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민간들의 음악극이나 연희물 등이 국가의 지원 없이 힘겹게 명맥을 유지해 올 수 밖에 없었기에 한 때, 인기 절정에 있었다고 해도 새로운 연주목록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일반 대중들은 다른 오락물을 찾아가게 마련이라는 이야기, 그것이 전통물이든 현대물이든 고민해야 할 숙제라는 이야기와 함께 지난해 말, 창작국악극 시상식 제도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 차제에 창작국악극 활성화를 위해서 어떠한 문제점들이 보완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 등을 짚어 보았다.
국악극의 활성화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이나 단체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국악 전문가, 정책입안자, 집행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나가야 될 숙제라는 이야기와 함께, 첫째는 극본의 소재가 건전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점과, 둘째로는 어떤 어법의 성악도 그 뿌리는 전통음악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물론 개인의 음악성을 살린 창작이나 창의력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통에 바탕하지 아니하고 외래풍을 모방하는 뿌리 없는 어법 등을 빌려서 겉모양만 화려하게 꾸민다면 이는 모래위에 화려한 건물을 세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극본의 소재나 음악의 전통성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주에 이어 창작국악극이 활성화되기 위한 세 번 째 조건으로는 등장인물들의 소리 공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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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희 명창의 소리극 <한오백년>-왼쪽, 소리극 도미서류 |
음악극은 그것이 창작이든, 전래극이든 간에, 배역에 따른 등장인물들의 소리 공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다시 말해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극중 배우들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따금 보면 음악성이나 공력에 따라 배역이 정해지기 보다는 유명세나 스타 위주의 인기인 중심으로 배역이 정해질 때가 있어 음악극을 실패로 만들 때가 있다. 곧 음악극의 성공은 배우들의 소리공력, 즉 출연자들의 음악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째, 전문 연출가의 역할이 절대적이란 점을 강조한다.
음악극은 여러 장르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예술이다. 음악적 요소 이외에도 대사를 통한 시(詩)적인, 곧 문학적 요소라든가, 극으로서의 구성과 연기적인 부분을 포함한 연극적 요소, 무대장치와 의상 등의 미술적인 요소, 그리고 무용적 요소 등의 결합이 종합예술임을 말해주고 있다. 작품으로서의 전체적인 매력이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 부분의 요소를 조화롭게 만들어 가는 역할의 담당자, 곧 연출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때때로 창극이나 소리극을 보면 창자들이 직접 연출을 해서 극으로서의 다양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배우들 또한 절제 없는 즉흥적 연기로 품위를 잃는 경우도 있다. 기타 볼거리인 무대미술이나 배경 등 무대 활용의 연구도 필요하다. 최고의 기술력은 배우들이 만들어 갖추고, 이러한 기술들을 조화롭게 디자인 하는 역할이 전문 연출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섯째, 판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창극의 경우는 창극단의 설립으로 인해 비교적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왔으나, 경서도 소리를 비롯한 타 분야의 소리극 상황은 매우 불안하고 힘겨운 상황이다. 국가나 지방 정부의 배려 없이, 또는 문화와 예술을 후원하는 기업체의 도움 없이, 소리극을 제작한다는 자체가 달걀로 바위 깨려는 무모한 도전일 밖에 없다.
이 기회에 정부당국에 제안하고자 하는 점은 국립의 창극단 수준은 아니라도 서울시나 경기도, 또는 인천시에 경서도 소리를 기본창으로 하는 소리극단 하나는 설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를 바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분야에 종사하는 국악인들에게 창작 의욕을 북돋아 주기를 기대한다.
여섯째, 소극장무대나 단막극 형태의 소규모 국악극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기존에 연행되었던 국악극 형태의 공연물들은 대부분이 대형화한 작품이어서 출연진이 많고 따라서 등장인물에 따라 큰 무대를 필요로 하는 형태였다. 대형화한 국악극은 연습인원이나 기간, 시간에 따라 대형의 공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음악 연주단이나 무용단의 대규모, 스탭, 기타 여러 요소들이 준비단계에서부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규모 형태의 국악극은 준비기간, 연습시간, 인원, 비용, 공간의 확보, 등의 문제가 여러모로 쉽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소극장 운동을 초 중등학교와 연계하는 차원의 국악극 운동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국악극을 통하여 국악은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또한 국악의 저변을 확대하는 지름길이며, 소리극에 대한 전문 배우의 양성문제도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뮤지컬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따위는 영국출신 프로듀서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영국에서 초연되었으며 전 세계인이 즐기는 뮤지컬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영국의 교육과 연극이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곧 초등학교 때부터 연극이 실습과목으로 들어 있고 중학교부터는 연극이라는 교과목을 배우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번에 처음 마련된 창작국악극의 시상제도는 더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선정된 작품이나 단체에게는 활성화 지원금이 지급될 예정이고, 수상작품에 한해서는 1개월 이상 공연료와 공연장 대관, 그리고 홍보마케팅까지 지원하는《전통공연예술 진흥재단》의 시상제도가 보다 많은 관련 예술인들에게 알려지고 아울러 이번 수상제도보다 내년엔 더 확대되는 시상제도를 만들어 주기 바라며 아울러 그 수혜자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