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느 사회나 ‘지금 것’이 아니라 ‘옛것’에 대해서 향수를 갖게 되나 보다. 한국도 6~70년대 거리를 재현해 놓는다거나 이 무렵의 물건들을 모아놓은 사설 박물관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옛것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웃 나라 일본도 옛것에 대한 향수에 관심이 많은 데 최근에는 조형 작가(造形作家) 이소무라 유리(磯村友里, 46살) 씨의 ‘옛것’에 대한 미니어처 전시가 열리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이소무라 유리 씨의 작품 배경은 1975년대로, 이번 전시는 예전에 교토 상점가에서 팔던 막과자 가게(駄菓子屋), 소바(메밀국수) 가게, 문구점에서 팔던 어린이용 과자 등을 재현한 미니어처 작품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막과자 가게의 미니어처 모습을 보면 다다미방에 소쿠리를 놓고 거기에 경단이나 양갱 등을 담아 팔고 있다. 아울러 노련(일본 가게에서 영업 중임을 알리는 출입구에 늘어뜨린 헝겊), 차단스, 코타츠(일본 난로), 이불, 족자 등의 물건도 있다. 또한 현관 진열장에는 화지와 찰흙, 장식용 구슬을 이용해 정교하게 만든 차림표도 전시된다. 이소무라 유리 씨는 이번에 전시 중인 작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는 7월 23일(금) 열기로 한 도쿄올림픽에 대한 ‘중지’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관련한 <데일리 투표 순위>를 보면, 5월 10일부터 5월 20일까지 일반 시민 대상 투표 중 5월 18일 현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설문은 “도쿄올림픽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였고 응답자는 65만 명이었다. 1) 중지해야한다 (79.4%, 51만 6627표) 2) 연기해야한다 ( 8.3%, 5만 4090표) 3) 관객수를 제한해서 열어야 한다 (7.4%, 4만 8395표) 4) 기타 (4.9%, 3만 1932표) 65만 명의 응답자 가운데 무려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중지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필자의 일본 지인들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특히 사이타마현 오노 모토히로(大野元裕) 지사는 5월 18일 자 산케이신문(産経新聞)과의 기자 회견에서 “코로나19가 수습되지 않는 한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의 개최 중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라(奈良) 및 도쿄도의 대응에 관해 ‘감염 상황을 보고 냉정하게 판단해 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최 직전에 감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마츠리의 나라 일본, 365일 전국의 어느 곳에서인가 마츠리가 열리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마츠리가 많은 나라에서 코로나19 타격은 크다.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 7월 16일의 기온마츠리, 10월 22일의 시대마츠리를 꼽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츠리 행사를 중지한다는 일본 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지만 일본의 교토에서는 아오이마츠리 날로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일본 전역에서 마츠리를 보러 교토로 몰렸을 텐데 지난해와 올핸 사정이 다르다. 아쉽지만 아오이마츠리(葵祭)의 유래라도 살펴보자. 가모마츠리(賀茂祭)라고도 불리는 아오이마츠리는 《가모신사유래기》에 따르면 6세기 무렵, 긴메이왕 시절에 일본 전역에 풍수해가 심각하여 점쟁이에게 점을 쳤는데 가모대신(賀茂大神)이 노한 것으로 나와 그 노여움을 풀기 위한 제례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노여움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제주(祭主)는 튼튼한 말을 골라 방울을 잔뜩 달고 기수 얼굴에 동물 가면을 씌워 가모신사 주변을 돌면서 성대한 제례의식(마츠리)을 행한다. 아오이마츠리 뿐만 아니라 일본의 마츠리는 대부분이 고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불축제’라고는 했지만 사실 활활 태우고 남은 장작더미 위를 맨발로 걷는 행사로 이 축제가 의미하는 내용보다 외형만을 볼 때 화상을 입지 않을까 아찔한 생각이 든다. 타다 남은 장작더미 위를 맨발로 걸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뜨거울 줄 알았는데, 불 위를 걸어보니 전혀 뜨겁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를 뛰어넘어 건강하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초등학생 4학년(남), 참여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코로나19가 끝나기를 기원하여 불 위를 걸었습니다. 내일부터 새로운 각오로 일상에 임하고 싶습니다.” -50대 여성 참여자- 이른바 <불 위를 걸어 악귀를 쫓는 축제(柴燈護摩火渡り修行, 이하 줄여서 ’불축제‘)>는 해마다 4월 29일, 야마나시현 고슈시(山梨県 甲州市)에 있는 호코지(放光寺)에서 하는 축제(마츠리)다. 이 절에선 해마다 불축제를 해왔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중단되었고 올해는 인원수를 줄여 소규모로 실시했다. 불축제는 1미터 남짓한 높이의 '호마단(護摩壇)'에 호마목(護摩木)을 쌓아 불을 붙인 뒤 불길이 잡히기를 기다려 타고 남은 장작더미 사이에 2미터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미녀는 ‘남자의 앞길에 해로운 존재’라는 말이 예로부터 전해오고 있는데 그도 그럴 만하다. 이마카와 우네메(今川采女)라는 사람은 태어난 에치고(越後, 현재의 니가타현)에서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거듭하다 결국 사람을 죽이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일가(一家)가 없는 것이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 2년 남짓 정을 나누던 여자가 있었는데 이 여자가 이 무렵 이별을 슬퍼해 “어디든 함께 데려가 주세요”라며 소맷자락을 잡고 매달렸다. 여자가 워낙 절실히 원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여자를 데리고 두 사람은 지역의 경계인 검문소를 피해 도망쳐 간신히 위험한 에치고를 벗어나 시나노(信濃, 현재의 나가노현) 길로 들어섰다.“ 이는 에도시대의 인기작가 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 1642~1693)가 지은 《사이카쿠의 여러 지방이야기(西鶴諸国ばなし)》 제5권 제4화의 첫 대목이다. 살던 고향에서 간신히 도망친 부부(정식 부부는 아니지만 편의상)는 밤이 되어서야 낯선 동네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생판 모르는 동네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일이 쉽지 않다. 그 마을에 숙박을 할 수 있는 집이 몇 집 있었으나 부부가 워낙 늦게 마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센병과 조선인> 연구회 팀 이끔이(팀리더)로 전체를 아우르던 와타나베 마사에(渡辺 正恵) 씨가 1월 13일(2021) 세상을 뜨셨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는 며칠 전 일본의 고려박물관에서 보내온 제59호(2021.3.1.) 회보를 읽다가 와타나베 씨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 내용이었다. 아니! 와타나베 씨가 세상을 뜨다니? 너무나 놀라운 소식에 일본의 지인(松崎恵美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와타나베 씨의 죽음에 대해, “저희도 매우 놀라서 아직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2020) 11월 28일, 고려박물관 총회에서 ‘한센병과 조선인’ 관련 보고를 할 때만 해도 건강했었는데…. 이후 12월에 병원에 입원했다가 올 1월 13일에 세상을 떴다는 이야기를 가족에게서 들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내가 와타나베 씨를 만난 것은 2019년 여름 도쿄에 갔을 때로 그때 와타나베 씨는 ‘2020년 한센병(나병) 전시 준비’로 분주했었고 우리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정겹게 나눴다. 그리고 와타나베 씨는 지난해(2020) 8월 16일 <한센병과 조선인> 전시와 관련된 누리편지를 보내왔다. 이윤옥 님! 더위와 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 나라던 노후의 삶에 관한 관심이 크다. 초장수 국가로 알려진 일본도 노후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심찮게 언론 보도에서 이를 다루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4월 11일 치, ‘LIFE & MONEY’에 따르면 노후자금으로 1억 엔(한화 10억 2,869만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근거로 노부부 2명의 생활비를 매달 25만 엔(한화 257만 1,725원)으로 잡으면 연간 300만 엔(한화 3,086만 700 원)이 든다는 것이다. 이는 연간 비용이며 만일 남편이 60살에 정년퇴직하여 92살까지 살면 9600만 엔(한화 9억7,725만 5,500원)이 들며 여기에 400만 엔은 장례 등에 필요하므로 이를 더하면 1억 엔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은 92살 정도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의 이야기로 이 나이를 훌쩍 넘어 100살 이상까지 살지 말란 법도 없고 더욱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의료비 등이 늘어나므로 나이 들수록 돈이 더욱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독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지 ‘LIFE & MONEY’는 다시 말한다. “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여행을 한 사람치고 일본의 성(城)에 한 번쯤 들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로는 홋카이도부터 아래로는 오키나와까지 <일본의 성 일람(日本のお城一覧>에 따르면 무려 2,797곳의 성(城)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성(城) 가운데 일본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어디일까? 성(城)의 나라답게 ‘가장 인기있는 10곳’이라든가 ‘가장 인기있는 20곳’과 같은 순위 매기는 작업도 서로 경쟁적으로 하는 곳이 일본이다. 최근 자료인 ‘2020년 전국에서 가보고 싶은 10위 성(城)’(www.jalan.net/news)에 따르면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꼽히는 히메이지성(姫路城, 효고현)이 1위이고 이어서 2위는 오사카성(大阪城, 오사카부), 3위는 고료카쿠(五稜郭, 홋카이도), 4위는 나고야성(名古屋城, 아이치현), 5위가 마츠모토성(松本城, 나가노현)이다. 그런가 하면 <공익재단법인 일본성곽협회>(2019)에서 밝힌 일본의 국보 5성(城)을 보면, 히메이지성(姫路城), 마츠모토성(松本城), 이누야마성(犬山城), 히코네성(彦根城), 마츠에성(松江城)이 꼽히고 있다. 여기에 속하지는 않지만 구마모토성(熊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요코 웟킨스(Yoko Kawashima Watkins)라는 여자가 있다. 올해 나이 88살의 일본계 미국인 이다. 이 여자가 쓴 ‘일제침략기에 일본 소녀를 괴롭힌 나쁜 한국인을 다룬 주제의 책’ 《요코이야기》(1986, 미국 출판)가 미국에서 요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불쾌한 소식이 들린다. 내가 이 여자의 존재를 알게 된 사연은 9년 전 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독립운동가 오정화 애국지사 (1899~1974)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연결된 사람이 미국 보스톤에 사는 오정화 애국지사의 손녀 아그네스 안 박사였다. 당시 아그네스 안 박사는 미국 보스톤의 한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내가 오정화 애국지사의 자료를 찾고 있다고 연락을 하자 마침 그 무렵 한국을 방문할 일이 있으니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약속을 하고 인사동의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2012년 7월 3일 일이었다. 사실 이날 만나서 나눈 이야기의 상당수가 바로 이 여자 요코 웟킨스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때 아그네스 안 박사의 이야기를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다. “어느 날 10살 먹은 막내아들 마이클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기 상품으로 팔리던 '일본제 무쇠냄비'가 최근 중국산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져 비난을 사고 있다. 상하이 공상당국(工商当局) 등에 의해 적발된 곳은 푸젠성 취안저우시(泉州市)에 있는 업자로 인터넷 가게 톈네코(Tmall) 등에서 일본 장인이 만들었다고 속인 무쇠냄비를 대량 판매해 큰 돈벌이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 인터넷" 등 복수의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 업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본 도야마현에 있는 "일본주식회사 이토제작소"라는 가짜 대리점과 광고 동영상도 찍었다. 동영상에서는 고용된 중국인 배우가 “이토 가문 4대째 주인으로 위장한 인물”로부터 무쇠 냄비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소개했다. 가짜 장인은 “인생을 걸고 한 우물을 파고 있다.”라면서 이토 가문의 창업 정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평생을 무쇠냄비 만들기에 바쳤다고 하는 가짜 명인은 동영상에서 이토 가문의 초대 주인공 사진 한 장을 공개했는데 이 사진은 일본의 유명한 작가인 시가 나오야(志賀直哉, 1883-1971)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위조 업체는 중국에서 생산된 무쇠냄비 800위안(약 1만 3,370엔)짜리를 1,400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