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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세종 여민락 다시 예악을 깨우다

세종문화회관, 국악 이야기콘서트 <세종의 하루>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그래서 4~5월 여러 가지 공연들과 잔치들은 연기하거나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꼭 해야 할 공연이 있다면 바로 어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국악이야기콘서트 세종의 하루가 아닐까? 세종문화회관이 야심차게 기획한 이날 공연은 세종이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주고, 통치자의 마음가짐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예만큼 악도 소중하다는 세종의 말을 들려주는 국악 이야기컨서트 방식의 공연이었다.

이 공연을 기획하고 이끈 서울시국악관현악단 황준연 예술감독은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였고, 아울러 예와 악을 제정하고 정비하였다. 예악(禮樂)은 문화국가 이상향에 이르는 덕치주의의 실천적 규범이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정대업, 보태평, 발상,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등 수많은 악곡들을 작곡하고 연주하고 악보에도 기록하여 후세에 전했다. 이 음악들은 세종대왕의 향악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에 세종은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예()보다 중한 것이 없으나 <()>의 쓸모도 또한 큰 것인데 세상 사람들이 예는 중히 여기면서도 악에는 소홀하여 이를 익히지 않는 일이 많으니 가히 한탄할 일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 백성과의 화합이라 말했다. 세종은 <여민락(與民樂)>이란 음악을 만들어 백성과 함께 즐기고자 했다. 

그 여민락은 공연의 맨 처음에 올려졌다. 연주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연주하는 기회가 많지 않아 듣기가 어려운 세종이 만든 음악 <여민락>을 듣는 행운이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대취타 보유자 정재국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의 집박으로 감동적인 음악은 연주된다. 정악은 마음을 다스리는 음악이라 했던가? 세월호의 참상으로 가슴이 멍든 청중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준다. 
 

   

     집박의 박소리를 신호로 여민락을 연주하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왼쪽 끝에는 편경,
     오른쪽 끝에는 편종을 연주하는 모습이 보인다

   
     세종(주성환 분)이 공연 도중 무대 한편이나 한 복판에 나와 악의 중요성을 말한다.

<여민락>은 더불어 편경과 편종을 가까이서 보고 듣는 귀한 기회도 되었다. 편경과 편종은 종묘제례악과 문묘제례악 공연 때나 그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영롱한 소리의 편종, 약간 둔탁하면서도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울 듯한 편경 음악을 원 없이 들어본다. 그에 더하여 세종실록마치 봄볕에 모든 생물이 돋아나는 형상을 상징한다.”라고 기록된 <생황 > 소리도 아련하다. 

이어서 본령에서 파생한 여민락 악곡으로 임금이 거동할 때 연주된 행악(行樂)이라는 <해령>이 연주되고 또 하나의 기대감 <처용무(處容舞)>의 시간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로 오방색 옷을 입은 다섯 사람이 처용탈을 쓰고 악귀를 쫓아내려 추는 궁중무용이며, ‘오방처용무(五方處容舞)’라고 부르기도 하는 처용무는 처용무보존회 김용김중섭 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들이 특별출연했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 장중한 그러면서 한국무용의 특징인 정중동이 살아있는 춤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들어 있는 향악 노래곡 <잡처용>을 북촌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장재효 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부른다. 이어지는 곡은 조선 초기에 유행했다는 향악곡 <만전춘>을 판소리 싱어송라이터인 권송희 씨가 청아한 목소리로 불러 청중의 감동을 자아낸다. 그리고 마지막 곡으로 여민락, 보태평, 정대업 따위와 함께 세종 때 창작된 신악의 하나 발상 가운데 <영경>으로 공연의 막을 내린다.  

공연은 성우 김상현 씨가 세종의 음악에 어울리는 묵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해설하며 이끌어가는 형태다. 그러면서 세종의 음악과 하루를 연결하는 이야기 콘서트 형식이다. “6~7시 독서, 12~13시 경연, 17~18시 궁 안 시찰과 숙직 관리, 22~23시 구언이런 식이다. 세종은 밤 10시 넘어서도 잠들지 못하고 어떤 임금이 좋은 임금인가 신하에게 답을 구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백성에게 큰 일이 닥쳤을 때 우왕좌왕하며 도탄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걱정한다. 그리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오례의(五禮儀) 완성에 몰두하는 세종의 모습을 그린다. 
 

   
   <잡처용>을 북촌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장재효 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부른다.

공연은 세종이 백성을 끔찍하게 사랑했기에 여민락을 만들었다는 것을 잘 알게 해준다. 또 지금 온 나라 국민이 망연자실한 상태로 공직자들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공분하고 있을 때 본보기 세종을 보여줌으로 대한민국호의 공직자들이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 지를 잘 가르쳐주고 있다. 그러면서 쉽게 들을 수 없는 편종과 편경, 생황 등 정악 악기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정호의 기회를 준 것도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이야기콘서트임에도 펼쳐지는 이야기가 매끄럽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기획자들이 다시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국악관현악단은 원래 우리 음악 형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양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형식을 빌려온 창작국악에서는 그런대로 소화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악을 연주하는데 집박이 아닌 지휘 형식은 공연 내내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 음악은 집박이 최소한의 역할에 그치는 대신 연주는 개개인의 연주 역량이 자연스럽게 하나 되어 어우러졌을 때 그 아름다움은 환상적이지 않은가? 

약간의 아쉬움을 빼고 이번 공연은 매우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우리 음악 특히 정악에 이런 이야기콘서트 형식을 도입하면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악계가 이번 세종문화회관처럼 노력한다면 온 국민이 아니 세계 사람이 우리 국악에 빠질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