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오늘은 양력 섣달그믐입니다. 전통적인 섣달그믐이야 음력으로 따져야하겠지만, 일단 섣달그믐을 달리 이르는 말로 궁랍(窮臘), 납미(臘尾), 눈썹세는날, 세경(歲竟), 세말(歲末), 세모(歲暮), 세밑(歲-), 세제(歲除), 세종(歲終), 세진(歲盡), 세흘(歲訖), 연말(年末), 연모(年暮), 연종(年終), 제석(除夕), 제야(除夜), 제일(除日) 같이 참 많은 별명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재미난 것은 “눈썹세는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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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달그믐날의 별명 “눈썹세는날”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
예전 우리 겨레는 음력 섣달그믐날 밤에는 방이나 마루, 부엌, 다락, 뒷간, 외양간에 불을 밝게 밝히고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그 유래는 도교(道敎) 장생법의 하나인 경신수세(庚申守歲)에서 왔습니다. 도교에서는 60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경신일이 되면 사람 몸에 기생하던 삼시충(三尸蟲)이 사람이 잠든 사이에 몸을 빠져나와서 옥황상제에게 지난 60일 동안의 잘못을 고해 바쳐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하지요. 그래서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으면 삼시충이 몸에서 빠져나가지 못함으로써 옥황상제께 자신의 죄가 알려지지 않아 오래살 수 있다고 믿은 것입니다.
권용정(權用正)의 《한양세시기(漢陽歲時記)》에 보면 “어린아이들에게 겁주기를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라고 하는데, 아이들 중에는 이 말을 그대로 믿어서 새벽이 될 때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경우도 있다.”라는 내용이 있지요. 김형수(金逈洙)의 《소당풍속시(嘯堂風俗詩)》에도 “나이 더한 늙은이는 술로써 위안 삼고 눈썹 셀까 어린 아이 밤새도록 잠 못 자네(翁感齒添醉爲慰 兒愁眉皓眠未成).”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섣달그믐날은 “눈썹세는날”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