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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굿과 사물놀이는 어떻게 다를까?

[한국문화 재발견]

[그린경제/얼레빗 =김영조 기자] 오래 전 한 시골마을의 추수감사제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마을 아주머니들은 양동이에 막걸리를 담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게 했다. 한 서너 순배쯤 돌자 사람들은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고 흥이 나 시끌벅적한 마당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내게 징채를 쥐여 주며 징을 쳐보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그때까지 한 번도 풍물 악기를 제대로 만져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누구나 쉽게 칠 수 있으니 한번 쳐보란다. 할 수 없이, 사실은 적당히 취기가 오른 나의 객기에 결국은 엉겁결에 징채를 잡았다. 아마도 술기운이 아니었으면 그때 징채를 잡는 일은 상상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꽹과리, 장구 등 치배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연신 징을 울려댔다. 정말 흥겨웠다. 평생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적도 별로 없었던 듯하다.   

만일 이것이 서양 음악이었다면 가능한 일일까? 그러나 풍물굿은 가능하다. 풍물굿은 연주자가 관객이 되기도 하고, 관객이 즉석에서 연주자가 되기도 한다. 연주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 한마음 되어 즐기면 그뿐인 것이 우리 풍물의 멋이요 특징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문화의 고갱인 것이다 

   
▲ 풍물굿 가운데 상모돌리기

한편 우리에겐 사물놀이도 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는 꽹과리, 장구, 징 소리가 들리고 리포터가 호들갑을 떠는소리로 “사물놀이” 어쩌고 하는 말이 들렸다. 얼른 텔레비전 앞으로 가 보니 아뿔싸 그건 사물놀이가 아니라 “풍물굿”이었다. 방송 관계자들이 풍물굿과 사물놀이를 구분할 줄 모르다니 기가 막혔다. 사실 우리 풍물굿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 주는 이가 없기에 자꾸 헷갈릴 수밖에  없을 터이다. 그러면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먼저 풍물굿과 사물놀이의 기본적인 연주 형태가 아주 다르다. 풍물굿은 선반이라 하여 연주자들이 서서 아니 뛰어다니며 연주를 한다. 물론 단순히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연희라 하여 온갖 진법(연주를 위한 대형)을 짜며 재주도 펼친다. 장구재비들의 설장구도 있고, 상모돌리기, 무동놀이(어린 아이들을 무동 태워서 노는 놀이), 버나돌리기, 잡색놀이들이 흥겹다. 단순한 연주 그리고 연주 기량의 뽐내기가 아닌 것이다. 더더구나 12발 상모놀이는 관중들을 사로잡는 큰 매력을 지녔다. 지난 2006년 월드컵 직전 독일 교포 위문을 간 풍물패가 베를린 한 극장에서 독일인 관객을 향해 12발 긴 끈을 던졌다가 당기면서 상모놀이를 하는 것에 매료되어 독일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것을 보았다.   

   
▲ 4가지 악기로 연주하는 사물놀이(앉은반)

하지만, 사물놀이는 이와는 전혀 다르다. 사물놀이의 시작은 1979년 종로구 원서동의 공간사랑에서 김덕수(장구)ㆍ이종대()ㆍ최태현()ㆍ최종실(꽹과리)이 연주한 데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하면 서양문화처럼 풍물 악기를 무대 위에 올려 연주를 하고 그 기량을 뽐내도록 고안했던 것이 사물놀이다. 그야말로 꽹과리, 장구, , 북의 4가지 악기 곧 사물 연주의 무대화인 것이다. 그리고 이 사물놀이는 서서하기보다는 앉아서 하는 “앉은반”이다. 앉아서 악기 연주의 기량 발휘를 하고 관객들의 손뼉을 받는 형태다. 이는 관객이 연주자가 되고 연주자가 관객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초보자인 관객이 악기를 절대 만질 수 없는, 연주자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형태가 사물놀이인 것이다.   

사물놀이가 전혀 의미가 없다는 애기는 물론 아니다. 사물놀이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우리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데 상당한 이바지를 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 형태가 전혀 다른 것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풍물굿을 사물놀이라고 한다면 이는 무식한 것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음악 풍물굿을 제대로 알고 이해할 때 우리는 진정한 한국인이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