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는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가 나오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우리나라의 국화라면서 무궁화를 심고 무궁화공원을 만들곤 하는 것이 이상스럽기만 했다. 특히 우리 역사서와 문학 그리고 그림에도 등장하지 않는 무궁화가 어찌 갑자기 국화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러다가 최근 강효백 교수의 책 《두 얼굴의 무궁화》와 《한국 진달래 오라》을 읽고 그 궁금증이 확연히 풀렸다. 강 교수는 먼저 머리말에서 ‘우리나라 옛시조 3,355수 중 단 한 수라도 무궁화를 노래했더라면’, ‘약 4,965만 자의 조선왕조실록에 무궁화가 단 번이라도 나왔더라면’, ‘화훼식물이 등장하는 조선시대 그림 154점 가운데 무궁화 그림을 단 한 점이라도 볼 수 있었더라면’, 구한말 이전 옛 민요 2,585곡 중에 무궁화를 노래한 민요를 단 한 절이라도 들을 수 있었더라면‘, ’무궁화 재배 가능지가 황해도 이남이 아니고 북한과 만주까지였더라면‘ 등을 제시하면서 무궁화는 우리의 국화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뿐만 아니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정말 한반도의 무궁화를 뿌리채 뽑고 불살라버리는 등 탄압했더라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조선은행권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일본 전역의 책방을 직접 취재하여, 개성과 매력을 뽐내는 23군데 독립서점을 생생하게 소개한 서점 탐방 에세이가 새로 나왔다. 그린페이퍼에서 출간한 《오늘도 작은 책방에 갑니다》는 작은 책방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책방 구석구석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담긴 사진을 풍부하게 실었다. 또한 책방 대표나 직원을 인터뷰하여 각 책방이 탄생한 비화나 운영 철학, 책을 선별하는 기준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23개의 ‘소우주’가 들려주는 각양각색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작은 책방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 와키 마사유키는 책과 책방을 무척 좋아해서 관련한 일이라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고 한다. 작은 책방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활동도 오랫동안 해 오고 있으며, 이 책의 출간 역시 그런 활동의 연장이다. 최근 독립서점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전국적으로 매장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은 목소리야말로 진실을 담고 있다.”는 이 책의 포인트가 동네 책방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것이다. 이 책은 일본 간토(関東), 주부(中部), 간사이(関西), 주고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286) 평생 이별의 한이 병이 되어 술로도 못 고치고 약으로도 다스리지 못하네 이불 속 눈물은 얼음장을 흐르는 물과 같아 밤낮으로 흘려도 그 누가 알아주나 - 여인의 정(閨情) - 이옥봉(李玉峰). 허난설헌이나 신사임당을 들어본 이는 많아도, 이옥봉은 퍽 낯선 이름일 것이다. 조선 천재 여류시인 이옥봉은 승지 조원의 첩실로만 살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었다. 조선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여자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서녀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훨씬 더 행복했을지도 모를 비운의 인물, 이옥봉. 장정희가 쓴 이 책 《옥봉》은 그녀의 신산했던 삶을 한 폭의 그림처럼, 유려한 문체로 그려낸다. 출생부터 죽음까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소설적 허구와 사실을 절묘하게 섞어 쓴 작가의 필력이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한다. 이야기는 바야흐로 1630년(인조 8년), 사신단 일행으로 명나라를 찾은 조희일이 명나라 대신의 집에 초대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명나라 대신은 손때로 반질반질해진 책 한 권을 꺼내온다. 바로 《옥봉 시집》이었다. 아버지 조원의 첩실이었던 그녀가 평소 시를 즐겨 쓰는 것을 모르지 않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과학이 필요한 시간’은 언제일까?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유튜브 <안될과학 Unrealscience>의 진행자인 궤도작가에 따르면 거의 모든 시간 우리는 과학이 필요하다. 과학안내서 『과학이 필요한 시간』은 26가지 핵심 주제를 통해 과학의 문을 열어주는 책이다. 인공 지능, 딥 러닝 같은 과학의 최신 원리는 물론 양자 역학, 표준 모형처럼 가장 현재의 과학 이론 그리고 기억, 노화, 죽음 같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과학 지식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작가는 과학이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되기를 바라며 과학 지식을 친숙한 비유를 사용하여 재미있고 쉽게 설명한다. 하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과학을 쉽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과학 기술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바꾸는 과정이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작가의 안내에 따라 과학의 문을 하나하나 열어보자. 과학은 사랑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머릿속을 채울 것이다. 궤도 지음, 동아시아 출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빨 래 터 가난한 과부의 생 꿋꿋하게 건너는데 서러운 시간인 듯 두드리는 방망이는 빨래 속 더러움들을 벼리고 벼리다가 탁탁, 튕겨나는 소리마다 비누 풀어도 춘복 짓고 하복지어 빨래하기 어렵더라 힘겨운 시집살이를 서로에게 위로하니 (제6회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을 받은 박복영 시인의 <빨래터> 가운데서) 유교 경전의 하나인 《주례(周禮)》를 보면 떡 가운데 인절미를 가장 오래전부터 먹어왔다고 하며, ‘인절미는 찰지면서 쫀득하여 떡의 으뜸으로 여긴다.’라고 한다. 인절미는 혼례 때 상에 올리거나 사돈댁에 이바지로 보내는 떡이다. 찰기가 강한 찹쌀떡이기에 신랑신부가 인절미의 찰기처럼 잘 살라는 뜻이 들어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왔다 돌아갈 때마다 “입마개떡”이라고 하여 크게 만든 인절미를 들려 보내기도 했다. 이는 시집에서 입을 봉하고 살라는 뜻과 함께 시집 식구에게 비록 내 딸이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이 떡을 먹고 너그럽게 봐 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 제24호(1929년 12월 01일)에 있는 “사랑의 떡, 운치의 떡, 연백(延白)의 인절미”라는 제목의 글에 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0) ‘손님이 와도 일어나지 마라. 일할 때는 공적인 일이 아니면 마루로 내려가지 마라. 규장각에서 공부하는 학자가 아니면 아무리 높은 관리라 하더라도 규장각에 올라갈 수 없다. 일할 때는 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해라.’ 조선 후기의 명군, 정조가 왕실도서관 규장각에서 일하는 관원들에게 내린 지침이다. 쓱 훑어봐도 정조가 규장각 관원들을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다. 정조는 왕위에 오른 뒤 창덕궁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답고 한적한 곳에 2층 건물, 규장각을 지었다. 정조는 24년 동안 재위하면서 규장각 학자들과 151종류, 3,960권의 책을 펴냈다. 직접 펴낸 책 말고도 중국이나 외국의 희귀한 책을 구해와 보관하기도 했다. 책이 귀했던 시절, 규장각은 모든 종류의 책을 모아놓은 ‘조선의 보물창고’였다. 이 책, 신병주 교수가 이혜숙 작가와 함께 펴낸 《왕실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찾기》는 규장각에 소장된 책들 가운데 잘 모를 법하거나 관심을 가질만한 책들을 가려 뽑았다. 옛 규장각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각종 국보와 보물, 옛 책과 문서, 지도, 정부 기록물 26만여 점 가운데 특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임사절명시(臨死絶命詩) - 성삼문(成三問)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북을 울리며 사람의 목숨 재촉하는데 回頭日欲斜(회두일욕사) 머리를 돌리니 해가 지려고 한다 黃泉無一店(황천무일점) 황천길에는 주막 하나 없다는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밤은 누구 집에서 잘까? 이 한시는 세조(世祖)의 회유에 응하지 않아 능지처형(凌遲處刑, 죄인의 뼈와 살을 발라내어 죽이는 형벌)을 당한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이 죽음에 임하여 목숨이 끊어지기 전 형장(刑場)에서 지은 시다. 둥둥 북을 울리며 망나니가 사람의 목숨을 거두려고 하는데, 조금 있으면 이승에서의 마지막임으로 하직하려고 머리를 들어 산천을 돌아다보니, 해도 자신과 같이 서산으로 지려고 한다. 저승 가는 길에는 주막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 오늘밤은 누구 집에서 자고 갈까를 성삼문은 걱정한다. 조선시대 형벌제도는 《경국대전》에 명시되었는데 회초리로 가볍게 때리는 것부터 시작하여 성삼문 같은 중죄인에게는 능지처형까지 처했다. 그런데 참 특이한 형벌로 ‘팽형(烹刑)’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는 탐관오리를 벌주는 것인데 곧 끓는 가마솥 속에 죄인을 넣어 삶는 공개처형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신세계, 롯데 두 백화점은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백화점계를 석권해온 곳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이 두 백화점은 영어로 광고하기에 혈안이 되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글이 한 자도 없는 영어만으로만 광고를 합니다. 마치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이 백화점엔 오지 말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두 백화점 손님 가운데 영어권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제발 이 백화점 사람들 정신 좀 차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눈망울이 유난히 큰 검정개, 애교스러운 바둑이, 재롱둥이 흰둥이, 황색 털에 코와 발만 하얀 녀석, 영락없는 완구 모양의 털을 지닌 누렁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귀여운 잿빛 강아지들, 머리털이 눈을 가린 삽사리 등 모두 스물여섯 마리의 개가 등장하는 그림책 《개의 입장 :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박자울ㆍ황동진 지음, 작가정신)이 며칠 전 배달되었다. 털 한 올 한 올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개들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특히 우수에 찬 커다란 눈망울의 개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가슴에 다가와 들고 있던 책을 손에서 떼지 못했다. 이 녀석일까? 아니면 저 녀석일까? 스물여섯 마리의 개들을 처음부터 다시 샅샅이 훑어보았다. 실물 강아지라도 만난 듯 책장을 넘기며 나는 어느새 50여 년 전에 키우던 해피를 그림책에서 찾고 있었다. 이웃집에서 자매처럼 지내던 친구가 대도시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를 나에게 맡기고 떠났다. 지금은 아파트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들이 흔하지만, 그때만 해도 아파트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해피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우리집에 맡기고 발걸음을 떼지 못하던 친구는 그로부터 5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파원군 윤평이 숙신옹주를 친히 맞아 가니, 본국에서의 친영(親迎)이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7년 3월 4일 세종 17년인 1435년 3월, 윤평과 숙신옹주가 혼인을 올렸다. 이 혼인은 무척 특별했다. 조선 왕실에서 친영례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처음으로 왕가의 혼인을 친영례로 치른 것이다. 친할 친(嚫), 맞을 영(迎)으로 된 말 ‘친영’은,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신랑 집으로 와서 혼례를 치른 뒤 곧바로 시집에서 사는 것을 말한다. 이런 친영례는 명나라의 풍속이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신랑이 혼례를 치른 뒤 일정 기간 처가에서 지내는 ‘처가살이’ 전통이 강했다. 그래서 명나라에서는 줄곧 조선의 혼인 풍속을 문제 삼았고, 조선 왕실에서는 성리학에 따라 생활 예법을 중국식으로 바꾸며 친영례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명나라의 환심을 사고자 했다. 그러나 숙신옹주가 혼인을 올린 뒤에도 친영례는 한참 동안 일반화되지 않았다가, 무려 200년이 지난 17세기에 가서야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니까 17세기 때까지만 해도 ‘시집간’ 여인보다는 ‘장가간’ 남성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이 책, 《옹주의 결혼식》은 조선 첫 친영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