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어제 11월 22일 오후 3시 경기도 문화의전당 국악당에서 경기도문화의전당, 국악방송 후원으로 최근순의 명창의 <서울경기의 긴소리 12좌창의 품격> 공연이 있었다. “서울경기의 긴소리” 곧 12좌창이란 한곡 한곡이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곡조들이다. 장단 역시, 단조롭게 반복되는 6박형 도드리장단이다. 그래서 변화무쌍한 장단과 즉흥성이 강조되는 다른 노래들보다는 훨씬 재미가 덜 하다. 그러나 창법은 매우 어렵고 다양한 목구성을 요하는 노래이고, 소리꾼의 음악성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의 노래다.
그러기에 보통의 무대에서 소리꾼들은 이 12좌창을 외면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이날 주인공인 최근순 명창은 10여 년 전 이미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서 12좌창의 완창무대를 가진바 있다. 그만큼 최근순 명창은 쉬운 소리가 아닌 진정한 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소리꾼임을 말해준다.
![]() |
||
공연의 처음은 최근순 명창과 80여 명 제자들의 12좌창 대표곡이라 할 유산가가 울려 퍼진다. 사계축 소리꾼 박춘경이 지은 노래로 12잡가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유장한 유산가이다. 최근순 명창과 80명의 소리꾼이 부른 이날 공연의 첫 무대는 청중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특이하게도 무대 뒤쪽에서 원영조 씨의 피아노가 동서음악의 어울림을 멋지게 표현한다.
유산가 공연이 끝나자 단국대 서한범 명예교수와 최근순 명창의 대담이 시작되었다. 서한범 교수는 대담의 시작에 “내가 ‘12잡가라고 부르는 건 맞지 않다.’라고 지적해주니 바로 ‘서울경기의 긴소리’로 바꿔 부를 줄 아는 감각을 지녔다.‘라고 최 명창을 칭찬했다. 그리고 “12잡가를 대하는 최 명창의 마음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최 명창은 “12좌창은 길고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지 몰라도 지금 먹거리에서 슬로우푸드가 다시 각광을 받듯 12좌창은 분명 가치 있는 소리다. 청중들이 지루하게 생각하여 모두 자리를 뜨더라도 나는 끝까지 완창하겠다.”라는 의지를 밝혀 청중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마치 음악살롱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공연 형식을 취한 이날 공연은 서함범 교수와 최근순 명창의 해설을 겸한 대담이 간략히 이뤄진 뒤 1,2부로 나눠 공연이 이어졌다. 1부 첫 곡은 최근순 명창이 춘향가 가운데 신관사또 앞에서 매 맞는 춘향의 절개를 노래한 십장가를 불렀는데 한 대부터 시작하여 열 대까지 운자풀이로 부르는 십장가를 최근순 명창은 처절하지만 힘 있게 표현했다.
이후 최근순 명창의 출인가, 최근순ㆍ최은호ㆍ김정우 명창의 힘찬 적벽가가 이어졌고 형장가와 평양가, 제비가, 선유가, 방물가, 소춘향가, 달거리, 집장가 등 12곡 전부가 불려졌다.
이날 청중들은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낄 만 하지만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소리를 들어 슬로우푸드처럼 느린 소리 12좌창의 진가를 확인한 듯하였다.
![]() |
||
공연 뒤 서한범 교수는 “최근순 명창을 만날 때 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잘 달리고 있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말이다. 항상 소리 속에서 소리와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금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 명창은 12좌창이 힘들고 어려운 노래이지만 그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 정성을 쏟는 진정한 소리꾼임을 오늘 공연을 보면서 새삼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
용인 민속촌과 자리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경기도 문화의전당국악당에서 울려 퍼진 느린 음악 “서울경기의 긴소리” 곧 12좌창의 향기는 보슬비 내리는 늦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맞아 떨어져 가슴을 촉촉이 적셨다. 최 명창과 청중들은 이로써 “서울경기의 긴소리”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소리로 거듭 태어나기를 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