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삼성동 소재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열렸던 최창남 경기명창의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건강하게 70을 넘기는 수명도 하늘의 축복일진대, 나이 80 넘어 개인의 소리발표회를 준비한다는 열정은 소리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이야기, 일본의 목각장인이 107세의 나이에도 30년 작업분량의 재료들을 준비해 두었다는 이야기를 통하여, 열정이 있다면 마음은 청춘이라는 사실과 열정이 사라지고 할 일이 없어지면 그때부터 늙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최창남 명창은 타고난 목과 현란한 기교로 민요계의 거목이며 강유(剛柔)와 명암(明暗), 농담(濃淡)을 표현하는 기교가 독보적이어서 그를 일러 <소리의 마술사>라고도 부른다는 이야기, 한국을 대표하는 명창 중, 그 앞에 소리를 다듬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는 이야기나 최창남이 빠지면 지방공연의 흥행이나 계약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로도 최창남 명창의 소리는 증명이 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 <속풀이>에서는 2014년, 5월 30(금)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오후 늦은 8시에 열린 산타령 공연과 또 하나는 6월 8(일) 오후 3시에 성동구 소재 소월 아트홀에서 열리게 될 선소리 산타령 보존회의 제22회 정기 공연을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선소리 산타령이란 어떤 노래인가?
주지하다시피 선소리라는 말은 서서 부르는 소리, 즉 입창(立唱)이다. 또한 <산타령>은 산천경개를 읊는 노래로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을 지니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는 그 산을 주제로 하는 노래가 많이 불리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선소리 산타령이라는 장르에 일반 애호가 층이나 일선 학교의 지도자, 그리고 국악 전문인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선소리산타령보존회》의 정례 발표회, 특별히 마련해 온 기획공연, 벽파선생 추모공연, 산타령을 주제로 하는 학술대회 개최, 자료집이나 음반제작, 해외공연, 방송활동, 각 지역 별 보존회 및 회원의 개인발표, 강습회 등 활발하면서도 다양한 보급이나 보존활동에 기인된다 할 것이다.
지난 5월만 해도 30일 보존회가 주최하는 문화재 전수회관에서의 공연과 6월 초 소월아트홀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의욕적인 보존회원들과 황용주, 최창남 사범의 지도가 융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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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 보유자 황용주 명인의 공연 모습 |
한국의 산타령은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을까 하는 문제는 분명치 않다. 벽파의 《한국가창대계》에는 1920년대 뚝섬패의 이동운 명창이 있었는데, 그 윗대로 태문-낙택-종대-의택 등 4대를 거슬러 소개하고 있어서 늦어도 1800년 초기에는 산타령이 불렸으리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1900년대 초, 최초의 극장식 공연장이었던 <원각사>, <광무대>, <연흥사>, <장안사>, <단성사>와 같은 사설극장들이 문을 열고 낮에는 선소리패(일명, 놀량패)를 초빙하여 공연을 벌리거나 또는 풍물굿패들을 불러 볼거리를 제공하였다고 하니 당시 산타령의 대중적 인기가 어떠했을까 짐작이 된다.
특히, <산타령>은 답교(踏橋)놀이(다리밟기놀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노래였다. 구한말까지도 서울의 왕십리와 뚝섬을 잇는 살고지다리에서의 정월 대보름 답교놀이는 전설처럼 유명한 이야기로 전해 온다. 이태문의 뚝섬패, 이명길의 왕십리패, 권춘경의 동막패, 소완준의 과천패, 그 외에도 성북동패, 쇠붕구패, 아오개패, 진고개패, 방아다리패, 배오개패, 자하문밖패 등 서울과 인근에 유명한 선소리패 등이 있었으나, 변화의 물결에 밀려 안타깝게도 소리패에 의한 연창(演唱)은 이미 맥이 끊어진지 오래전이다.
경기지방과 서도지방의 산타령은 곡명도 같고, 장단형태나 선율, 일부 사설이 유사한 점에서 어느 한 쪽의 산타령이 다른 한쪽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대체적으로 경기산타령은 불규칙 리듬이 많고 서도산타령은 비교적 규칙적이란 점, 서도는 박자가 빠르고 요성이 격렬한데 비해 경기는 비교적 느리고 매끈하다는 차이는 있다. 그렇다 해도 경기<산타령>이든, 서도<산타령>이든 오랜 역사와 다양한 특징들을 지니고 전승되어 오는 전통의 소리임은 분명하다.
산타령은 노래의 가사 속에 각 지역의 유명한 산이나 강 이름, 유명한 사찰 이름이 두루 두루 나오기 때문에 사설 내용이 대체로 건전하다. 또한 다양한 리듬형이나 선율선, 씩씩하고 활달한 창법, 다양한 표현법 등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구성원들이 모두 대형을 이루며 부르는 합창의 노래여서 협동심도 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요사이처럼 개인주의가 점차 팽배해지고 있는 사회나 특히 학교 교육에서는 최적의 노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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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 보유자 황용주 명인과 그 제자들의 공연 모습 |
교육부나 각 시도의 교육청은 물론, 초등학교를 비롯해 중학교 고등학교 등 각급 교육기관에서는 협동심을 키우고 건전한 놀이문화를 위해 산타령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전통이 사회질서의 기반이라는 시각이 점점 확대되어 가는 지금, <산타령>이 얼마나 신명나고 건강한 노래인가를 확인시켜 주는 무대가 황용주, 최창남 두 분 보유자가 이끄는 <선소리산타령보존회>에 의해 자주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2014년, 5월 30(금) 오후 8시 열린 전수회관에서의 1차 공연, 그리고 6월 8(일) 오후 3시에 성동구 소재 소월 아트홀에서 열리게 될 2차 공연에 관심있는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