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1 (토)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기원과 덕담으로 청중이 행복한 유지숙 명창 공연 열려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중앙에는 황제지신 오방지신이 하강하사 소원성취 발원이요 당상학발 절로나오는 오동나무 상상봉에 슬하같이 점제하고 무쇠목숨이 돌큰달어 천만세를 점제할제 이집주인에 대동할제 대명당에다 집을 짓고 수명당에다 우물을 파고 아들을 나면 효자 낳고 딸을 나면 열녀 낳고 나라에는 충신동이 부모에는 효자동이 일가문중에 화목동이 형제에는 우애동이 친구에는 유신동이 둥글동글 수박동이 부채살에 화락동이...” 


청중들을 위한 유지숙 명창의 축원경이 온 공연장을 휩싼다. 청중들은 숨을 죽인 채 감동의 도가니로 빠진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 울려 퍼지는 축원경이야말로 얼마나 큰 위안이던가 

 

   

▲ "반메기 비나리"를 부르는 유지숙 명창


   

▲ 전형적인 불교소리인 화청(백발가)을 담담하게 살짝 무게 있는 음성으로 풀어나가는 유지숙 명창



어제 518일 저녁 730분 서울 삼성동 한국의집(코우스)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명창의 기원덕담(祈願德談) 공연이 열렸다. 지난해 유 명창은 기원덕담(祈願德談) 음반을 낸 적이 있다. 그러나 국내 공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달 일본 초청 공연에서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이번에 국내 공연을 하게 되었다. 


공연은 축원으로 시작되었는데 꽹과리를 치며 반메기 비나리로 풀어 나갔다. 입추의 여지 없이 숨죽이며 '축원'이 이어지는 동안 긴장된 청중들의 얼굴에서는 환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일심정념은 극락세계라로 시작하여 마지막은 복덕을 누리며 살라는 축원을 담는다. 잔잔한 꽹과리 소리에 비나리는 청중의 가슴 속으로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이어서 전형적인 불교소리인 화청(백발가)을 담담하게 불렀는데 무거운듯 하면서도 밝은 느낌이다. 징 소리에 맞춰 서도소리 성음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유 명창의 얼굴엔 마치 득도한 듯한 모습이 언뜻 언뜻 비친다. 청중들은 서도소리의 격조 있고 품위 있는 선율과 불교소리가 잘 어우러졌다는 느낌을 받은 듯 공연에 흠뻑 빠져든 느낌이다. 

 

   

▲ 이영선, 고다연, 박현주 명창의 가야금 병창 남도잡가 “보렴”



   

▲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바탕으로 한 “회심곡”을 부르는 유지숙 명창



이어서 이영선, 고다연, 박현주 명창이 무대에 올라 가야금 병창으로 본래 사당패의 소리였던 남도잡가 보렴을 선보인다. 가야금 소리에 맞춘 힘차고 시원한 가락은 청중들의 귀를 씻어준다. 


다시 무대에 등장한 유지숙 명창. 부모의 크고 깊은 은혜를 보답하도록 가르친 불교 경전인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바탕으로 한 회심곡을 부른다. 늘 오월이면 부모의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많은 명창들이 부르는 회심곡, 유 명창의 소리에 담으니 또 다른 감동이 가슴을 꽉 메운다. 

 

   

▲ 회심곡을 부른 유지숙 명창에 이어 진유림 명무가 승무를 이어받는다



   

▲ 얇은 사(紗) 하이얀 소복으로 승무를 추는 진유림 명무



회심곡이 끝나갈 무렵 진유림 명무가 나와 얇은 사() 하이얀 소복으로 승무를 춘다.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에는 북채가 쥐어 있고, 혼을 다한 북 두드림은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손뼉세례를 받는다. 고깔을 쓰지 않고 추는 승무는 살풀이를 연상하듯 또 다른 멋을 자아낸다. 


다음에 이어지는 무대는 이번 공연의 진수였다. 먼저 피리의 최경만 명인이 서도소리의 대표적인 선율들을 모아 즉흥곡을 연주했고 이어 유지숙 명창이 무대에 올라 최경만 명인의 피리 반주에 맞춰 황해도지방의 대표적인 민요 산염불과 자진염불을 불렀다. 두 명인 명창의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무대와 관객은 그야말로 혼연일체였다.  

 

   

▲ 최경만 명인이 서도소리의 대표적인 선율들을 모아 즉흥곡을 연주한다.



   

▲ 최경만 명인의 피리 반주에 맞춰 산염불과 자진염불을 부르는 유지숙 명창



   

▲ 북 하나로 집안의 안녕과 복을 빌었던 “축원경”과 삶에 있어서 어려운 대목이라는 삼재를 풀어주는 “삼재풀이”로 공연을 마무리 한다



마지막으로 황근하, 유병욱, 장효선, 이나라, 류지선, 장태평, 김지원의 반주에 맞춰 축원경과 삼재풀이로 공연을 마무리 한다. 북 하나로 집안의 안녕과 복을 빌었던 축원경”, 삶에 있어서 어려운 대목이라는 삼재를 풀어주는 삼재풀이는 청중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이로써 유지숙 명창에게 집안의 안녕과 복을 듬뿍 받아간 청중들은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고 마음은 평안으로 넘쳐 난듯 화사한 모습이었다. 


의왕시에게 왔다는 서인경(47, 교사) 씨는 공연에서 이렇게 복을 한아름 받아가기는 처음이다. 유지숙 명창의 소리야 내가 정말 좋아하지만 그 소리로 기원과 덕담을 받았으니 이보다 행복할 일이 어디 있을까? 이 공연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여 지금 고통을 받는 많은 이웃들이 다시 웃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서초동에서 온 주영미(62, 주부) 씨는 "명창의 소리가 '기원과 덕담'의 형태로 대중들의 희노애락을 보듬어 준 것 같다. 되는 일도 없는 일상에서 답답했는데 공연을 보고나서 위안을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예술이 일상의 삶 속에 꽃이 핀 의미있는 공연이었다고 청중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