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고구려 고분군(古墓群) 성 앞 무수한 피라밋 무덤들 (달) 삼십 년 전 헝클어져 있던 곳 (돌) 돌결에 스며든 고구려 숨결 (빛) 언젠가 우리 품에 안길 테지 (심) ... 2024.11.15. 불한시사 합작시 오래도록 꿈꾸어 오던 고구려 답사여행을 다녀왔다. 옛 도읍지인 집안(輯安) 일대를 중심으로, 광활한 만주벌의 바람 속에서 다시금 고구려인의 숨결을 호흡해 보고자 한 여정이었다. 그곳은 시간을 넘어선 한 민족의 혼(魂)이 대지의 융기와 더불어 피어난 성역(聖域)이었다. 우리는 공간적ㆍ시간적 제약을 훌훌 벗어던지고, 역사의 숨결과 현재의 호흡을 한 호흡으로 잇고 싶었다. 그 속에서 민족적 자각의 무한한 확장을 감동적으로 체험하려 했다. 특히 환도성(丸都城)과 국내성 사이, 압록강을 굽어보는 능선 아래 펼쳐진 수많은 피라밋형 고분군을 마주한 순간은 잊을 수 없다. 거기에는 장수왕릉(長壽王陵)을 닮은 귀족과 장군들의 장대한 무덤들이 하늘과 맞닿은 각도로 솟아 있었다. 그 기단은 석축으로 단단히 다져져 피라밋처럼 계단을 이루고, 석재의 결마다 하늘을 향한 의지와 불멸의 신념이 서려 있었다. 그 앞에 서면, 멀게만 느껴졌던 고대사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이귀영)이 오는 11월 25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서울 강남구)에서 기획공연 <예인열전(藝人列傳) - 김오현, 뿌리를 지키다>를 연다. ‘예인열전’은 2011년부터 이어진 이 시대 예인의 삶을 집중 조명하는 공연 시리즈로, 이번에는 진도씻김굿 전승교육사 김오현의 예술인생을 조명한다. 11월 5일 수요일부터 네이버에서 예매가 시작된다. 김오현은 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 악사로 알려졌지만, 악기 연주 말고도 소리, 춤 분야에서도 다재다능하다. 김오현의 고향은 민속예술의 땅이라고 불리는 진도로, 슬픔을 마을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흥으로 승화하는 독특한 상ㆍ장례문화를 가지고 있다. 사라져 가는 전통 장례의 원형을 보여주면서 높은 예술성도 지녀, 진도 상ㆍ장례문화의 일부가 국가·전남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진도씻김굿*, 진도다시래기**, 진도만가*** 등이 있다. * 진도씻김굿: 국가무형유산, 죽은 이의 영혼이 모든 원한을 씻고 편안한 세계로 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굿, 춤이나 음악에서 예술적 요소가 뛰어남 ** 진도다시래기: 국가무형유산, 초상이 났을 때 전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일본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 함께 ‘경직도(耕織圖)로 본 한일 농경생활 문화’를 주제로 11월 7일(목)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이번 학술대회는 두 박물관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제4차 한일학술교류 사업의 하나로, 그동안의 학술교류 성과를 공유하고 한일 국교 정상화 60돌을 기리기 위해 마련되었다. □ 제4차 한일학술교류: 해양민속에 이어 농경문화 비교 연구 국립민속박물관과 일본국립역사민속박물관은 제3차 학술교류사업에서 두 나라의 ‘해양민속’을 견준 데 이어, 이번에는 ‘농경문화’를 비교하기 위해 ‘경직도(耕織圖)’를 연구 대상으로 선택했다. 경직도는 백성들이 농사짓고 누에 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남송대 누숙(樓璹, 1090~1162)이 송 고종에게 바친 누숙경직도(樓璹耕織圖)를 기원으로 하는 이 그림은 한국과 일본으로 전래하면서 각국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그림으로 발전했다. 두 박물관은 경직도가 양국에서 공통으로 유행한 그림이면서도 각 나라의 풍속과 현실을 서로 다르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를 바탕으로 한일 농경생활 문화를 비교ㆍ연구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대표 서광일)이 다문화 가족과 함께 만든 국악극 〈금다래꿍〉 발표회가 지난 11월 2일 부평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발표회는 인천광역시 「2025년 문화공간 조성 지원」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다문화 가족어린이 국악극 교육 프로그램의 결실로, 교육에 참여한 다문화가족과 그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하고 감동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부평구 소재 다울빛 이주민지원센터와 협력하여 지역 다문화가족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홍보ㆍ참가자를 모집했으며, 중국ㆍ베트남ㆍ카자흐스탄ㆍ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다문화가족 20여 명이 교육에 참여해 이중 10여 명이 무대에 올랐다. 교육은 2025년 5월부터 9월까지 매주 토요일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에서 모두 20회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서도민요 ‘금다래꿍’을 배우고 사물놀이 악기 연습, 동물 캐릭터 연기, 극 구성과 동선 훈련 등 전통예술 전 과정을 경험했다. 특히 사물놀이의 자연적 상징인 ‘꽹과리-천둥, 징-바람, 장구-비, 북-구름’을 이야가와 연계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금다래 할머니와 동물 친구들이 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전통이 가장 ‘뜨거운 시대다. 2025년 10월 기준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간 누적 방문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대비 70% 이상 늘어난 수치로, 이제 한국의 전통문화는 루브르나 바티칸에 견줄 만큼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통을 잇는 ‘요즘 세대’의 책이 새로 나왔다. 20대 중반에 단청장 이수자가 된 안유진이 직접 작업한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이덴슬리벨)이다. 이 책은 궁궐과 절 등 전통 건축물에 남아있는 화려한 단청 무늬를 원형 그대로 옮겨 담았다. 단청 무늬의 쓰임과 위치에 대한 설명이 함께 실려 있어 색을 칠하면서 우리 건축과 예술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컬러링북과는 달리 채색 가이드를 제시하는 대신 ‘전통 단청의 채색’을 설명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자들은 원하는 재료로 자유롭게 단청에 색을 입히면 된다. 다만 전통 단청에 사용되는 ‘오방색(청ㆍ적ㆍ황ㆍ백ㆍ흑)’을 활용한다면 더욱 깊은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청은 주로 처마 아래,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자연스레 하늘을 함께 바라보게 되는데, 지은이 안유진은 이것이 단청의 본질이라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삼족오(三足烏) 세 발로 우뚝 선 고구려의 꿈 (빛) 어둠을 내쫓는 태양의 새여! (돌) 천지인 아울러 큰 날개 펴니 (초) 이 땅을 밝히며 날아오르네 (달) ... 24.11.13. 불한시사 합작시 지난해 늦가을, 불한시사(弗寒詩社)의 시벗들과 함께 고구려의 도읍지 국내성(國內城)이 있는 집안(輯安/集安)을 찾았다. 압록강 물빛은 유리같이 맑았고, 오녀산성(홀승골성)과 환도성(위나암성) 등 산등성이마다 옛 성곽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우리는 고구려 벽화고분과 박물관의 유물을 두루 살펴보다가, 태양 속에 새겨진 삼족오(三足烏) 상을 마주하고 저마다 감흥을 얻어 이 짧은 합작시를 지었다. 삼족오는 본래 태양의 새(陽鳥)로서, 세 발은 천지인(天ㆍ地ㆍ人)의 삼재를 상징하며, 세 가지 발이 균형을 이루어 움직이는 형상은 만물의 조화와 순환, 도(道)의 삼원(心ㆍ物ㆍ行)을 뜻한다. 그 깃은 검어 현묘하고 으뜸된 기운(玄元之氣)을 품고, 그 몸은 붉어 태양의 따뜻한 빛(火德之光)을 머금으며, 날개를 펼칠 때 우주의 질서가 함께 돌아간다. 고구려인에게 삼족오는 단순한 신화의 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왕도(王道)의 상징이자, 민족의 혼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은 11월 21일(금)부터 11월 29일(토)까지 창극 <이날치전>을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조선 후기 8명창 가운데 한 명이자, 날쌔게 줄을 잘 탄다고 하여 ‘날치’라 불린 이경숙(1820~1892)의 삶을 소재로 한 창작 창극이다. 2024년 초연 당시 전통연희와 판소리가 어우러진 유쾌한 무대로 호평을 받으며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한 작품으로, 약 1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난다. <이날치전>은 양반집 머슴으로 태어나 줄광대로 활동하다 명창의 북재비로 들어가, 온갖 수모를 견디며 귀동냥으로 소리를 익힌 끝에 명창의 반열에 오른 이날치의 일대기를 그린다. 극본을 맡은 윤석미 작가는 역사서 속 인물의 단편적 기록에 상상력을 더해 서사를 새롭게 구성했다. 신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예인(藝人)으로 살아간 이날치의 삶을 다양한 일화와 함께 생생하게 풀어낸다. 2024년 초연 당시 전통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되 다양한 전통연희를 조화롭게 녹여낸 연출과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탄탄한 소리 기량이 어우러지며, 관객이 함께 호흡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압록강 가을 가을비 오네 강 건너 북녘땅 (달) 헐벗은 산하 돌아갈 길 먼데 (돌) 강 안개 강버들 기러기 날고 (빛) 찬 비 너머 북녘 더 쓸쓸하네 (심) ... 24.11.10. 불한산방합작시 지난해 가을 이맘때였다. 불한시사 시벗들과 고구려의 옛 땅을 따라 며칠을 걷던 여정이었다. 국내성과 환도성이 있는 집안(輯安) 지역을 거닐며, 이 강산에 켜켜이 스며든 역사의 숨결을 함께 되새겼다. 그때 주고받던 합작시(合作詩) 가운데 하나가 오늘의 시로 남았다. 날마다 아침 압록강가를 걸으며 북한 땅을 바라보던 그 순간, 그 심정을 한민족이라면 어찌 짐작하지 못하겠는가. 말로 다할 수 없는 괴로움, 오직 침묵으로 삼켜야 했던 아픔이었다. 몇 겹의 철조망 넘어, 푸른 강물을 건너다보이는 민둥산의 연봉들, 초라한 마을들과 그 아래로 자리 잡은 초소와 병영들, 그 모든 풍경이 침묵으로만 응답하였다. 그날의 강바람과 낙엽, 희미하게 내리던 눈발과 흩뿌리던 빗줄기 사이로 우리는 무언의 소원을 되뇌었다. 언제쯤이면 이 강과 저 산을 마음껏 건너고 가로질러 달릴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고구려의 광대한 고토와 산야를 우리의 품 안에서 다시 안아볼 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국악원(원장 직무대리 강대금)은 오는 10월 29일(수)과 30일(목)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민속악단 기획공연 ‘신(新)산조’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전통 산조의 본류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담은 새로운 형태의 창작 산조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민속악단 단원들이 직접 구성과 연주에 참여하여, 각 악기의 개성과 시대의 감성을 결합한 ‘오늘의 산조’를 만들어냈다. ‘산조(散調)’란 민속음악에 속하는 기악 독주곡을 일컫는 말로 연주자의 기량과 악기의 표현을 돋보이게 하는 음악이다. 산조는 명인의 음악 세계와 연주의 깊이를 온전히 담고 있기에 전통 기악곡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산조는 19세기 후반 그 틀을 갖춘 이래, 몇 세대를 거치며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발전하였다. 오늘날 연주되는 산조는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번 공연은 민속악단이 새롭게 만든 산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음악사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공연 프로그램은 ▲백낙준 거문고 산조(이선화 복원 연주), ▲정준호의 장구산조, ▲원완철의 대금산조, ▲배런의 아쟁산조, ▲이재하의 거문고ㆍ대금 산조 이중주 ‘금적(今積’), ▲이재혁의 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람들의 일상과 공동체의 기억을 담아내는 ‘민속’은 지금 어디쯤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이 학계와 손을 맞잡는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오는 10월 31일(금) 민속학계와 연합 학술대회를 연다. 이번 학술대회는 ‘박물관과 학회의 연대’를 중심 주제로, 학문과 현장, 공공과 실천이 만나는 새로운 지점을 찾고자 마련되었다. ■ 민속학, 다시 사회와 호흡하다 이번 학술대회는 “민속학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학회 쪽에서는 허용호 한국민속학회장이 〈민속학, 오늘도 위기인가〉를 통해 한국 민속학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와 학문적 정체성의 현주소를 짚을 예정이며, 정연학 비교민속학회장은 〈민속 관련 학회의 지속 가능성과 필요성〉을 발표해 학문 공동체의 재구성과 연대의 방향을 모색한다. 이어 강정원 한국문화인류학회장은 〈한국민속학자대회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대안〉을 통해 민속학 내부의 역사적 성찰과 제도적 과제를 조명할 예정이다. 박물관에서는 우승하 학예연구관이 〈박물관과 학회의 교차점에서: 민속학 협력사업의 실천과 과제〉를 통해 학문 연구와 공공기관의 실천이 만나는 접점을 제시하며,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