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날씨가 좋은 만큼, 책 한 권을 들고 밖에 나가 읽으면 그만한 호사가 없다. 책은 읽고 또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참 좋은 벗이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일종의 성향이라, 옛날에도 책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다. 책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은가 하면,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아동청소년문학기획팀 ‘마술연필’이 쓴 이 책,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책을 좋아했을까?》에는 옛사람 가운데 책을 유난히 아끼고 좋아했던 이들의 모습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책에 소개된 세종대왕, 신사임당, 유희춘, 허균, 김득신, 이덕무, 조신선, 정약용, 김구 가운데 ‘집을 도서관으로 만든 책 사냥꾼’, 유희춘의 이야기가 퍽 흥미롭다. 유희춘은 1513년 해남에서 태어나 간신들의 모함으로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미암일기》를 남긴 조선의 문인이다. 그는 학식이 높기로도 이름났지만, 한양의 으뜸 책 수집가로 더 유명했다. 한번 마음먹은 책은 조선 팔도를 뒤져서라도 손에 넣고 마는 집념이 있었다. 그가 모은 책은 대략 4천 권쯤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에도 책 4천 권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1) 내시 이만을 목 베고, 세자의 현빈 유씨를 내쫓았다. ㅡ태조 2년(1393) 6월 19일 명절 연휴가 끝나는 막바지, 가족 사이는 더 멀어지기도,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사이는 반갑기도 하지만 긴장도 흐른다. 늘 편하지만은 않고, 가까운 만큼 더 큰 파괴력을 가진 사이가 가족관계다. 가족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모습은 조선 왕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세자와 사이가 좋지 못한 며느리 문제로 속을 끓일 때가 많았다. 이경채가 쓴 이 책, 《조선왕가 며느리 스캔들》에서는 한 집안의 며느리였던 조선 여성들이 여러 가지 음행으로 구설에 오른 이야기를 다룬다. 태조 이성계의 세자빈이었던 현빈 유씨의 일탈부터, ‘성군 세종에게 치욕을 안겨준 두 맏며느리’, ‘중의 아이를 낳은 경녕군의 셋째며느리’, ‘효령대군의 손부 어우동 사건의 진실' 등으로 구성되어 엄격한 유교사회에 가려진 솔직한 민낯을 보여준다. 이들의 일탈은 조선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지나친 억압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특히 법도가 지엄했던 궁중에서, 차기 국모가 될 세자빈들의 일탈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묵과하기 어려운 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 이야기. ‘교과서’로 만난 역사는 참 딱딱한 적이 많았다. 과정은 생략되고, 연대와 결과 위주로 건조하게 서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역사’를 꼽는 학생들도 적지 않고, 역사에 흥미를 잃어버린 채 성인이 되어서도 역사책은 전혀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은이 정명섭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조선사건실록》을 통해 결과만을 보여주는 교과서, 지루한 암기 과목이 되어 버린 ‘역사’라는 과목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 교과서에 간단하게 나오는 사건의 이면을 자세히 보여주며 역사는 한 편의 드라마, 박진감 넘치는 서사를 가진 생생한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책에는 ‘불패의 장수, 이성계’로 시작해 ‘멸망의 전주곡, 고종의 춘생문 사건(1895년)’에 이르기까지 모두 16개의 사건이 실려있다. 지은이의 속도감 있는 필력 덕분에 역사가 이토록 재밌는 것이었는가 새삼 감탄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존현각 정조 암살 미수 사건(1777년)’이다. 조선 임금에 대한 은밀한 독살 시도나 반란은 많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객으로 암살을 시도했던 사건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석복(惜福). 누릴 복을 아낀다는 뜻이다. 사물은 성대하면 반드시 쇠하게 되니, 절제와 겸양으로 누릴 복을 아껴 오래오래 보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약간 모자란 느낌이 들 때 그치는 슬기로움과도 통한다. 복록은 무한정 있지 않으니 아껴서 조금씩 누리고, 나 혼자 누리지 않고 주변에 나눠주는 것이 현명하게 누리는 길이다. 정민이 쓴 이 책, 《석복》은 이와 같은 슬기로움을 가득 품고 있다. 고문헌과 고사에서 오늘날 꼭 필요한 지혜를 찾아내 명쾌한 해설을 곁들였다. 짧지만 강렬한 문장들이 청량한 죽비처럼 정신을 깨운다. 이런저런 욕심과 근심으로 혼탁해진 마음에 맑은 슬기로움 한 사발을 들이켜는 느낌이다. 책은 ‘마음 간수’, ‘공부의 요령’, ‘발밑의 행복’, ‘바로 보고 멀리 보자’의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석복’은 그 가운데 ‘마음 간수’ 편에 실려있다. 석복의 지혜는 광릉부원군 이극배와 홍언필의 몸가짐에서 잘 드러난다. (p.12) 엮은이를 알 수 없는 《석복수전서》의 첫 장은 제목이 ‘석복’이다. 복을 다 누리려 들지 말고 아끼라는 뜻이다. 여러 예를 들었는데 광평부원군 이극배(1422~1495)의 이야기가 첫머리에 나온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02) 매화나무 드문드문 꽃 적게 붙어 있고 그 성기고 마름과 비스듬히 기운 것 사랑하네 다시 삼성이니 저녁이니 새벽이니 변별할 필요 없으리니 향기로운 가지 끝에 달이 떴나 바라보게나 지폐 속에는 우리 역사가 가득하다. 천 원, 오천 원, 만 원, 오만 원권은 이제 카드에 밀려 점점 꺼낼 일이 없어졌지만, 언제든 꺼내 들면 역사 속 인물과 그에 걸맞은 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하나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폐는, 가장 손쉽게 지니고 누릴 수 있는 우리 역사다. 박강리가 쓴 이 책, 《지갑 속의 한국사》는 그런 지폐의 친근한 매력으로 우리 역사에 한 발짝 다가가는 책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모르는 것들, 아마 지폐 속 인물과 배경도 그러한 것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눈에 익어서 오히려 무심히 지나치게 되지만, 한 번쯤 알아두면 두고두고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이 책은 만 원, 천 원, 오만 원, 오천 원에 각각 실린 세종대왕, 퇴계 이황, 신사임당, 율곡 이이를 차례대로 다룬다.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지폐에 담긴 그림과 문물은 이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친절히 일러준다. 그 가운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매창.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몇 안 되는 조선의 기생 가운데 한 명이다. 부안에 살았고, 허균의 막역한 지기이기도 했다. 황진이만큼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진 않았지만, 시인 유희경과의 사랑과 허균과의 우정, 그리고 《매창집》을 남길 만큼 출중한 문학적 재능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인생길을 차분하게, 또 서정적으로 담아낸 최옥정의 장편소설,《매창, 거문고를 사랑한 조선의 뮤즈》는 매창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단순히 부안의 이름난 기생으로 알았던 그녀가 유희경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환란을 온몸으로 겪어냈고, 허균과도 시를 주고받는 벗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창은 부안현 아전의 서녀였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게 글을 익히며 자라났다. 불과 서른여덟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부안현 아전들이 그녀의 시들을 모아 《매창집》을 펴냈다. ‘매화꽃 보이는 창’이라는 뜻을 담은 그녀의 호는 계랑이라 불리던 그녀가 자신을 향해 붙인 호였다고 한다. 매창은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지만, 거문고를 잘 타기로도 유명했다. 고을 기생이던 매창은 현감의 소개로 유희경을 만났다. 둘은 곧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28) “사진은 기록과 진실을 담은 예술이어야 한다. 사진은 삶 속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든, 추한 것이든, 참혹한 것이든.” 임응식. 가슴팍에 ‘求職(구직)’을 써 붙인 한 젊은이의 사진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가? 그 사진을 찍은 이가 바로 임응식이다. 사진을 하는 이들에겐 잘 알려져 있을 사진계의 큰 예술가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퍽 낯설 이름이다. 권태균 작가가 사진가 임응식의 삶을 해상도 높게 보여주는 이 책, 《사진가 임응식》은 나무숲 출판사의 ‘예술가이야기’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다. ‘예술가이야기’ 시리즈는 음악, 미술, 연극, 무용, 사진 등 각 분야에서 우리 문화를 북돋운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책이다. 사진가 임응식은 1912년 부산에서 태어나 90살에 세상과 작별할 때까지 사진을 위해 살았던, 한국 사진계의 대들보 같은 인물이다. 와세다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만주에 갔던 맏형이 선물한 카메라를 입학 선물로 받았다. 방학을 맞아 부산 고향집에 와서 지낼 때면 산과 들을 쏘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작업실에서 현상과 인화를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때만 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컬렉션. 컬렉션 곧 수집의 사전적 의미는 ‘미술품이나 우표, 화폐, 책, 골동품 따위를 모으는 일. 또는 모인 물건들’이다. 이렇게 건조하게만 정의할 수 없는 ‘컬렉션’은 그것을 모으기까지 한 발, 한 발 구도의 길을 걸어간 수집가들의 피와 땀이 응집된 보석함이다. 이 책 《컬렉션의 맛》을 쓴 지은이 김세종은 민화 수집가로 유명하다. 평창아트 대표로 국내 으뜸 민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자기나 제기 등 다른 골동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2018년 펴낸 이 책은 그가 털어놓는 자신의 수집 철학, 각고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수집의 미학,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소장 민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수집 철학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우선 ‘안목의 근육’을 기르려면 가짜 작품에도 많이 속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실패 사이에서 허우적대다가 비로소 마주치게 되는 것이 명품이다. 명품을 수집하려면 운도 따라야 하지만, 그사이에 수많은 가짜를 마주하며 길러진 ‘안목의 근육’이 있어야 한다. (p.91) 우연찮은 기회에 조그만 작품을 구입하였다 해도, 누가 작품을 좋지 않게 말하면 이내 작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왕실 이야기. 예나 지금이나 최고 권력자 주위의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끈다. 밝은 빛처럼 시선을 모으는 권력의 속성처럼, 임금과 그 주변의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역사에 기록되고 회자하였다. 다만 정보의 통제가 엄격했던 옛날에는 덜 알려지고, 지금은 더 많이 알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박영규가 쓴 이 책, 《조선시대 왕실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왕실 사람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임금과 세자는 어떻게 지내고 왕후와 후궁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막연히 사극으로만 보던 왕실 사람들의 생활을 마치 옆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왕비 간택과 외척에 관한 이야기다. 간택은 왕실에서 혼인을 앞두고 혼인 후보자들을 대궐 안에 불러 배우자를 뽑던 제도다. 고려 때만 해도 이런 제도 없이 상궁을 앞세워 중매하는 형식으로 혼인했지만, 조선시대 들어서는 간택을 통해 일종의 ‘선발’을 했다. 태종은 신하 이속이 왕실과의 중매 혼인을 거부하자 괘씸하게 여기고 ‘간택령’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왕실의 혼인을 위해 간택을 할 때는 먼저 전국에 금혼령을 내리고, 비슷한 나이의 자식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는 아주 긴 이야기다. 역사가 기본적으로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훨씬 역사가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한 편의 단편소설이고, 그 사람들의 인생이 모여 빚어낸 대하소설이 역사라면, 그 흐름을 쭉 듣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이 책, 《벌거벗은 한국사- 사건편》은 복잡하게 뒤엉킨 인물들의 서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유명한 인기 역사 예능인 《벌거벗은 한국사》를 책으로 재구성하여 펴낸 것이다. 여러 방송분 가운데서도 한국사의 운명을 가른 주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편집했다.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의 숨겨진 면모를 벌거벗겨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처럼 구성한다는 기획 의도에 걸맞게, 이 책 또한 역사 속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벌거벗은 무신정변’, ‘벌거벗은 여몽전쟁’, ‘벌거벗은 임진왜란’ 등 굵직한 역사 속 사건들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완용이 어떻게 나라를 팔아넘겼는지 낱낱이 파헤친 ‘벌거벗은 경술국치’ 편이다. 이완용은 ‘매국노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역사에 회자되어 왔지만, 정확히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