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 속풀이에서는 무형문화재 전수회관과 6월 8(일) 오후 3시 성동구 소재 소월 아트홀에서 열리게 될 선소리 산타령 보존회의 제22회 정기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선소리 산타령이란 말에서 선소리는 서서 부르는 소리, 즉 입창(立唱)이고, <산타령>은 산천경개를 읊는 노래라 하였다. 한국의 산타령은 늦어도 1800년 초기부터 불리기 시작했다고 추측되며 1900년대 초에 문을 연 <원각사>, <광무대>, <연흥사>, <장안사>, <단성사> 등의 사설극장들은 낮에 선소리패(일명, 놀량패)를 초빙하여 공연을 벌린 점으로도 당시의 대중적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 특히, <산타령>은 답교(踏橋)놀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노래였으며 전문 소리패들인 뚝섬패, 왕십리패 등 10여개 유명 선소리패 등이 있었으나, 전문 소리패에 의한 연창(演唱)은 이미 맥이 끊어진지 오래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경기지방의 산타령은 불규칙 리듬이 많고 서도산타령은 비교적 규칙적이란 점, 서도는 템포가 빠르고 요성이 격렬한데 비해 경기는 비교적 느리고 매끈하다는 차이점을 이야기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사설 내용이 비교적 건전하며 리듬형이나 선율선, 활달한 창법, 다양한 표현법과 함께 대형을 만들며 합창으로 부르는 노래여서 협동심도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 그래서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사회나 학교 교육에서는 최적의 노래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 속풀이에서는 부여지방에서 해마다 6월이면 열리고 있는 시조 강습회와 충남지방의 내포제 시조의 김연소 예능보유자의 시조창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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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남도 무형문화제 내포제시조 보유자 김연소 명인의 공연 모습 |
시조창은 시조시에 장단과 선율을 얹어 부르는 정가의 일종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시조시는 초장, 중장, 종장의 3장 형식으로 구성된다. 또한 각 장은 안귀, 바깥귀로 구분이 되어 모두 6구가 된다. 예를 들어 <동창이 밝았느냐>는 초장의 안귀이고. <노고지리 우지진다>는 초장의 바깥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형을 3장6구체라 부른다.
이와 같은 시조시는 그 형식이 간결 소박하기 때문에 그 형태상의 특성이 유학자들의 취향과 딱 들어맞는다. 때문에 조선의 유학자들에 의해 크게 발전하게 된 분야가 곧 시조창인 셈이다. 훨씬 오래전 고려시대부터 지어졌고, 가곡처럼 5장 형식으로 불려 왔으나, 오늘날의 시조창과 같은 형태는 조선조 영조 무렵부터로 보고 있다.
시조창을 당시에는 시절가요라고도 했다. 당시에 널리 불린 유행가라는 의미이다. 특히 시조음악은 5박형과 8박형의 일정치 않은 장단구조로 짜여 있고, 선율의 구조도 기본음인 黃(Eb)위에 4도 음정을 쌓는 仲(Ab), 그리고 2도위의 林(B♭) 등, 3음이 중심을 이루는 간단한 선율형을 지니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노래는 세련 정제된 형식미를 갖추고 있고 유장한 선율선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며, 감정의 절제된 표현방법이나 장중한 창법상의 무게를 느끼게 되는 노래인 것이다.
특히 시조창은 자연지세(自然之勢)를 나타내는 격조 있는 전통성악이어서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를 새로운 이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노래이다. 마치 세상의 영욕(榮辱)이야말로 한낱 뜬구름에 불과한 것임을 조용히 일깨워 주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점잖은 노래가 바로 시조창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이러한 노래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밀려나 현대인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시조창의 앞날은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 불 보듯 뻔 함으로 중앙이나 지방 가릴 것 없이 전국의 시조인들은 깊은 고민 속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내포제시조의 김연소 예능보유자와 <충남통합시우회>의 이규환, 김영숙 등 제씨들은 정성을 다해 시조 관련 행사를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름하여 내포제 시조창의 경창대회나 연례나 월례강습회, 시조창 공연 등이다.
특히 강습회에는 때를 같이 하여 보유자의 발표회도 겸하고 있다. 이와 같은 행사가 부여지방에서 지속되어 왔다고 하는 사실은 내포제시조의 확산과 보급의 차원만이 아니라 국악계 전반에 기여하는 바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전통문화를 위하고 국악계를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행사인 것이다. 그래서 6월의 부여는 전국의 전문 시조꾼들과 애호가들이 발걸음을 모으는 달이 된 것이다.
바라건 데, 부여에서 울려 퍼지는 시조창의 기운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고 그래서 남녀노소 시조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이 점차 확산되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연소 명인의 발표회와 통합시우회가 주최하는 강습회가 해마다 성황을 이루어 지역의 큰 축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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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제5회 내포제시조창 경창대회 모습 |
단국대학교 국악과 교수
한국 전통음악학회 회장
전통음악진흥연구소 소장
충청남도·경상북도 문화재 위원
한중 학술 및 실연교류회 한국측 대표
UCLA. Korean Music Symposi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