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무성생식, 남녀의 기원, 일부일처제, 불륜 등을 생물학적인 지식을 총동원하여 열심히 설명하자 그녀는 흥미롭게 경청하였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가 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그런데 교수님은 전공이 생물학인가요?” “아니에요. 저는 물 전공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저를 물박사라고 부른다고 지난번에 말했는데.” “호호호.... 물박사님의 생물학 지식이 대단한데요. 물박사가 아니고 진짜 박사 같아요. 호호호.” “제가 새롭게 발견한 것이 아닙니다. 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이야기 중에서 궁금한 것이 있어요.” “뭔데요?” “생물이 세포분열을 통하여 번식하던 때에는 개체의 죽음이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네요. 세균 같은 생물은 죽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K 교수가 다음과 같이 설명을 계속했다. 사람이나 강아지 같은 포유류 동물은 암컷과 수컷이 다르다. 모양도 다르고 유전자가 다르다. 포유류 동물은 암수 교접으로 새끼를 낳는다. 어미와 새끼 또한 모양도 다르고 유전자도 다르다. 그러나 단세포 생물의 경우에, 예를 들면 세균은 성의 구별이 없다. 오직 한 종류의 세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고등생물이 양성생식을 채택하자 대가가 따랐다. 성의 구별이 없던 때에는 개체의 죽음이 없었다. 생물은 분열을 되풀이하여 종족은 무한히 보존되고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양성으로 나뉘면서 생물은 분열 대신 결합이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자손의 탄생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고 동시에 부모의 죽음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게 되었다. 먹이의 한계라는 틀 안에서 자손의 보존을 위하여 부모는 죽음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 양성으로 나뉘어 짝짓기를 하면서 정절 문제가 대두되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일부일처제는 매우 희귀하다. 암수가 서로에게 정조를 지키는 일부일처제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규칙이 아니고 예외인 것이다. 오래 전부터 생물학자들은 새들 중에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면서 새끼를 길러내는 종이 많다고 생각했다. 어떤 학자는 조류의 94%가 일부일처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새끼들의 아버지를 밝혀내는 유전자 지문법을 도입하여 연구해 본 결과, 한 둥지에서 자라는 새끼 새들의 평균 30% 이상이 함께 사는 수컷의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예로부터 바람을 피운다고 알려진 동물들도 그 정도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것이 밝혀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모든 생물이 양성생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개체가 세포분열에 따라 둘로 나뉘면서 새로운 개체가 태어나는 방법도 있다. 세포 분열하는 단세포 생물은 암수가 없어서 성은 하나이다. 세포 분열을 무성생식 또는 단성생식이라고 한다. 크기가 아주 작은 생물들은 단성생식을 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세균과 바이러스, 그리고 플랑크톤 등의 미생물들은 단성생식을 한다. 크기가 큰 생물들, 예를 들면 하늘을 나는 새와 바다의 물고기 그리고 곤충과 양서류 포유류 등의 동물들은 양성생식을 한다. 또한 온갖 풀과 나무 등 식물들도 모두 양성생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양성생식이 시작되었을까? 이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생물학계에 남겨진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다. 불완전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학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양성생식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진화의 초기 단계, 곧 남조류가 나타났던 30억 년 전부터 어류가 나타난 약 6억 년 전까지 아주 오랫동안 생물은 단순하게 세포 분열에 따라서만 증식되었다. 무성생식 생물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죽음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여기에 한 개의 단세포 플랑크톤이 존재하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종교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일부일처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회교국가에서는 남자가 재력이 있으면 4명의 아내를 거느릴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독교의 모태가 된 유대교 경전에는 부인을 버리지 말라는 계율이 나온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영화로웠던 시절의 왕인 솔로몬은 후궁이 700명, 첩이 300명이었다고 한다. 유태교에서 임금에게 적용되는 계율과 일반 백성에게 적용되는 계율은 사뭇 달랐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 성경인 마태복음 5장 28절에 보면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라는 무시무시한 구절이 나온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는 남녀관계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였다. 그것은 아마도 예수가 미혼이어서 부부 생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불교가 지배했던 고려시대에 남녀관계는 매우 평등하고 개방적이었다. 이혼과 재혼도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알려져 있다. 유교가 지배했던 조선시대에 남자에게는 첩을 인정하였으나 여자에게는 정절을 요구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과부의 재혼을 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속한 공과대학에서 시작된 스파게티 붐은 자연대학을 거쳐, 경상대학을 찍고 인문대학까지 확산하였다. S대 남자 교수들은 모두 미스 K의 미모에 반한 모양이었다. 어떤 교수는 미스 K에게서 휴대폰 번호가 적힌 명함까지 받아왔다고 명함을 보여 주었다. 경영학 박사인 어떤 교수는 미녀식당의 경영 컨설팅을 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자랑하였다. 어떤 교수는 미스 K가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떤 교수는 미스 K가 자기에게 “전화 한번 주세요”라고 말했다고 자랑하였다. K 교수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K 교수는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잘들 놀고 있네." 그날 밤 K 교수는 야간 수업이 끝난 뒤에 습관처럼 미녀 식당으로 갔다. 예상했던 대로 손님은 한 사람도 없었다. 미스 K는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네요.” “맞아요.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장사를 공쳤습니다.” “벼농사를 위해서는 비가 내려야 좋습니다. 농촌에서는 못자리를 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하루 종일 비가 내려서 쓸쓸했죠?” “네, 조금은... 그전에는 쓸쓸하면 못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자들도 모두 남자 꿈을 먹고 사는 것 아닌가요? 하하하.” K 교수가 역습했다. “글쎄요, 그건 아닐 거에요. 여자들은 아마도 예쁜 옷을 입고 싶다는 꿈을 먹고 살지 않을까요? 병상에 누운 80살 할머니도 예쁜 옷을 선물하면 좋아할 거에요. 그런데 교수님은 당신입술 말고 어떤 술을 좋아하세요?” “저도 소주나 맥주보다는 좀 비싸서 그렇지 양주를 좋아합니다.” “양주 중에서도 어떤 브랜드?” “올드파라는 양주를 아세요? 할아버지 그림이 그려있는 양주 말이에요. 저는 올드파가 맛이 좋던데요. 조금 비싸서 그렇지.” “네 올드파 알아요. 그 할아버지 그림을 루벤스라는 화가가 그렸다고 하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몇 살까지 살았는지 아세요?” “아이 참, 교수님도... 그걸 어떻게 알아요?” “올드파 할아버지는 제가 환경공학개론을 강의하면서 대기오염 설명할 때 소개하는 할아버지입니다.” 그러면서 K 교수는 올드파에 얽힌 일화를 미스 K에게 재미있게 설명하였다. 올드 파(Old Parr)라는 양주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로 추앙받는 토마스 파(Thomas Parr)를 기리기 위해 1871년에 처음 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페놀오염사건이 발생한 뒤 일 년이 지나서 조선맥주회사에서 신상품으로 하이트 맥주를 개발하였지요. 조선맥주는 그전에 ‘크라운 맥주’라는 이름으로 맥주를 팔았지만, 두산의 ‘OB 맥주’에게 4:1의 비율로 계속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이트 맥주를 만들면서 병에 무어라고 써서 붙였는지 아세요? ‘지하 150미터의 100% 암반천연수’라고 글씨를 써서 붙였지요. 이 맥주병을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정말이지요? 그러니까 조선맥주회사의 의도는 라이벌 회사인 두산은 작년에 페놀오염사고로 하천을 오염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지하수로 맥주를 만들었다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한 것이지요. 이 홍보 전략이 크게 성공했습니다. 사람들은 OB맥주를 보면 페놀오염을 연상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하이트 맥주의 홍보는 사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페놀오염의 주범은 맥주 공장이 아니고 두산 그룹에 속한 전자공장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전자 공장의 사고를 맥주 공장에 대입한 것이지요. 사실이야 어쨌든 하이트 맥주는 대성공을 거두고 몇 년 만에 OB맥주를 누르고 맥주시장에서 승리자가 되었답니다. 물론 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틀 뒤 K 교수는 야간 강의가 끝난 뒤에 미녀식당을 방문하였다. 미녀식당은 점심시간에는 붐벼도 막상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별로 없다. 미스 K를 보려고 점심시간에는 S대 교수들이 많이 오지만 저녁 5시만 되면 교수들은 서울에 있는 집에 가기에 바쁘다. 저녁 8시가 넘으면 미녀식당은 대체로 한산하다. 미녀식당에서는 간단한 차와 음류수를 팔지만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서는 적당하지 않다. 야간 강의가 끝나면 9시 30분쯤 되고, K 교수가 그 시간에 방문하면 대개는 미스 K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빈 식당을 지키고 있다. 그날도 K 교수가 방문하자 미스 K는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는 듯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스파게티 팔아서 부자가 되려면 아무래도 식당을 알리는 광고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네요.” “그래서 이왕 제가 미녀식당의 홍보이사를 맡았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무슨 정보를요?” 학교 후문으로 나오면 슈퍼가 하나 있고, 그 앞에 주간 광고신문인 ‘벼룩시장’이 무인 전시대에 진열되어 있다. 아무나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면 된다. 거기에는 구직광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음 날 오후, 강의 시간이 비는 틈을 타서 K 교수는 학교에서 가까운 봉담읍 장터에 나갔다. 모종과 묘목을 파는 가게에 가서 3,000원 주고 조롱박 모종을 3개 샀다. 모종을 차에 싣고 미녀식당으로 갔다. 마침 미스 K가 자리에 있었다. K 교수는 모종을 얼른 내려놓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서 차도 마시지 않고 식당을 나왔다. 미스 K가 문밖에까지 따라 나오며 정(情)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롱박을 잘 키우겠습니다. K 교수님, 정말 고마워요.” 계절은 이제 늦봄이 지나고 있었다. 미녀 식당의 베란다 밖으로 보이던 화려했던 봄꽃은 어느새 다 지고 이제는 잎이 무성해졌다. 개나리, 목련, 수수꽃다리, 장미에 이어서 향기가 진한 아카시아꽃이 피었다. 아카시아꽃은 꿀이 많아서 양봉업자들이 소중히 여기는 꽃이다. 아카시아꽃이 질 무렵이면 봄도 물러난다고 볼 수 있다. 며칠 뒤, K 교수는 공과대학의 나 교수와 점심시간에 미녀식당에 갔다. 나 교수 역시 미스 K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K 교수는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아마도 나 교수가 경쟁이 될지도 몰라. 나 교수는 서울 출신이어서 그런지 시골 출신인 K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분명히 들었다. 미스 K는 이번에는 ‘아저씨’ 대신에 ‘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미스 K는 남편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피하는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거나, 별거 단계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발견이었다. 앞으로 K 교수가 미스 K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서 암시를 주는 바가 크다. 간단히 말해서 K 교수가 미스 K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언젠가 데이트는 물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더라도 유부녀가 아니므로 위험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 물론 아내를 속이는 일은 미안하지만, 상대가 유부녀는 아니므로 저쪽 남자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 로맨스(나쁘게 말하면 불륜)에 대한 위험 부담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우연히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서 K 교수는 매우 고무된 기분이었다. 며칠 뒤, K 교수는 신문을 읽다가 경기도 이천군에서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고 소개하는 기사를 보았다. 해마다 열리는 도자기 축제인데, 올해에는 특히 세계 각국의 도자기를 모아 대규모로 전시회를 한단다. K 교수는 기사를 읽고서 멋진 계책을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