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파원군 윤평이 숙신옹주를 친히 맞아 가니, 본국에서의 친영(親迎)이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7년 3월 4일 세종 17년인 1435년 3월, 윤평과 숙신옹주가 혼인을 올렸다. 이 혼인은 무척 특별했다. 조선 왕실에서 친영례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처음으로 왕가의 혼인을 친영례로 치른 것이다. 친할 친(嚫), 맞을 영(迎)으로 된 말 ‘친영’은,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신랑 집으로 와서 혼례를 치른 뒤 곧바로 시집에서 사는 것을 말한다. 이런 친영례는 명나라의 풍속이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신랑이 혼례를 치른 뒤 일정 기간 처가에서 지내는 ‘처가살이’ 전통이 강했다. 그래서 명나라에서는 줄곧 조선의 혼인 풍속을 문제 삼았고, 조선 왕실에서는 성리학에 따라 생활 예법을 중국식으로 바꾸며 친영례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명나라의 환심을 사고자 했다. 그러나 숙신옹주가 혼인을 올린 뒤에도 친영례는 한참 동안 일반화되지 않았다가, 무려 200년이 지난 17세기에 가서야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니까 17세기 때까지만 해도 ‘시집간’ 여인보다는 ‘장가간’ 남성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이 책, 《옹주의 결혼식》은 조선 첫 친영례의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런던의 작은 책방 달빛서점. 그림책을 좋아하는 책방주인 리빙스턴 씨와 주변 인물들이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서점주인 리빙스턴 씨, 꿈을 좇아 스페인에서 런던으로 날아온 젊은 고고학자 아그네스, 우주와 사랑에 빠진 꼬마 천재 올리버, 리빙스턴의 연인이자 출판사 사장인 시오반, 서점 진열대에서 사라진 육필원고 사건을 수사 중인 록우드 경감, 서점의 단골손님 등, 달빛서점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에서 행복을 찾아간다. 서점이 배경인 만큼 이야기 곳곳에 책과 독서에 관한 명언들이 가득하다. 『반지의 제왕』, 『티파니에서 아침을』, 『셜록 홈즈 시리즈』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책들뿐 아니라 고전을 비롯한 많은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갑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 속에 인용된 책이나 리빙스턴 씨가 손님들에게 추천해주는 책을 찾아 읽어 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날은 간다 - 손로원 작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위 노래는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뱍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의 노랫말이다. 이 노랫말은 1953년에 쓰인 것인데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계간 《시인세계》 2004년 봄호) 1위에 꼽혔다. 또 여전히 이 시대에도 많은 사람이 이 노래를 좋아하고 있으며, 이미자, 배호, 조용필, 나훈아, 최헌, 김정호, 심수봉, 김도향, 이동원, 장사익, 한영애 등 유명 가수들이 이 노래를 자신만의 창법으로 다시 불렀을 정도로. 이 노래는 '치명적 매력'이 담겨 있다. 가사에서는 성황당 길에 옷고름 씹어가며 꽃이 피면 같이 웃었다고 노래한다. 지금이야 없는 서낭당이라고도 하는 성황당은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을 모셔 놓은 신당을 말함이다. 예전 마을마다 있던 성황당 길에 한복의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옷고름을 씹어가며 임과 다시 만나자며 맹세하던 그 봄날은 지금 가고 있다. 그 임은 다시 올지, 말지 모른다. 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최근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새 제품 ‘스트레스케어 쉼(이하 쉼)’이 출시 6주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1초에 1병 이상 팔린 셈으로, 이는 2019년 선보인 ‘장케어 프로젝트 엠프로(MPRO)3’보다 빠른 기록이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 제품의 이름을 토박이말 <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요즘 새로 출시되는 상품을 보면 이름을 거의 영어로 짓고 있는데 그것은 영어로 이름을 지어야만 제대로 된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풍조인 듯하다. 그런데도 그에 역주행하듯 토박이말로 이름을 지은 것은 칭찬해야만 할 텐데 뜻밖에도 그 상품이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고 있다. 한국 전자산업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보면 한쪽은 상호를 토박이말은 아니지만 우리말을 고수하고 있고, 한쪽은 영문자를 쓰고 있다. 그런 양상을 보더라도 마케팅에 우리말을 쓰는 것이 해가 되는 것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hy가 <쉼>이란 이름을 상표에 붙인 것은 큰 결단으로 칭찬해 마지않으며, 그 결단이 성공으로 이끈 요소 가운데 하나인 듯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안경탈출-나는 이렇게 수술 없이 30년간 꼈던 안경을 벗었다'를 펴냈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55% 이상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2명 중 1명 이상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시력 저하 문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시력이 나빠지고 침침해지는 눈 건강이 걱정되지만 정작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제대로 알려 주는 곳도 없다. 요즘은 안경을 낀 어린아이도 흔히 볼 수 있게 됐고, 시력 회복을 위해 라식, 라섹 시술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눈 건강을 관리하지 않으면 라식, 라섹을 해도 다시 시력이 나빠지게 된다. 눈 건강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여기 나빠지는 눈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던 답답함이 풀렸다. 신간 '안경탈출'은 어린 시절부터 30년간 안경을 사용해 왔던 저자가 어떻게 안경을 벗게 됐는지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눈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알아보고 시력이 좋아지기 위한 방법을 직접 시도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검증해 나간다. 안경을 착용해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영등포공원에서는 이번 어린이날을 기려 잔치가 열렸다. 그런데 이날 잔치마당에는 영어가 신나는 한판이었다. 먼저 행사를 하는 무대에는 "뻔뻔뻔(fun fun fun)한 어린이 축제"라 하여 영어 'fun'을 뻔뻔하게 내놓고는 무대 아래 펼침막에는 "잘놀go! 잘웃go! 잘크go"라고 하여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호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법 규정을 어겼다. 어린이 잔치부터 영어가 신나는 한판을 만드는 공무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어머니께서는 젊어서부터 한 번 보거나 들으신 것은 종신토록 잊지 않으셨으니, 궁중의 옛일부터 국가 제도, 다른 집 족보에 이르기까지 기억하지 못한 바가 없으셨다. 내가 혹시 의심스러운 바가 있어서 질문하면 하나하나 지적해 가르치지 않은 적이 없으셨으니, 그 총명과 박식은 내가 감히 따라갈 수 없다. 「혜경궁지문」, 《순조실록》, 1816년 1월 21일 / 20쪽 혜경궁 홍씨. 정조의 어머니이자 순조의 할머니인 그녀는 죽은 다음 ‘헌경(獻敬)’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총명하다고 해서 ‘헌’, 늘 조심스러웠다고 해서 ‘경’이라는 글자를 썼다. 칠십 년 가까이 계속된 그녀의 궁중생활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이런 살얼음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혜로워지고, 조심스러워지는 수밖에 없었다. 열 살에 입궁한 혜경궁은 빨리 어른이 되었다. 1744년 가례를 올리고 1762년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기까지 약 18년 동안 이어진 불안한 혼인 생활, 아들 정조가 즉위한 뒤 외척 척결에 따른 친정의 몰락, 그리고 마침내 손자 순조가 즉위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칠십 년 궁중생활이었다. 정병설 작가가 쓴 이 책 《혜경궁 홍씨, 회한의 궁중생활 칠십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비 꽃비 - 문현수 아침에 잠시 비를 맞으며 걷다보니 봄비가 무거운지 꽃잎들이 바닥에 내려와 봄비와 어울려 나부끼니 봄비가 온 것인지 꽃비가 온 것인지 거리에는 아름다운 연분홍 꽃잎들이 길을 수놓고 꽃잎 하나라도 덜 밟으려고 이리저리 피하지만 그래도 내 발 밑에 숨는구나 어제, 오늘 비가 줄기차게 온다. 일부 지방은 장대비가 내린다고 하고 남해에는 260.5mm나 왔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올 때 기상청은 ’호우주의보‘라는 말을 쓰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호우(豪雨)”를 찾아보면 《순종부록》 1925년 7월 20일 기록에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올 뿐이다. 그런데 이 《순종부록》은 일본인들의 간여하거나 쓴 것이기 때문에 크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자 “豪(호)”는 호걸이란 긍정적인 뜻이 있지만, 큰비가 사람들에게 호인이나 귀인같이 좋은 손님일 수는 없다. 그 때문에 《조선왕조실록》 통틀어 《순종부록》에 단 한 번 나오는 이 “호우(豪雨)”는 분명히 우리가 쓰던 우리말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대신 “대우(大雨)”를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보면 무려 960번이나 등장한다. 따라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강효백 교수가 《한국 진달래 오라》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표지에는 제목 옆에 작은 글씨로 ‘일본 무궁화 가라’가 적혀있고, 또 표지 윗부분에 ‘어느 경솔한 자가 진달래를 놔두고 궁벽한 무궁화를 조선의 꽃이라고 불렀는가’라고 적혀있습니다. 표지에 적혀있는 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강 교수는 ‘일본 무궁화를 왜 우리나라 국화로 하느냐? 그보다는 한국 진달래를 국화로 해야 한다’라고 목청껏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무궁화는 일본 열도 전체에 자생함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금북정맥 이남에서만 자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으로 일본에는 무궁화에 대해 많은 자료가 있음에 반하여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강 교수는 이런 무궁화에 대해 수많은 자료를 섭렵하고는 무궁화가 우리나라 국화로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전에 펴낸 책 《두 얼굴의 무궁화》에서 자세히 얘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는 책의 끝에 그럼 무궁화 대신 어느 꽃을 국화로 봐야 할지에 대해 여러 후보 꽃을 들면서 그 가운데 진달래를 유력한 후보로 거론했습니다. 그렇게 강 교수는 그 책에서는 진달래를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고 책을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어린이날을 앞둔 장충초등학교 정문 앞에 펼침막이 걸려 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제9회 꿈을 먹고 살지요."라고 하여 우리말을 한글어로 써놓아 칭찬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 옆에 달린 내용은 "HPPY CHILDREN'S DAY <Let's Go, Let's Play>"라고 온통 영어로만 써 놓았다. 굳이 영어로 써놓아야만 되는지 참으로 기가 막히다. 민족주체성이 결여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듯 하여 안타깝다. 조금 있으면 세계 으뜸 글자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 탄신일이다. 그 세종대왕 탄신일을 우리는 스승의 날로 기린다. 하지만, 이렇게 위대한 스승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슬픈 눈물을 흘릴 것 같아 마음이 내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