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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상식

[서울문화 이야기 24]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배달겨레, 그들은 수천년 동안을 같은음식을 먹고 살았다. 물론 그동안 음식들고 부침이 있어 없어진 새로운 음식들이 태어나고 또 없어지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생긴 먹거리에 대한 상식들. 하지만 그런 상식이란 것도 엉터리가 많다. 무엇이 우리에게 바른 먹거리 상식인지 살펴볼 일이다.
 

밀가루는 우리의 주식이 아니었다 

밀가루는 예부터 흉년 따위로 기근이 심할 때 빈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구황식품(救荒食品)이다. 게다가 밀가루는 서늘한 음식이기에 흡수가 잘 안 되고, 장에 오래 머물러 있기 때문에 장을 차게 해 좋지 않다. 또 밀가루가 기름과 만나면 장에 지방을 많이 끼게 하기 때문에 기름과 만난 밀가루는 더욱 피해야 한다. 우리의 주식은 쌀이다. 그것은 우리 몸엔 쌀이 잘 맞는다는 말이며, 의학적으로 보면 성질이 따뜻하고, 흡수가 잘 되는 음식이다.” 

   

                                        ▲ 수제비, 밀가루 음식


한 한의원 원장의 말이다. 밀가루 음식을 가끔 먹는 것이야 상관없지만 주식으로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이다. 더구나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 땅과 기후에 토착화된 밀이 아닌 서양밀로 만든 밀가루는 우리 몸에 더 안 맞을 것이다. 더더구나 서양밀가루가 재배할 때의 농약뿐만이 아니라 배에 실을 때 살균제와 살충제를 섞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더욱 큰 문제이다. 몇 년이 지나도 벌레가 살 수 없는 밀가루가 과연 사람 몸에도 괜찮을까? 

또 다른 밀가루에 대한 상식을 더듬어 보자. 판소리 춘향가 사설 중에 얼맹이 쳇궁기(체구멍) 진가루 새듯이란 대목이 나온다. 이 진가루, 곧 밀가루로 우린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고려도경에서 고려에는 밀이 적어서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밀가루 값이 매우 비싸 잔치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라고 했다. 또 서명응이 1787년 펴낸 고사십이집(古事十二集)에는 국수는 본디 밀가루로 만든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가루로 만든다.”라고 기록되어 우리나라는 귀한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나 녹두가루가 많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17세기 말의 요리책인 음식디미방이나 주방문에 메밀로 칼국수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기도 했다.  
 

전과 빈대떡, 부침개의 차이 

우리 전통음식 중에는 빈대떡’, ‘부침개’, ‘전유어’, ‘지짐이라는 비슷비슷한 것들이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먼저 부침개는 번철(燔鐵:전을 부치거나 고기 따위를 볶을 때에 쓰는, 솥뚜껑처럼 생긴 무쇠 그릇)에 기름을 바르고, 부쳐서 익힌 음식들을 함께 일컫는 포괄적인 이름이다. 부침개는 크게 빈대떡으로 나눈다. 

   
▲ 빈대떡(왼쪽)과 호박전

이 가운데 빈대떡은 녹두로 만든 음식으로, 평안도는 지짐이’, 황해도는 막부치’, 전라도는 부꾸미’, ‘허드레떡’, 서울은 반자떡이라고 부른다. 제민요해(齊民要解)타원형의 갸름한 부침개를 떼어먹기 좋게끔 드문드문 저며 놓은 꼴이 마치 빈대와 같아서 갈자(蝎子)’라 불렀다.”라는 말이 보인다. 은 살코기, 생선, 조개, 채소, , 호박 따위를 얇게 저며서 밀가루와 달걀을 풀어 묻히고, 기름에 지져 익히는 요리이며. 전유어(煎油魚), 저냐라고도 한다. 음식디미방규합총서빈쟈법”, “빙쟈가 나오는데 그것이 빈대떡이다.  

그런데 이 빈대떡의 유래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부족하면 가난한 유랑민들이 숭례문 밖으로 수없이 몰려들었다. 그때 어떤 부잣집에서는 이들을 위해 빈대떡을 만들어 소달구지에 싣고 와서는 “oo 집의 적선이오!” 하면서 나눠주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빈자(貧者)곧 가난한 이들을 위한 떡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곧 빈대떡은 우리 겨레가 만든 나눔의 음식이었다.  


부대찌개, 밥을 굶던 625 전쟁 이후 생긴 퓨전음식 

에전 국악방송에서 무형문화재 가움데 한 사람이 부대찌개를 최고의 퓨전음식으로 극찬하는 말을 들었다. 과연 그럴까? 미군은 지급된 햄, 소시지 등을 유통기한이 지나면 자동 폐기한다. 전쟁 직후 고기는 물론 먹을 것도 없었던 우리에겐 미군이 버린 햄과 소시지는 그야말로 소중한 음식이었다. 싼값에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생긴 부대찌개는 미군기지 주변에서부터 시작되어 차츰 전국으로 퍼졌다. 우리 국민에게 여러 가지 피해를 준 미군들이 내다버린 찌꺼기로 만든 음식을 우리는 먹을 수밖에 없었다.  

부대찌개를 먹는 것이야 나무랄 수 없다. 사람 입맛에 따라 으뜸 먹거리로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밥을 굶던 6·25전쟁 때는 그렇다고 해도 지금 그때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을 사는 우리가 부대찌개를 최고의 퓨전음식으로 극찬하는 것은 자존심 문제이다. 더구나 미군의 이빨 자국이 선명한 햄이 들었다면 더 큰 문제 아닐까?
 

우리 겨레의 먹거리 철학 

규합총서(閨閤叢書)는 조선 후기인 1809(순종 9)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부녀자를 위해 엮은 여성생활백과의 하나이다. 여기엔 음식과 술, 옷 만들기, 옷감 짜기, 염색은 물론 양잠과 문방구에 과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음식 먹을 때의 철학인 식시오계(食時五戒)”도 보인다. 

   
▲ <식시오계>에는 일하지 않은 사람은 먹지 말라는 훈계도 들어있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그 내용은 차려진 음식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친 것인지와 음식을 먹기 전에 자기가 할 도리를 다했는지 생각하기를 주문한다. 또 음식만 탐내는 욕심보다는 참다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며, 모든 음식은 저마다 영양이 있는 것이니 맛에만 빠지지 말고 약처럼 먹으라고 권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하지 않은 사람은 먹지 말라는 훈계도 빼놓지 않는다. 요즘은 패스트푸드라 하여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뚝딱 먹어치우지만 이 식시오계처럼 음식을 먹기 전 한번 생각해볼 내용이 아닐까?  

또 우리 겨레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이란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역시 음식도 오행과 관련된 것이 많다. 우선 우리 겨레는 쌀, 보리, , , 기장으로 오곡밥을 지어 먹고 반찬도 다섯 가지 나물로 오색을 맞추었다. 또 잔칫상에 오르는 국수에도 장수를 기원하는 오색 고명을 얹었고 마늘·달래·무릇·김장파·실파의 오훈채(五葷菜)에서도 전형적인 오방색(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이 드러난다.  

이 오방색의 다섯 가지 빛깔은 바로 오미(五味) 곧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의 조화인 오행의 음식임을 드러낸다. 오색이 의미하는 신체 장기와 맛을 보면 것은 파랑은 간장신맛, 빨강은 염통(심장)쓴맛, 노랑은 지라(비장)단맛, 흰빛은 허파(폐장)매운맛, 검정은 콩팥(신장)짠맛으로 풀이한다. 그래서 다섯 가지 오방색 음식을 먹으면 신체의 모든 기관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건강해진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