한 모금 맛볼 수 없었던 점이다.
▲ 소주잔의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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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놓은 모형들만 진열할게 아니라 실제로 한 켠에서 안동소주와 함께 술상 하나 받아 볼 수 있게 하면 박물관의 추억이 더 크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쨌거나 그림의 떡과 빈 소주잔은 실컷 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