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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편지로 자신의 마음 전하기를 즐겼던 임금은 누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004]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조선시대 임금 가운데 정조(正祖, 1752~1800)는 재위 기간 내내 과중한 격무에 시달렸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시간을 쪼개어 많은 편지를 쓴 임금입니다. 그는 편지로 막후에서 정치에 활용하기도 했고, 인척과 가까운 신하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했지요. 정조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편지 쓰기를 좋아했는데 다음의 숙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보면 그의 어린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 정조가 원손 시절 외숙모에게 보낸 한글편지

“숙모님께
가을바람에 기후 평안하신지 문안을 알기를 바라오며, 뵈온 지 오래되어 섭섭하고 그리워하였는데, 어제 봉한 편지를 보고 든든하고 반가워하였으며 할아버님께서도 평안하시다 하오니, 기쁘기 한이 없나이다.
― 원손(元孫) 올림"

정조가 아직 왕세손(王世孫)으로 책봉되기 전 외숙모에게 보낸 한 통의 한글 편지입니다. 어린 왕세손이 편지를 보낸 외숙모는 사도세자의 빈(嬪)이던 혜경궁 홍씨의 친정 오라버니댁큰 외숙모인 여흥 민씨에게 보낸 것이지요. 편지 내용을 보면 외가의 집안 어른께 문안을 드리는 편지의 형식에 맞추어 편지를 쓰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며 어린 감수성이 그대로 묻어나온 여느 아이의 편지와 전혀 다름없습니다.

 

   
▲ 정조가 노론계 인물로 벽파의 영수였던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

정조는 외사촌 동생이던 홍취영(洪就榮, 1759~?)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특히 조카인 홍재주(洪載周)에게 8권 2책의 《아송》을 선물로 줍니다. 이는 어린 조카가 공부해야 할 방향까지 신경을 쓴 정조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대목인데 이를 받은 홍재주는 큰 감동을 받았음에 틀림없습니다. 정조는 재위기간 동안에도 편지를 즐겨 썼는데 심지어 편지를 활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반대편에 있던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음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가깝게 하기 위해 편지를 잘 활용했던 것이지요. 이제는 편지를 거의 쓰지 않는 시대지만 따스한 마음을 전하는 수단으로 편지 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