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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4월 봄밤, 듀오아임에 취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아리랑에서 아리랑까지 “말의 꿈“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진정한 K팝페라를 들고 나온 듀오아임(팝페라테너 주세페김 / 소프라노 구미꼬김 부부). 그들은 지난 214일 서울 삼성동 한국문화의집(코우스)에서 한국 최초 인문학K팝페라 갈라코서트를 연데 이어 410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에서 음악적 완성도를 한층 높인 공연 아리랑에서 아리랑까지 말의 꿈’”을 성황리에 무대에 올렸다. 

   
     아임엔트

듀오아임은 이번 공연에 솔리스트앙상블 악단 랑과 한국전통예술단 아우름은 물론 새로이 김봉미 교수가 지휘하는 헤럴드필하모닉까지 합세해 800석의 대형 공연장을 웅장하게 수놓았다. 1,2층 객석을 모두 채운 청중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을 만큼 2시간여의 공연 내내 듀오아임의 음악세계에 매료 되었다.  

하얀 힘줄로 인왕을 부둥켜안았던
소나무 다시 푸른 잎 토해내고
바위에 아로새겨진
종묘사직의 지문 뚜렷하다.” 

공연이 시작되자 먼저 중앙 무대 정면에 마련된 대형 화면에는 사진작가 임채욱 씨의 인왕산 사진과 함께 임병걸 시인의 인왕을 깨우다시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배경에는 주세페 김이 작곡한 푸른 잎을 토해내는 장엄한 음악이 흐른다. 주세페김은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가 나오고 그 시는 다시 음악이 될 수 있다. 예술은 결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력이 크다고 말이다. 

   
     아임엔트

이렇게 한 편의 시와 사진과 배경음악을 시작으로 공연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어서 이상백 시에 주세페김이 작곡한 이쯤에서 만난다면에서 한 획을 그은 다음 조선 도공의 후예 이야기에 역시 주세페김이 곡을 붙인 상평통보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무대 중앙 화면에는 이무성 한국화가의 그림이 음악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이어서 이윤옥 시인이 사형을 앞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의 심정이 되어 쓴 시에 주세페김이 곡을 붙인 아들아 아들아가 울려 퍼진다.  

아들아
옥중의 아들아
목숨이 경각인 아들아
칼이든 총이든 당당히 받아라
이 어미 밤새 네 구의 지으며
결코 울지 않았다.”
 

소프라노 구미꼬김이 저음으로 부르는 안중근 어머니의 심정에 청중은 모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그러그렁해진다. 특히 아들아 아들아는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구미꼬김이 부르는 노래여서 더욱 감격적이다. 

   
     아임엔트

   
      아임엔트

   
     아임엔트

이후 이상백 시에 주세페김이 곡을 붙인 해후(2)”, “아버지 신발그리고 기천선검무를 위한 음악 삼족오(三足烏)”등이 이어졌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전통예술단 아우름의 연주가 오케스트라에 묻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전반부 인왕을 깨우다부터 상평통보”, “아들아 아들아등이 큰 울림을 준 것에 견주어 후반부가 좀 약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럼에도 상계동에서 온 한성옥(교사, 47) 씨는 정말 신선했다. 많은 공연들이 식상한 면이 없지 않은데 인문학콘서트라는 주제도 좋았고 이를 접목한 K팝페라라는 분야가 앞으로 무한한 성장을 할 것으로 느껴졌다. 공연 내내 오금을 펴지 못하고 들었고,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몰랐다. 특히 애잔한 이야기의 상평통보아들아 이들아에서는 마치 내가 조마리아 애국지사가 된 듯 전율이 일었다.”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공연을 보고 나온 청중들은 입을 모았다. 앞으로 듀오아임의 K팝페라 공연이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으로 발돋움 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이다. 깊어가는 봄 밤 듀오아임과 함께한 K팝페라의 공연장은 끊이지 않는 기립박수로 젊은 음악가의 찬란한 서막을 축하해주었다.

   
      아임엔트

   
     아임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