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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누에치는 아낙은 비단을 입지 못하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867]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養蠶有何利  누에를 친들 무슨 이익 있으랴
   不見身上衣  자기 몸엔 비단옷 입지 못하니
   堪憐隣舍女  가엾어라 저 이웃집 아낙은
   日日摘桑歸  날마다 뽕잎 따서 돌아오는구나.


   
▲ <누에치는 아낙> 한시(漢詩)를 쓴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 초상

위는 조선 선조 대에 영의정을 지낸 문신 아계(鵝溪) 이산해(李山海, 1539 ~ 1609)가 쓴 잠부(蠶婦) 곧 <누에치는 아낙>이라는 제목의 한시(漢詩)입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누에치는 법을 가르쳤던 서릉씨(西陵氏)에게 제사를 지내고, 제사 뒤에는 왕비가 직점 뽕잎을 따는 모범을 보이는 국가의례 곧 “선잠제(先蠶祭)” 또는 친잠례(親蠶禮)를 했을 만큼 누에를 쳐서 옷감(비단, 견직물)을 짜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옷감을 짜는 여성들은 정작 비단옷을 입지 못하는데 이를 이산해는 안타깝게 여깁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뽕잎을 따고 누에를 쳐야 하는 아낙들이 안타까워 누에 치는 아낙의 눈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산해의 시말고도 지은이를 모르는 또 다른 <누에치는 아낙>이라는 한시도 역시 같은 정서를 노래합니다. “어제는 고을에 갔었는데 / 돌아 올 적엔 눈물 흠뻑 흘렸네 / 온 몸에 비단을 감고 있는 사람은 / 아무도 누에치는 사람들이 아니었네."

 

   
▲ 친잠례 재현행사 모습("티스클럽" 블로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