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국악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큰 어른 가운데 한분인 벽파 이창배(1916~1983) 선생. 그는 경서도 소리의 중시조이자 경제시조창(京制時調唱: 서울, 경기 지방의 독특한 시조 창법. 박절이 엄정하고 속목을 쓰는 것이 특징)의 대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벽파는 경서도 소리의 예술적 위상뿐 아니라 학문적 위상까지 높인 인물로 평가됨은 물론, 현존하는 경서도 소리의 체계적 전승과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 내로라하는 경서도 소리꾼 가운데 선생의 지도를 받지 않은 이가 없다 하니 선생이 어떤 분인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 벽파 이창배 선생을 기리는 “제1회 벽파대상 국악대제전 전국 국악경연”(대회장 이상만⋅황용주)이 벽파국악대전 추진위원회와 (사)선소리산타령연구보존회 주최, 대한민국 국회, 교육부, 서울특별시, 국립국악원, 성동구청 후원으로 지난 11월 23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서 열렸다.
▲ 경연대회 모습
▲ 경연대회 모습
이날 황용주 대회장(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산타령 예능보유자)은 “벽파 이창배 선생님의 크나큰 은혜를 입어 오늘날 우리 제자들이 존재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간 우리의 불민함으로 선생님의 업적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마는 네 차례의 학술대회를 거쳤고, 오늘에 와서야 제1회 벽파대상 전국 국악경연대회를 열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이로써 벽파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경연대회는 명창부 대상으로 국회의장상이 주어지는 무게 있는 대회인 만큼 벽파선생의 이름에 걸맞게 명창부 55명을 비롯해 일반부 161명 등 모두 405명의 신청자가 몰려 주최 측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아침 9시 30분부터 시작한 경연은 저녁이 다 돼서야 끝나는 강행군이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춘 경연자들의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장인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한국전통음악학회 회장)와 14명의 심사위원들은 수상자 선정에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 명창부 심사위원들의 심사모습
경연대회 수상자를 보면 벽파대상(국회의장상, 대회장상, 상금 300만원)에 명창부 유산가를 부른 박정미 씨가 뽑혔고, 일반부 대상(서울특별시장상)은 조아름 씨, 단체부 대상(성동구청장상)은 유귀자 씨, 고등부 대상(성동구청장상)은 이채현 양, 중등부 대상(설훈 국회의원상)은 김가예 양, 초등부 대상(성동구청장상)은 변서현 양이 받았다. 이밖에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 등이 주어졌고, 지도자상으로 이은주, 이건자, 이춘희, 김경배 선생이 받았다.
심사위장장 서한범 교수는 “첫 경연대회인데도 많은 신청자가 몰렸을 뿐 아니라 경연자들이 벽파대상에 걸맞게 수준이 높아 옥석을 가리는데 모든 심사위원들이 고심했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다.” 라며 경연자들의 높은 실력을 칭찬했다. 이어서 서한범 교수는 “지금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닌 보여주는 시대여서 율동, 장단을 타고 가는 소리, 표정까지 신경 써야만 한다. 또한 경서도 소리는 목을 예쁘게 가다듬어야 하기에, 학생들은 기초를 잘 닦아야 하고, 명창부는 독특한 자기만의 소리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 경연대회 벽파대상(국회의장상, 대회장상, 상금 300만원)을 받는 박정미 씨(사진 성동문화원 제공)
경연대회에서 출인가를 부른 안귀녀 씨는 “떨려서 제대로 불렀는지 모르겠다. 오늘 경연대회는 경서도민요의 큰 스승이신 벽파 선생님을 기리는 것이어서 수상 여부를 떠나 무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앞으로 벽파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경서도 소리를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라고 경연 소감을 말했다.
“제1회 벽파대상 국악대제전 전국 국악경연”을 지켜본 경연자와 심사위원 그리고 청중들은 벽파정신을 잇는 이 경연대회가 성공리에 끝났음을 기뻐하며, 앞으로 이 대회가 경서도소리의 발전에 큰 몫을 해주리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