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구마모토현(熊本県) 야마가시시(山鹿市)에 있는 코헤이지(康平寺)는 지금 노란 은행잎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마치 흰눈이 지붕 위에도 절 경내에도 소복하게 쌓인 것처럼 노란 은행잎이 절 경내와 지붕에 소복하게 싸여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야마가시(山鹿市)는 구마모토현 북부 내륙부에 자리하며 구마모토시에서 북쪽으로 약 30km, 후쿠오카시에서 남남동쪽으로 약 90km 거리에 있다. 아무래도 남쪽 지방이라 은행잎도 단풍도 북쪽보다 늦다. 12월 중순까지 단풍을 즐기니 말이다. 코헤이지(康平寺)는 1058년 창건된 절로 천년고찰이다. 이 절은 현지 주민으로 구성된 ‘관리조합원 34명’이 절 경내를 비롯하여 본당 청소를 맡아 하고 있는데 특별히 단풍철에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은행잎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쌓이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은행잎이 소복하게 쌓인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이 무렵만 되면 몰려든다. 이곳을 찾은 사카이 신이치로 씨(31)는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치유된다.”라며 은행잎이 쌓이는 계절에는 어김없이 이 절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도 백양사의 단풍이라든지 용문사의 은행나무와 같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따로 결혼해서 출산하든, 미혼으로 출산하든 괜찮다는 생각이지만, 부모가 자기만족을 위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마치 애완동물 감각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도 한 인간이고 아이가 컸을 때 자신의 뿌리가 궁금해도 익명의 제공자이니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을 아이가 안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복잡한 기분이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사춘기부터 청년기, 정체성 형성기에 고통, 고민,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을 아십니까? 이건 양부모나, 입양과는 달라요. 완전히 어른 이기심이에요. 사유리 씨가 훌륭하다는 말을 쉽게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출산만을 위해서 서둘러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정말 이해된다. 애는 간절히 원하지만, 남편이 집안일도 절반씩 해주고 성격도 취미도 맞고 같이 있어서 힘들지 않고 시댁도 착한 상대를 찾는 일은 귀찮다. 아버지가 불륜으로 집을 나가 편모슬하에서 자랐지만 불편없이 행복하게 자랐다. 부모님이 함께 있어도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으므로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무척 아이를 갖고 싶지만 미혼이다. 하지만 어디의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의 아이를 내 욕심만으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해 5월 1일, 제126대 일왕 곧 나루히토(徳仁, 1960.2.23. ~)가 즉위하면서 일본의 레이와(令和)시대가 열렸다. 이는 일본 헌정 사상 최초로 아키히토(明仁, 1933.12.23 ~ ) 일왕이 생전에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새 일왕이 즉위하여 1년 반이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난 9일(월) 이세신궁(伊勢神宮)에서는 아주 특별한 의식이 있었다. 아주 특별한 의식이란 황태자를 정해 나라 안팎에 선포하는 ‘입황사의 예(立皇嗣の礼)’로 일본의 종묘사직에 해당하는 이세신궁에서 했다. 보통은 일왕의 아들 또는 손자로 왕위를 정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현 일왕이 아들이 없기에 일왕의 동생(秋篠宮, 54살)이 왕위 서열 1위가 되었다. 일왕의 아들이라면 ‘입태자의 예(立太子の礼)’라고 하지만 일왕의 동생이라 ‘입황사의 예(立皇嗣の礼)’라는 이름으로 의식이 거행되었다. 일본의 종묘사직에 해당하는 이세신궁에서의 의식은 9일에 있었고 이에 앞서 도쿄 황거(皇居)에서는 황태자 선언식이 8일(일)에 있었다. 일본 일왕가의 역사 속에서 일왕의 동생이 왕위 서열 1위에 오른 예가 없었던 관계로 지난 9일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선생님은 의연히 슬퍼하지 않고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영력 264년(1910) 경술 8월 28일이다. 전날 밤에 지진이 일어나고 큰 안개가 가로질러 걸쳐 있었다. 곡기를 끊은 지 23일 만에 임종하셨다. 몸은 수척하고 파리해졌으며 탈구된 상태였으며 입은 건조하고 혀는 메말라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돌아가시기 전에도 오히려 정신은 보존되어 있어 아직도 이불과 옷깃을 손으로 만지고 계셨다. 간혹 집안사람들을 문인으로 착각하셔서 ‘학문의 정진은 절도일 따름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의병으로 활동하다가 일제에 나라를 강탈당하게 되자 단식 23일 만에 순국한 의당 박세화(朴世和, 1834~1910) 선생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기록이다. “9월 선생은 문경에서 왜군들에게 붙잡혀 서울로 송치되어 구속되었다. 왜인들이 갑오년(1894) 이후로 국정을 탈취하고 때로 위압을, 때로 복덕으로 베풀어 전행하다가 이때 와서 주(州)와 군(郡)을 합치고 성인을 모신 문묘를 헐고 합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선생께서 그 말을 듣고 크게 슬퍼하여 말씀하시길 ‘나라를 합방하고 성인을 모신 문묘를 훼손하는 것은 나라와 도가 함께 망하는 것이다. 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지금 단풍의 계절이다. 특히 이맘때면 빛깔 고운 천년고찰의 단풍 구경을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유명세를 타는 일본의 절들은 몸살을 앓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여의치가 않다. 그런 절 가운데 한 곳을 꼽으라면 시가현의 백제사(百濟寺, 햐쿠사이지)를 빼놓을 수 없다. “당산(堂山)은 스이코왕(推古天皇) 14년(606)에 성덕태자의 발원으로 백제인을 위해 지은 절이다. 창건 당시의 본존불은 태자가 손수 만든 관음상이라고 전해지며 본당 (대웅전)은 백제국의 용운사를 본떠서 지었다. 개안법요 때는 고구려 스님 혜자를 비롯하여 백제스님 도흠(道欽)과 관륵스님 등이 참석하였으며 이들은 오랫동안 이 절에 주석하였다.” 이는 백제사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이 절의 유래 가운데 일부다. 백제사는 일본 최대의 호수인 비파호(琵琶湖)를 끼고 있는 시가현(滋賀縣)에 있으며, 교토와 오사카에 면해 있는 유서 깊은 도시다. 이곳은 1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하여 55건의 국보 그리고 806건의 중요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도시로 국보 보유로 치면 교토부, 도쿄도, 나라현, 오사카부 다음으로 많다. 에도시대에는 강남, 강서, 강동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의 ‘야후제팬’에는 <모두의 의견>이라는 꼭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날마다 다양한 주제로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방법은 온라인 투표 형식이며 실시간 투표자가 %로 표시된다. 이곳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일본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기도 하고 더러는 생소하기도 하다. 이번 일본 이야기에서는 그 가운데 몇 가지 설문을 소개한다. 1) 스가 수상은 코로나 대책 본부에서 10월 이후, 해외로부터의 입국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습니다. 관광객 이외에 대해서는 검사를 한 뒤 가능한 한 왕래를 재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정부의 이러한 ‘입국제한 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77,003명 투표 중, 반대 84.2%, 찬성 13.9%, 기타 1.9% 2) 전국 각지에서 곰이 출몰하여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곰의 먹이가 되는 너도밤나무와 참나무의 흉년 외에도 '철부지 새끼곰이 마을에 나타나 뛰어다니는 문제'로 어미곰이 출몰한다고 합니다. 당신은 야생곰과 만난 적이 있습니까? → 8,940명 투표 중, ‘만난 적이 있다’ 73.7%, ‘만난 적이 없다’ 26.3%
[우리문화신문=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 흔히 철새라고 하면 철 따라서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새를 일컫는데 만일 나비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면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철나비? 철새나비? 얼른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질 않는다. 이런 나비가 우리나라에 있기는 있나 싶은데 이웃나라 일본에는 이런 나비가 있다. 요즘 심심찮게 아름다운 모습의 나비들이 일본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데 바로 철새나비다. 이 나비를 아사히마다라(浅葱斑)고 부른다. 이 녀석들은 여름은 기후현과 나가노현 등의 고원에서 보내고 가을이 되면 온난한 지역으로 남하를 시작한다. 마야산 텐죠지(摩耶山 天上寺)에서는 이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해 홍백의 벌등골나무(후지바카마)를 일부러 심어 두었다. 예년대로라면 이 절에서 철새 나비를 볼 수 있는 것은 앞으로 10일 정도 볼 수 있다. 이동하기 전에 쉬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나비가 계절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전반부터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사람들은 모두 오키나와에 살던 경험자였다고 한다. 나가미네 구니오(長嶺 邦雄) 씨는 1962 무렵부터 오키나와 본섬에서는 여름에 유충이나 성충도 없으며 중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마츠리(축제)의 나라 일본, 그 가운데서도 교토의 3대 마츠리는 백미다.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葵祭),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祇園祭), 10월 22일의 시대마츠리(時代祭)를 가리켜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한다. 코로나19가 없었더라면 지금 천년 고도 교토는 10월 22일 여는하는 시대마츠리 준비로 부산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도 코로나19로 올해 3대 마츠리는 모두 중지되고 말았다. 1년 내내 마츠리 준비를 하고, 마츠리로 전 세계 사람을 불러모으는 교토도 코로나19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지금 일본의 수도는 도쿄(東京)이지만 고대 일본의 수도는 나라(奈良)였다. 그러다가 서기 794년 환무왕(桓武天皇)은 수도를 교토(京都)로 옮겼다. 올해로 교토 천도 1226년째다. 명치정부는 1895년 수도를 교토에서 도쿄로 옮겼는데 그 기념으로 해마다 시대마츠리(時代祭)를 열었다. 시대마츠리의 특징은 화려한 고대 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행진이다. 시대로는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부터 메이지시대(明治時代, 1868)까지의 복장을 갖춰 입은 출연자들이 교토 시내를 두어 시간 행진하는 데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쓰러진 병사에게 다다르자 라이플총을 땅에 내려놓고 한쪽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엎어져 있는 병사의 몸을 돌려 위로 향하게 한 그때 나는 공포로 얼어붙었습니다. 내가 본 것은 얼굴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총탄에 얼굴이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나는 사람을 쏘았습니다. 너무도 쉽고 간단하여 아주 놀랐습니다. 이쪽에서 손가락을 조금 움직인 것뿐인데 저쪽에 있는 사람이 쓰러진 것입니다. 엄청난 피가 남자 몸에서 흘러나와 반짝반짝 빛나는 적갈색 핏물 구덩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시체 옆에서 토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사람을 죽이면 누구나 다 그래. 신경 쓸 필요 없어. 곧 익숙해질 테니 걱정하지마” 상관은 처음 사람을 죽이고 겁먹은 나를 향해 말했다. 이 이야기는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 병사 알렌 넬슨(Allen Nelson, 1947~2009)이 한 말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알렌은 그의 나이 18살에 미해병대에 입대하여 월남전에 파병, 13개월 동안 베트남에서 베트콩을 죽이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후 미국으로 귀환하여 무려 18년 동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약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아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초 한 자루 윤동주 내 방에 풍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의 제단(祭壇)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祭物)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생명인 심지(心志)까지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려 버린다. 그러고도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 암흑이 창구멍으로 도망한 나의 방에 풍긴 제물(祭物)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1934년 12월 24일 한 자루의 촛불이 자신을 사르며 주변을 밝히는 모습을 시인 윤동주는 그렇게 노래했다. 윤동주의 대표적인 시 ‘서시’는 잘 알려졌지만 ‘초 한 자루’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은 ‘시인 윤동주와 시를 읽는 모임(詩人尹東柱と詩を読む会)을 통해 이번 9월 26일(토) 도쿄에서 ’시낭송회‘를 연다. 물론 ’코로나19‘로 비대면 낭송회다. 이번 낭송회의 주제인 ‘초 한 자루’ 시는 마츠오카 미도리(松岡みどり)씨를 포함한 일본인 5명이 일본어로 1연(1連)씩 낭송할 예정이며, 한국인은 한창희 씨를 비롯한 5명이 한국어로 1연씩 낭송한다. 그리고 ‘초 한 자루’를 읽은 소감과 윤동주 시인에 대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