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로 이루어지는 2인 무대인만큼 “1고수 2명창”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수는 소리꾼의 노래에 맞는 다양한 장단을 짚어주어야 하며, 적당한 대목에서는 '얼씨구', '좋지', ‘아먼’ 같은 추임새를 넣어 소리꾼의 흥을 돋우어 주면서 노래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 명고수에 청강 정철호 선생이 있다. 선생은 1996년 9월 10일에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보유자 청강 정철호 선생
▲ 미국 뉴욕 카네기홀 정철호 선생 아쟁 공연
원래 판소리 고법은 1978년 2월 2일 중요무형문화재 제59호로 지정되었다가 1991년 11월 1일 해제되어 판소리로 통합되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판소리에는, 현재 5바탕(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흥보가, 수궁가)과 고법에 1명씩 예능보유자가 지정되어 있다.
정철호 명고수는 1927년 전남 해남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이름난 소리꾼인 아버지 정치조 선생으로부터 판소리를 배웠고, 14살 때부터 임방울 명창에게 본격적으로 소리공부를 하였다. 임방울 문하에서 선생은 거문고와 고법도 함께 배웠고, 조선창극단에 있을 때 조상선 대가로부터 작곡을 배웠다. 또 아쟁 산조를 짜서(작곡) 연주하게 되었으며, “세종대왕가”, “열사가(안중근・유관순・이준)”, “백범 김구 선생가” 등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창작 판소리도 다양하게 작곡했다. 무형문화재 지정으로 보면 정철호 선생은 분명 고수이다. 하지만, 선생은 천하의 임방울 선생의 수제자로 명창이면서 작곡의 명인이고 아쟁산조의 창시자이다.
그 정철호 선생이 제8회 임방울류 <적벽가> 정철호 제자 연창 발표회를 오는 9월 25일 저녁 7시 30분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사)판소리고법보존회 주최, 중요무형문화재 정철호전수소 주관, 문화체육관광부・문화재청・한국문화재보호재단・국악방송 후원으로 연다.
▲ 정철호 선생의 제자 21명의 합북 공연
▲ 특별출연 정명숙 명무, 이등우 명창, 김수연 명창(왼쪽부터)
선생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말한다. “임방울제 판소리가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선생님의 수제자로서 한없이 면목 없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임방울제 판소리가 제대로 인정받을 때 대한민국의 판소리는 제대로 꽃 필 것이다. 이번 공연은 그런 뜻으로 열게 되었고, 임방울제 판소리가 제대로 전승되고 인정받을 때까지 온 정성을 쏟겠다.” 1961년 갑자기 세상을 뜬 임방을 선생은 누가 뭐래도 일제강점기와 해방 뒤 으뜸가는 소리꾼이었다. 선생의 소리를 후세에 길이 전승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철호 선생의 의지는 많은 사람들로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도종환 시인의 시 “맹골도 앞바다의 깊은 슬픔”을 바탕으로 정철호 선생이 직접 창작판소리를 만들어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전수조교 김수연 명창이 소리를 한다. 더불어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 후보 정명숙 명인이 살풀이춤으로 한을 달랜다.
▲ 정철호 선생의 창작판소리 음반, 김대중 옥중 단식가, 그날이여 영원하라, 열사가, 안중근전(왼쪽부터)
▲ 북을 치는 정철호 명고수
또 이번 공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서울시무형문화재 제25호 판소리고법 보유자 송원조 명인, 국악방송 사장 채치성 명인 등 정철호 선생의 제자 21명이 합북으로 무대를 빛나게 할 예정이며, 임방울류 정철호제 <적벽가>를 선생의 제자들이 연창으로 또한 임방울 선생의 소리를 이을 것이다.
국악을 좋아하고 판소리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이번 공연에서 고수의 진면목과 임방울류 판소리의 감동을 함께 누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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