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정유재란 때 어전회의에서 왕이 영변으로 피난 갈 것으로 정하고, 모든 벼슬어치들이 몰려가려면 장을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했다. 이때 남자안(南子安)이 ‘신공(申公)을 합장사(合醬使, 임금이 피난을 갈 때 피난처에서 먹을 장을 마련하는 벼슬)로 삼아 영변 땅에 먼저 파견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한유천(韓柳川)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신공만은 안 됩니다. 신이라는 성은 장 담그기를 꺼리는 달인 신일(辛日)과 음이 같으니 신불합장(申不合醬)이라 좋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위는 선조실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임금이 피난 갈 때도 장을 마련하는 벼슬아치를 피난지에 먼저 보낼 정도로 장은 우리 겨레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먹거리였다. 또 장은 현대에 와서는 더욱 건강식품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장들이 유전자조작 콩으로 만든 장이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 우리콩 전통장 담그기행사 열음식(개막식) 모습
▲ 전통장문화 시범학교 협약식
▲ 정효성 서울시 제1부시장(오른쪽)이 전통장 시범학교장에게 장을 기증하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꼭 먹어야 할 장은 학교의 무상급식 논쟁에 휘말려 제대로 먹지 못할 지경까지 와버렸다. 이때 서울시는 순창군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전통장문화 시범학교 5곳을 선정하여 육성하고 있으며, 어제 4월 24일 늦은 2시에는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우리콩 전통장 담그기 행사”를 벌였다.
행사는 먼저 서울시 정효성 제1부시장의 인사말, 황숙주 순창군수의 축사, 전통장문화 시범학교 운영 협약식, 정효성 부시장이 전통장문화 시범학교장에게 준 장 기증식, 절음식 전문가 선재스님의 특강으로 이루어진 열음식(개막식)이 있었다. 선재스님은 특강에서 “요즘 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우리콩으로 만든 전통장을 꾸준히 먹었을 때 장은 몸 안의 독성을 없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며 우리 전통장을 더 많이 사랑해줄 것을 당부했다.
▲ 축하공연 방아타령
▲ 특강을 하는 절음식 전문가 선재스님
열음식(개막식)이 끝난 다음 시범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체험장으로 이동하여 직접 고추장을 담가보는 체험행사가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고추장을 비벼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에 엄마들도 흐뭇해했다. 한편에서는 꼬마 메주 빚어보기 체험도 했는데, 한옥마을에는 장 향기가 진동해 중국인 관광객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기도 했다.
이날 체험행사에 참여해 고추장을 비벼본 상일동 상일초등학교 3학년 정아름 양은 “고추장 냄새와 맛이 맵기도 했지만 비벼보니까 참 재미있어요. 또 이 고추장이 몸에도 좋다고 하니까 앞으로 고추장 좋아할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정아름 양의 어머니 신현숙(39, 주부) 씨는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보니 전통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한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대충 배워보았지만 앞으로 제대로 장 담그기를 배워 유전자 조작이 되지 않은 우리콩으로 직접 장을 담가 먹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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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게 고추장을 버무리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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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 메주 빚기 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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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장 버무리기 체험장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