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동화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 으로 해서 지은 이야기다. 그런데 동화를 쓰는 작가들이 어른들이다 보니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쓰지 않는 작품들이 많다는 지적이 종종 나온다. 그렇게 동화를 책상 위에서 머리로 써내는 작가들이 많은 세상에 온 몸으로 체험하여 쓴 동화책이 최근에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화작가 이수옥 씨가 도서출판 얼레빗을 통해서 내놓은 《고향으로 돌아온 까치네》가 바로 그 책이다. 이 동화에 실린 10편의 이야기는 격동의 20 세기를 살아 낸 할머니가 손녀에게 조근 조근 들려주는 이야기다. 어쩌면 정보화 시대, 21 세기를 사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낯설기로 치면 이 책을 쓴 동화작가 할머니 이수옥 씨도 “하늘과 땅과 물이 옛날 같지 않아서 낯설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고 고백한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머리 위로 은하수 작은 별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맑은 하늘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꽃이 곱게 피던 고향 마을이 아파트 숲으로 변했고 가재를 잡고, 송사리를 잡으며 멱을 감던 맑은 시냇물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당 끝에 흐르는 개울물에서 배추를 씻어서 김치를 담가 먹어도 아무 탈이 없었던 시절을 우리는 살았는데 그 시절은 친구들과 뛰놀다 목마르면 개울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도 배탈이 나지 않던 시절이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런 삶을 살아왔던 작가는 그렇게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환경 이야기를 자신의 손녀에게 들려주듯 온 세상의 어린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전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는 물론, 유치원 어린이들조차 슬기전화(스마트폰)을 손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세상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살기에 자연과 접하는 기회가 적고 따라서 정서적으로 차츰 메말라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이수옥 작가는 이 동화책을 썼다고 했다.
첫째 동화 “고향으로 돌아온 까치네”는 도심에서 오염된 먹거리로 고생하는 까치네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쉽고 재미나게 표현했고, 둘째 동화 “날개 달린 외할머니 생신”은 맞벌이로 힘겹게 사는 주부가 친정어머니와 외동딸의 생일을 놓고 음력과 양력의 날짜 차이를 대비시키면서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이야기가 신선하다. 넷째 동화 “민경이네 꽃밭 이야기”에서는 제각기 다른 곳에 살던 꽃나무들이 모여 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인간세상을 들여다보는 듯 풋풋하다.
또한 일곱째의 “아토피 안녕”에서는 우유나 햄, 소시지 같은 먹거리에 익숙한 아이들이 오염되지 않는 우리 농산물을 통해 깨끗한 피부를 지닐 수 있다는 희망이 담긴 메시지도 담고 있는 등 이 책에 실린 열편의 동화는 아이들 스스로 생활을 바꾸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두는 따스한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 그림은 이수옥 작가의 중학 1학년생인 손녀가 그린 것으로 ‘민경이네 꽃밭 이야기’에 나오는 그림이다.
이수옥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자연을 벗할 수 없는 찌든 학교생활과 각종 과외 교육으로 지친 아이들에게 푸른 보리밭의 정서와 봄이면 피어나는 고운 진달래 꽃 같은 심성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데 마치 작가 자신이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들려주듯 아이들 사랑이 행간에 뚝뚝 묻어난다.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낸 작가지만 도란도란 정답게 아이들과 동무가 되어 자연과 환경에 대해 들려주는 동심 가득한 이야기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음으로써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자연과 환경의 고마움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하늘을 나는 새와 텃밭에 자라는 옥수수와 채소, 바다에서 건져 올린 멸치와 멸치를 파는 아주머니 등 자칫 일상에서 가볍게 지나 칠 수 있는 소재를 손녀를 사랑하는 살가운 마음으로 풀어낸 동화책《고향으로 돌아온 까치네》속에는 정겨운 그림이 함께 하는데 이 그림은 이수옥 작가의 중학생 손녀 김설아 양이 할머니의 동화를 토대로 그린 그림이다.
할머니와 손녀가 수채화처럼 풀어내는 자연사랑, 환경사랑이 듬뿍 담긴 이 한 권의 동화는 이 겨울 군불 땐 아랫목처럼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줄 것이다.
동심을 간직하는 것이 슬기로운 삶
“손녀가 꼬물꼬물 자라면서 참 이쁜 말을 많이 했어요. 이 책의 소재는 손녀하고 밥을 먹던 중에, 공원을 산책하던 중에, 더러는 손녀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손녀가 톡톡 던지는 말마디에 감동을 받고 동화로 꾸미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농사를 짓고 계시는 큰댁을 드나들면서 큰집 밭에서 자라는 열무와 옥수수를 보면서, 큰집 뒤뜰에 산에서 캐다 심은 진달래가 첫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해 몸살을 앓는 모습을 보며 동화의 소재를 얻었지요. 한편으로 제가 지역아동센터와 도서관 등에서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면서 수많은 이야기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의외로 환경과 자연에 대한 소재가 빈약함을 알게 되어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 속 그림은 손녀가 그렸는데 함께 책을 낸데 대한 감회는? “공부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 역시 손녀도 마찬가지라서 손녀가 먼 훗날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울러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손녀라서 부탁 하게 되었어요. 시간을 빠듯하게 주는 바람에 손녀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표현하지 못했다며 속상해 하는 모습에 안타까웠어요.” - 동화를 쓰면서 보람이 있다면? “정보화 시대를 사는 요즘 아이들 정서에 맞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를 쓰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자연과 접하고 산 할머니의 정서도 나름대로 요즘 아이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 보람을 느낍니다.” - 동화를 통해 세상에 외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린이들 가슴이 점점 기계화되는 것 같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노파심인지 모르지만,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이 대우받는다는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고 따뜻한 마음 곧 동심을 간직해나가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는 슬기로움임을 세상 사람들이 아니 적어도 아이들만이라도 가졌으면 해요.”
- 동화책을 내면서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먼저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책을 내고 싶어 하는 아내의 마음을 읽고, 500만원을 준비해 두었다며, 혹시라도 집안 경제사정을 생각해서 나중으로 미룰까봐 출판사로 직접 책값을 송금해 주었기에 동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더 할 수 없이 고마운 마음입니다. 또한 38장의 동화 책 속 그림을 기쁜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정성껏 그려준 손녀가 대견스럽고 고맙습니다.” - 앞으로 어떤 동화를 쓸 것인가? “손녀가 재미있다고 할머니에게 칭찬해 줄 만한 동화를 꼭 쓰고 싶습니다. 그동안 습작한 동화를 제일 먼저 손녀에게 읽어보게 했는데, 잘못 쓴 토씨까지 하나하나 집어내고 제목과 아이들의 동화책을 골라서 읽는 습성까지 일러주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어떤 때는 자존심이 상하고 속상하여 한동안 작품 쓰기를 중단한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내가 쓴 동화를 좋아해준다면 동화쓰기는 멈추지 않고 계속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