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김영조 기자] 요즘은 오리털로 된 두꺼운 점퍼를 입기에 웬만한 추위에는 끄떡없습니다. 그런데 예전 사람들은 어떻게 추위를 견뎠을 까요? 그 대표적인 옷이 바로 누비옷입니다. 누비란 말은 승복(僧服)인 납의(衲衣)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납’은 기웠다는 뜻이지요. 불교가 인도에서 발생한 당시부터 불제자들은 고행의 한 수련법으로 세상 사람들이 내버린 여러 가지 낡은 헝겊을 모아서 누덕누덕 기워 만든 납의라는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납의처럼 기운 흔적을 살린 옷을 해 입게 되고 그것을 납의라고 하다가 누비옷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누비 간격에 따라 안감과 겉감 사이에 넣는 솜의 양을 달리하고 세로선으로 누벼주면 입체적인 세로의 누비선이 생기지요. 누비는 원래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한의 기능과 옷감을 오래가게 하는 등 실용적인 목적이 담긴 옷입니다. 그러다가 점차 옷감이나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요즘은 장식성이 뛰어난 각종 주머니, 보자기 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 이선희 교수 작품
누비는 솜의 유무, 누벼진 형태, 누비간격 등에 따라 그 종류가 나뉩니다. 먼저 솜을 넣는 ‘솜누비’와 솜을 쓰지 않고 옷감 두 겹만을 누비는 ‘겹누비’가 있지요. 누벼진 형태에 따라서 ‘오목누비’와 ‘납작누비’, 누비간격에 따라서는 ‘잔누비(세누비)’‘중누비’‘드믄누비(광누비)’로 나눕니다. 잔누비는 누비간격이 0.5㎝에서 1㎝까지 세밀하게 누비고, 중누비는 2.5㎝ 안팎의 간격으로 누비며, 드문누비는 5㎝ 정도로 넓게 누빕니다. 이밖에도 무엇으로 누비느냐에 따라 ‘손누비’와 ‘기계누비’가 있고, 누비선의 형태에 따라 ‘직선누비’와 ‘곡선누비’가 있으며, 바느질 방법에 따라 ‘홈질누비’와 ‘박음질 누비’로 나뉘지요.
손누비는 누비선 한 줄을 한 가닥의 실로 누벼주는데 누비선이 길 경우에는 거의 3미터에 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길어도 한 줄의 누비실로 중간에 자르지 않고 누비는데, 이것은 누비선이 생명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옛날 우리의 옷은 형태뿐 아니라 옷이 갖는 의미와 옷을 입을 사람에 대한 마음까지 담아 디자인했습니다. 그래서 누비를 할 때 옷 입을 사람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하면 그 마음이 옷 속에 스며들어 입는 사람을 지켜 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아이들의 옷에 누비옷이 많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