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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재봉틀처럼 비행기를 날틀이라 하면 어떨까?

[재미있는 우리말 말밑 이야기 12]

[그린경제/얼레빗=반재원 소장]  일반적인 어원 변화는 주로 그 발음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곶의 바깥 지역을 뜻하는 곶밖꽂밭으로 음이 변하여 불리다가 나중에는 원래의 뜻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화전동(花田洞)이 되어버리는 식이다. 곶의 안은 곶안인데 고잔으로 변하여 고잔동(高殘洞)’이 되었다. ‘꽃메마을이라는 이름도 곶뫼에서 온 말이다. ‘ 

몽촌토성을 보자. ‘몽촌(夢村)은 글자 그대로 꿈마을이다. 그러나 그 동네 역시 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다. 원 발음은 신성한 터라는 의미인 검마을이던 것이 경음화 현상에 의하여 그만 꿈마을이 되었고 그것이 몽촌(夢村)으로 바뀐 것이다. 그야 말로 꿈같은 이야기이다.  

낙화유의(落花有意) 수류수(隨流水) 유수무심(流水無心) 송낙화(送落花)라고 하였다. 떨어진 꽃잎은 뜻이 있어 흐르는 물을 따라 가지만 흐르는 물은 무심히 그 꽃잎을 흘려보낼 뿐이듯이 세월 따라 이렇게 무상하게 변하는 것이 땅이름이다. 그러나 발음이 변천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인간이 살아온 진솔한 역사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 또한 땅 이름이다.  

땅이름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의 이동과정을 간단명료하게 밝혀 준다는 점에서, 또 말이 곧 사상의 표현이라는 점에서도 토박이 땅이름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유물이 침묵의 화석이라면 땅이름은 살아있는 화석이다. 그러므로 여의도는 너벌섬으로(넓은 섬), 내일은 올제로(지난날은 어제, 다가올 날은 올제), 반포는 쪽개(쪽은 절반, 개는 개펄), 마포는 삼개(는 삼, 개는 개펄), 마니산은 머리산으로(마리는 머리, 즉 우두머리, 두악頭岳에 참성단을 세우다) 다시 살려 쓸 수 있다.  

또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도 많다. 예를 들면 화이트를 물 지우개등으로 고쳐 쓸 수 있다. 지운다고 지우개턴다고 털이개’, 돛을 단 배라서 돛단배’, 여는 쇠라서 열쇠잠그는 쇠라서 잠을쇠’ ‘자물쇠’, 열고 닫는다고 해서 여닫이’, 밀고 닫는다고 하여 미닫이’, 빼고 닫는다고 하여 빼닫이라고 하듯이 핸드폰휴대폰은 손전화손말틀’, 뱃사공은 나루치’, 현찰현금은 맞돈로 해서 안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 

   
▲ 재봉틀처럼 비행기를 "날틀"이라고 해도 좋을 일이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새끼 꼬는 기구를 새끼틀재봉기계를 재봉틀이라고 쓰고 있다. 런데 비행기(飛行機)’를 왜 날틀이라고 쓰면 안 되나? 

동거하는 남녀를 뜨게부부라고 하고(뜨게는 흉내 내는 것) 유부남은 핫아비라 하고, 나이차가 조금 나도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를 자치동갑겨우 얼굴을 아는 정도의 사이를 풋낯’, 서로 허물없이 너 나하면서 지낸 사이를 너나들이매우 친하고 가까운 사이를 옴살이라고 한다.  

아울러 관광은 볼거리여행은 나들이안내는 길잡이강사는 이끌어주므로 이끔이헌금, 연보, 보시금, 복전은 올리는 돈두부는 콩묵기자는 알고집이아나운서는 알림이간장을 뺀 되직한 장이 된장이라면 청국장은 띄운장또는 단박에 서둘러 만드는 장이라서 단박장’ ‘담복장’ ‘담뿍장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 핫어미(유부녀), 핫아비(유부남)으로 해로하는 노부부(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또 각종 사회 조직의 직책과 업무부서의 명칭도 우리말로 바꾸어 쓸 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지도하고 보살피는 보모나 대모의 직책은 보듬빛회장은 단체의 으뜸이므로 으뜸빛부회장은 다음이므로 버금빛고문은 그 단체의 어른으로 모시는 사람이므로 모심빛자문은 그 단체의 임원이 아닌 외부인사로서 기관 대 기관의 궁금한 질문에 답하므로 도움빛감사는 단체의 살림구조를 살피므로 살핌빛으로 하면 좋을 일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사는 그 단체의 일을 구분 짓고 다스리므로 다스림빛부장이나 팀장은 딸림빛총무는 그 단체의 살림을 맡고 있으므로 살림맡으로 바꾸어 봄직하다. 또 일등상은 으뜸기림’ 2등상은 버금기림’ 3등상은 딸림기림장려상은 추킴기림입선은 뽑힘기림등으로 해서 안 될 이유가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