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0) 옛집 새로 옮겨 이 물가에 지으니 그대 허술한 집 찾아와 어찌 견디냐 묻네 만 권 책의 훈기를 내가 경모하니 한 바가지의 물로 사는 삶에도 진정한 기쁨을 느끼네 스물여섯 해 전 마음먹었던 것을 오늘 되새겨 보매 근심은 동해물로 달려와 측량할 수가 없구나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일단락짓고, 자기 고향에 ‘계상서당(溪上書堂)’을 짓고 읊은 시다. 20대 후반부터 꿈꿔 왔던 소망이 이제야 실현된 것을 기뻐하며, ‘만 권 책의 훈기’와 ‘한 바가지의 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노래했다. 이황은 대학자이자, 문과에 급제하고 ‘직장생활’을 오래 한 관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항상 학문 쪽에 더 있었던 것 같다. 마침내 온전히 학문에 집중하려 정계 은퇴를 결심하고 지은 서당이 계상서당이었다. 이 책, 《퇴계 이황》은 2,500년 유교 역사를 소설로 그려낸 최인호 작가의 《유림》을 청소년용으로 각색한 책이다. 동화작가 표시정이 쉽게 풀어쓰고 최인호가 머리말을 붙였다. 조광조, 공자, 이이 등 유교 사상계의 걸출한 인물을 다룬 최인호의 《유림》 6부작 가운데 여섯 번째 책이다. 이황이 정계 은퇴를 결심한 데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김영조 선생이 펴낸 《한국문화 이야기》는 봄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책이다. 우리의 뿌리인 전통문화가 먼 나라 이문화처럼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데에는 우리 문화에 대한 글과 책이 너무 어렵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지 않나 생각된다. 이 책의 지은이는 그 점에서 이정표를 세웠다. 쉽고 산뜻하여 잘 읽힌다. 자칫하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한다. 게다가 장황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다. 지은이는 특히 우리 글 우리 말을 되살려 쓰는 데 공을 그윽이 들였다. 외래어 오남용으로 우리 글 우리말이 누더기가 되어버린 우울한 시대를 이 책은 작고 맑은 소리로 일깨운다. 또한 일본에서 들어온 한자말을 우리말로 바꿔쓰자는 제안도 신선하다. 이를테면 ‘문학’ 대신 ‘말꽃’을 쓰자고 한다. “서양 사람들이 리터러처(literature)라고 하는 것을 일본 사람들이 ‘문학’이라 뒤쳐(번역)쓰고 있는 것을 우리가 그대로 가져와서 쓰고 있습니다. 문학은 글월 ‘문(文)’ 자 뒤에 배울 학(學)’ 자를 붙인 말인데 예술을 뜻하는 말에 왜 배울 ‘학(學)’ 자를 붙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말꽃’은 새로 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애련설(愛蓮說) - 주돈이 연꽃은 진흙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愛蓮之出淤於泥而不染)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아니하니(濯淸漣而不妖) 속은 비었으되 겉은 곧으며, 덩굴은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니(中通外直不蔓不枝)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으며 맑고 우뚝하게 서 있네(亭亭靜植) 이제 연꽃이 곳곳에 아름답게 피어 있다. 그런데 유학자나 문인들에 앞서 우리는 오히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연꽃의 의미를 먼저 가르쳐 주었다. 군자로서 이웃에 맑은 향기를 전해주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들이 더럽다고 하는 진흙탕 속에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점을 불경은 가르쳐 주는 것이다. 영산(靈山)에서 범왕(梵王, 불교 호법신의 하나)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치자, 부처님께서 연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고 대중들이 어리둥절할 때 제자 가섭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는데 그것이 ‘염화시중’ 곧 ‘염화미소’라 하며 이후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 되었다. 여기서 연꽃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진흙탕은 욕심과 음모, 번뇌와 괴로움으로 점철된 우리 사바세계를 뜻하고, 연꽃은 그런 유혹과 괴로움에 물들지 않고 마음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질병은 무엇일까? 질병마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물이나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질병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으리라.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 물이요, 음식일진대 말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질병인 ‘삼킴곤란(연하장애)’이라는 병에 걸려 완치까지의 병상일지 《삼킴곤란(연하장애),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를 쓴 저자 김영조 씨는 이 책의 집필 동기를 “그동안 이와 관련한 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본 책을 베끼거나 의학용어를 남발하는 수준이어서 실제 환자인 나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삼키지 못하는 절망'에서 ’삼키는 기쁨‘의 과정을 적은 이 경험담이 삼킴곤란 환우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뜻에서 이 책을 썼다.”라고 했다. 저자가 책에서 "주치의가 삼킴곤란의 예후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 그 이유를 추정컨대 환자에게 잘못 말했다가는 추궁을 당할 소지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환자의 처지에서는 자신이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절실했다. 그래서 저자는 병실에서 하루하루의 기록을 써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삼킴곤란(연하장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의 할머니 세대가 ‘가장 예뻤을 소녀시절’에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겪었던 생생한 기록입니다. 열두 분의 할머니와 한 분의 할아버지 증언을 바탕으로 그 당시 청소년들이 경험했던 삶의 단면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이 아카이브는 개인의 기억을 넘어서 우리 민족 공동체가 공유해야 할 소중한 역사적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 엮은이 말-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겪었던 할머니들의 생생한 구술 자료인《내가 가장 예뻤을 때》(도서출판 얼레빗)가 지난 6월 25일 출간되었다. “나는 1927년생 퇴끼띠고 98살이야. 퇴끼띠가 새벽에 났기 때문에 어디 가면 먹을 게 많이 생기는 거야.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은 농사지으셨어. 7살 먹어 어머니 재혼 가고, 12살 먹어 아버지 돌아가서 부모 사랑을 모르고 자랐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일제시대에 지집아(기집애) 공출 보낼 적에 일본에 안 붙잡혀 가게 할라고 우리 고모, 고모부가 시집을 새벽에 보냈어. 너무 일찍 보냈다고. 공출 안 갈라고 내가 15살 10월에 시집을 왔다고. 형제는 나 하나, 외동딸이야.” -정선 출신 김옥련 할머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이황과 이이. 이름도 비슷한 두 사람은 조선 중기 비슷한 시기에 살면서 조선의 사상사를 한 단계 발전시킨 거목들이다. 지금도 천 원권과 오 천원권 지폐의 주인공으로 왠지 모를 친근함을 주지만, 두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고 어떤 길을 걸었는지 견줘서 살펴본 일은 드물 것이다. 이황과 이이는 관직에 나아가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경세가이기도 했지만, 조선 지성계를 주름잡는 학자이기도 했다. 특히 이황은 분주한 관료 생활보다 오늘날의 대학 총장과 흡사하게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의 역할을 더 만족스러워했던 것 같다. 조남호가 쓴 이 책, 《이황 & 이이, 조선의 정신을 세우다》는 비슷한 듯 다른 두 사상가의 모습을 견줘 보여주는 책이다. 둘은 ‘리(理)’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며 사상적으로 대결하기도 했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임금의 공부를 힘껏 돕기도 했다. 이황은 1501년에 태어나 1570년에 7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이이는 1536년에 태어나 1584년에 49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이황의 사상적 스승은 중국 송나라 시대 학자인 주희였다. 주희를 평생 흠모했던 이황은 주희의 문집인 《주희대전》을 들
[우리문화신문=이나라 기자] 신화의 나라 그리스를 배경으로 인문학 여행기가 상상출판(대표 유철상)에서 펴냈다. 2024년 6월 초판 발행된 고전을 들고 떠나는 펠로폰네소스 유랑기 《그리스 인문 기행1》 저자 남기환 작가는 실크로드, 차마고도, 유라시아 대륙횡단과 같은 대장정을 해 왔으며 2012년 가족과 함께한 1년 동안의 유라시아 대륙횡단 여행기 '슬픈 날의 행복 여행' 제작을 시작으로 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비 허황옥의 2,000년 전 발자취를 따라 답사 한 역사 이야기 '두마리 물고기 사랑', 자전적 장편소설 '달 쫓는 별'을 펴낸 중견 문학 작가이다. 그리스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펠로폰네소스, 그리스의 섬과 바다 이야기, 그리고 아테네를 중심으로 그리스 본토, 이렇게 그리스 세계를 모두 3권으로 나누어 썼다. '그리스 인문 기행1'은 그 첫 번째 펠로폰네소스 편이다. 펠로폰네소스는 그리스 남부의 반도로 그리스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손바닥 모양과 같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지형의 개괄을 시작으로 코린토스, 미케네, 스파르타, 올림피아와 에피다우로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각 장에서 펼치는 신화는 모두 고전을 근거하여 전개되었고, 여전히 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얼굴 좋은 것이 (相好) 몸 좋은 것만 못하고 (不如身好) 몸 좋은 것이 (身好)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 (不如心好) 마음 좋은 사람, 호심인(好心人). 마음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김구 선생은 이렇게 생각했다. 무슨 일을 할 때든, 그 일이 ‘곧고 옳은 일인지 잘 판단하고, 실천하며, 또 그 일을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 말은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운 법.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란 참 어렵다. 이 책, 현상선의 《나의 소원》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펴낸 그림책이다. 김구가 평생토록 추구한 가치, ‘마음 좋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어릴 때의 일화를 풀어낸다. 메시지가 단순한 것 같아도 독자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야기는 ‘창암’이 겪은 일에서 시작한다. 창암은 김구의 어릴 적 이름이다. 창암의 집안은 상민이었다. 그가 살던 해주의 양반들은 뿌리 깊은 선민의식이 배어있어서인지, 상민을 무시하고 천대했다. 창암의 할아버지가 양반들이 쓰는 갓을 쓰자 옆 마을 양반들이 갓을 뺏어 찢어놓기도 했다. 신분의식이 비교적 희미해진 구한말이었는데도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 놀라운 발견들로 떠나는 숨 막히는 시간 여행, 하버드, MIT,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 교수들과 노벨 박물관장이 추천하는 책으로 알려진 이 책은 고전역학에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거쳐 초끈 이론에 이르는 물리학의 역사를 멋지게 풀어냈다. 과학사의 커다란 돌파구들-고전역학, 전자기학,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양자장 이론, 끈 이론-을 생생하게 전한다. 책 제목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경구에서 땄다. “자연은 가장 긴 실만을 써서 무늬를 짜므로, 자연이 짠 천의 각각의 작은 조각은 전체 태피스트리의 짜임새를 드러낸다.” 총 일곱 편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닐스 보어, 압두스 살람, 피터 힉스 등의 위대한 발견을 감동적으로 엮어낸다. 과학사의 뼈대를 읽고, 동시에 그 발전을 둘러싼 인물, 문화, 시대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여준다. 인간의 마음이 빚어낸 장엄한 구성물로서의 세계와 과학이라는 숲의 장관을 체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3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에서 21세기의 현생 인류까지, 인류가 걸어온 기나긴 여정으로 초대하는 책. 경제학자 오데드 갤로어는 이 책에서 인류의 전 과정을 조망하며 인류 발전 과정 속 드러나지 않은 힘들을 탐구한다. 이 책의 1부는 시간 축을 따라 인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인류 뇌에서 일어난 진화, 두 차례의 기념비적인 혁명인 신석기혁명과 산업혁명, 인적자본 투자 증대를 통해 맬서스의 빈곤의 덫에서 벗어난 인류의 성장에 대해 설명한다. 2부는 부와 불평등의 기원이라는 주제를 따라 인류의 역사를 고찰한다. 인류의 부와 불평등이 제도적,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요인과 더불어 변화해 온 양상을 보여줌으로써 빈부 격차의 수수께끼 풀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인류사 전체에 비하면 지극히 예외적인 성장의 시대를 누리고 있는 현생 인류, 인류의 앞날이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