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정석현 기자]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조현종)에서는 지난 11월 12일부터 기획특별전 “대숲에 부는 바람, 風竹”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바람을 맞고 선 대나무를 뜻하는 ‘풍죽風竹’은 다소 낯선 어감으로 인해 쉽게 각인되는 단어는 아니다. 대나무는 겨울에도 색이 변하지 않는 세한고절의 하나로, 곧고 강직하지만 품성이 온유하여 문인들이 가까이 두고 닮고 싶어 했다.
전통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의 대나무를 소재로 한 15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특별전은 대나무의 문화적 의미와 예술적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댓잎에 이슬이 맺히고, 안개와 서리를 맞고 비와 눈의 무게를 버티고 서며, 바람에 나부껴 급류처럼 물결치는 대숲이 한 공간에 마련되었다.
▲ <풍죽> 전시모습 1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그 전시 공간이 구분되어 있던 기존 통념에 대해 과거와 현대를 구분하지 않고 아우르는 통시대적인 전시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과 작가, 학자, 언론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참신한 기획’에 대해 기다리던 전시이며,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계를 허물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거나 ‘새로운 창작의 자극이 되어준 전시’라는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설 연휴가 지나면 전시는 끝난다. 10여 곳의 개인 소장가와 박물관, 미술관, 33인의 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는 서울,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우리를 찾아왔던 대나무들은 애초에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나무와 만나는 방법을 고민했던 겨울에서 다시 대나무와 헤어지는 방법을 생각하는 겨울에 와 있다.
▲ <풍죽> 전시모습 2
대나무는 우리의 산천과 사고와 문화의 저변에 오래도록 있어왔으나 사군자의 한 조합이라는 익숙한 상징으로 이해되거나 진부한 주제로 인식된 측면도 있다. 우리는 익숙하기에 그 가치를 되새기지 않고, 사라진 후에야 아쉬워한다. 계절의 순환을 지나 그 만남 이전과 이후의 기억을 되돌아보면서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특별전과 연계한 강연회를 마련하였다.
1월 22일(수) “대나무의 상징성과 대나무 그림의 역사적 전개”라는 주제로 김상엽 박사(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인천대학 겸임교수)의 특별 강연회가 열린다.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진행되며 장소는 국립광주박물관 교육관 1층 소강당이다. 본 강연회를 통해 대나무의 상징과 의미, 변천양상을 이해하고 85일간 우리 곁에 있다 가는 작품들과의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오는 2월 2일까지 계속된다. 겨울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