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秋風玉露洗銀河 가을바람과 옥 같은 이슬이 은하를 씻은 듯
月色由來此夜多 달빛은 예부터 이런 밤이 좋았다
惆悵浮雲能蔽日 슬프게도 뜬구름이 해를 가려버리니
停杯一問欲如何 술잔을 멈추고 한번 묻노니, 어쩌자는 것인가를
위 시는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학자인 양촌(陽村) 권근(權近)의 한시(漢詩) <중추2(仲秋2)>입니다. 권근은 조선 개국 뒤, 사병 폐지를 주장하여 왕권확립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길창부원군에 봉해졌으며, 대사성 · 세자좌빈객 따위를 역임하였지요. 문장에 뛰어났고, 경학에 밝았으며, 저서에는 《입학도설(入學圖說)》, 《양촌집(陽村集)》, 《사서오경구결(四書五經口訣)》, 《동현사략(東賢事略)》 따위가 있습니다.
▲ 보물 제호 권근 응제시주(應制詩註)-왼쪽, 권근의 《입학도설(入學圖說)》
위 시에서 슬프게도 뜬구름이 해를 가려버립니다. 해는 임금을 가리키고 뜬구름은 임금 곁에서 임금의 눈을 흐리는 간신배를 말하겠지요. 술을 마시던 것을 멈추고 권근은 묻습니다. 임금의 눈을 흐려서 나라가 망하면 어쩔 거냐고 말입니다. 만일 싹쓸바람이 있다면 뜬구름을 확 쓸어 가겠지요. 싹쓸바람이라는 토박이말은 초속 32.7m 이상으로 육지의 모든 것을 쓸어갈 만큼 피해가 아주 격심한 바람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