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팔천(八賤)! 조선에는 흔히 ‘팔천(八賤)’이라 불리는 여덟 가지 낮은 신분이 있었다. 바로 사노비, 승려, 백정,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이었다. 이들은 갖은 설움을 받으며 인간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도 하고, 억울해도 호소할 곳도 없이 그저 타고난 신분을 탓하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조선의 백성들은 태어나면 양반, 중인, 양인, 천민 이렇게 네 가지 신분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조선 초기만 해도 신분제도는 상당히 유동적이었고 신분 간 이동도 빈번했으나 점차 제도가 굳어지면서 한 번 양반은 영원한 양반, 한 번 천민은 영원한 천민이 되었다. 이 책, 《나도 조선의 백성이라고!》는 천민으로 태어나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여덟 부류의 천민을 각각 짧은 동화와 설명으로 보여준다. 흔히 조선시대를 떠올릴 때 열심히 농사짓는 농부나 글을 읊는 선비를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이야말로 그런 양민들의 삶을 죽을힘을 다해 떠받친 조선의 백성이었다. 특히 천민 가운데 가장 수가 많았던 사노비는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주인에게 짐승 취급을 받기 일쑤였고, 어떤 때는 말이나 소보다 싼값에 매매되기도 했다. 승려 또한 조선이 유교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유병하)은 백제학연구총서 쟁점백제사 제21권 “한성백제의 도성과 지방성”을 발간하였다. <백제학연구총서 쟁점백제사> 제21권 ‘한성백제의 도성과 지방성’은 지난 2022년 10월 17일에 진행한 쟁점백제사 학술회의에 발표된 글과 종합토론문을 정리하여 발간한 것이다. “백제학연구총서 쟁점백제사” 시리즈는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일반 시민들이 최대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급한다는 목적으로 2012년부터 발간해 온 한성백제박물관의 대표적인 학술 도서이다. 이번에 발간한 제21권에서는 한성백제의 도성과 지방성에 대하여 고고학과 문헌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하였다. 「백제 개로왕 시기 도성의 경관 변화」에 대한 이보람(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의 글은 백제 한성 도읍 시기의 개로왕 시기에 완비된 도성 경관에 대하여 최신 고고학 자료를 적극 이용하여 살펴보았다. 이혁희(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백제 한성기 지방성」을 통하여 성의 입지, 축조기술, 축성 목적과 성격을 중심으로 그동안의 논의를 정리하였다. 윤성호(한성대학교) 교수의 「백제 한성기의 관방체계 재검토」는 백제 한성기의 중앙성과 지방성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2월의 시 - 김형태 기별은 있었지만 드는 기척조차 없다 고드름도 낙수 되어 대지를 적시는데 갈까 말까 재 넘는 꽃바람 산등성이에 걸렸구나 흰 눈을 머리에 이고 동백, 시린 가슴에 핏물이 든다. 지난 2019년 4월 4․3유족회원 김수연 씨는 제주4․3평화재단 행방불명인 표석을 보고 표석 설치로 넋은 돌아왔지만,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상당수 행방불명된 혼과 유족들의 한(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지인들과 함께 4달 가까이 동백꽃보람(배지) 403개를 만들어 제주도청에 기증했다는 기별이 들려왔다. 제주4.3항쟁은 제주도의 무고한 양민 3만여 명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참혹한 역사다. 당시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 단독선거, 단독정권 수립 반대를 목표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이 벌어졌다. 이때 죽은 3만이란 숫자는 제주도민의 1/9 정도가 되기도 했지만, 이 희생자 가운데 33%가 노약자와 여성이며, 무차별적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데 문제가 있다. 김형태 시인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글은 어떤 점이 우수할까? 일상에서 늘 쓰는 한글이지만, 한국인이라도 막상 이 질문을 받으면 서너 개도 말하기 어렵다. 배우기 쉽고 소리내기도 쉬운데, ‘뭔가 머리로는 아는데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느낌이다. 이 책, 《한글이 우수할 수밖에 없는 열두 가지 이유》를 보고 나면 그 까닭을 열두 개나 말할 수 있게 된다. 한글의 우수함을 어린이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가가 정성스럽게 만든 이 그림책은, 우수한 것은 알지만 왜 우수한지 선뜻 말하지 못했던 어른들에게도 꽤 유용한 책이다. 한글이 우수한 까닭은 첫째, 세종 대왕이 만든 글자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만든 우리 글자, 그것이 바로 한글이다. 전 세계의 많은 글자 가운데 임금이 백성을 위해 직접 만든 글자는 한글밖에 없다. 둘째,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글자다. 알파벳이나 한자, 다른 나라의 글자는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다. 그러나 한글은 세종대왕이 1443년에 창제하고, 2년 9개월의 검증 기간을 거쳐 1446년에 만백성에게 반포한 것이 명확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한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자, 창제 동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일찍이 빅토르 위고는 “세상의 모든 군대를 합쳐놓은 것보다 강력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적절한 시기가 무르익은 아이디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은 적절한 시기가 무르익은, 즉 거대한 아이디어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는 세상을 바꿔 온 다양한 분야의 거대 아이디어들을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거대한 아이디어의 기원, 거대한 아이디어가 사회적 발전에 기여한 역할, 세상을 바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상황, 그리고 인류의 최전선이 우리에게 남은 가능성의 끝까지 밀고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새롭고도 거대한 아이디어를 얻어내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작가는 거대한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우선 그것을 찾기 위한 ‘임무에 착수’하고, ‘천 개의 프로젝트 꽃 피우기’와 ‘교육의 재학습’, ‘시스템의 혁명’과 함께 마지막으로 ‘더욱 대담’해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세상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아이디어의 미래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수(雨水) - 권경업 언제부턴가 엄동의 조개골 비집고 실낱같은 물길 열더니만 보세요, 큰일났어요 그 물길 콸콸 그리움 되어 밤마다 내 가슴엔 막막한 홍수 내일은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24절기 가운데 둘째 ‘우수(雨水)’다. 우수란 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뜻인데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 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거다. 꽁꽁 언 강물도 풀리는 것처럼 오늘 우수는 불편했던 이웃과 환하게 웃는 그런 날이다. 예부터 우수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한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봄은 이제 코앞에 다가와 있다. 이때쯤 되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물이라며 한양 상인들에게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4천 냥을 받고 대동강을 팔았다는 김선달이 생각난다. 이제 대동강물도 풀리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9)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불렀으니 군자 만년에 큰 경복일레라. -《시경》- 이렇게 좋은 의미를 지닌 집에서 사는 인생은 어땠을까? 하루하루 술에 취하고 덕을 베풀며, 큰 복을 누리며 살았을까? 이 집의 주인이 되어 하루하루를 보내던 이들이 있었다. 바로 조선의 법궁, 경복궁에서 일상을 보내던 임금들이다. ‘경복(景福)’이라는 이름은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중국의 시집인 《시경》에 있는 말을 따서 지은 것으로, 임금의 큰 은혜와 어진 정치로 만백성이 아무 걱정 없이 잘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 책,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는 경복궁에서 흘러가는 임금의 일상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정겹고도 다정하게 들려준다. 어린이용 책답게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잘 담아냈고, 풍부한 그림도 함께 실려있어 우리 궁궐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임금의 하루는 익선관포를 갖추어 입고 차림새를 단정히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침 수라에 해당하는 자릿조반을 먹은 뒤, 어머니인 대비가 기거하는 자경전으로 가서 아침 문안을 드린다. 경복궁의 자경전은 고종 때 조대비(익종의 비 신정왕후)를 위해 지은 건물로, ‘자경’은 임금의 어머니나 할머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소설가 백수린의 산문집. 따뜻해 보이는 초록빛 표지와 소소한 느낌의 제목이 눈길을 끄는 책이다. 작가는 단독주택에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옛 성곽이 보이는 허름한 산동네의 작은집으로 이사를 한다. 아파트에서만 살던 작가가 본가를 떠나 낡은 단독주택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꾸리며, 새 보금자리와 바뀌는 계절의 다채로운 모습부터 주변의 작은 것들을 소재로 사색하고 기록하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반려견 봉봉이의 추억부터, 옆집의 이웃이나 폐지줍는 할머니까지,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내 안의 작은 감정을 놓치고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행복하다는 느낌을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삶을 사랑하는 방법, 행복하다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소박하고 따스한 성품을 가진 작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기분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꽃샘바람 속에서 - 박노해 꽃샘바람 속에서 우리 꽃처럼 웃자 땅속의 새싹도 웃고 갓 나온 개구리도 웃고 빈 가지의 꽃눈도 웃는다 꽃샘바람에 떨면서도 매운 눈물 흘리면서도 우리 꽃처럼 웃자 봄이 와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봄이 오는 것이니 아직 봄이 되기 전 눈을 뚫고 ‘복수초’는 피어난다. 이른 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꽃이 복과 장수를 뜻한다고 해서 ‘복수초(福壽草)’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설연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말 이름으로 ‘얼음새꽃’, ‘눈색이꽃’이라고 하여 요즘은 이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그런데 눈을 뚫고 피어나는 꽃으로는 ‘랍매’도 한몫한다. 음력 12월을 뜻하는 ‘랍(臘)'을 써서 ‘납매(臘梅)'라 부르는데, 우리말로 풀면 ’겨울매화‘라 부를 수 있다. 그 연약한 꽃들이 눈을 뚫고 피어나는 것을 보면 드디어 봄이 왔음을 우리는 실감할 수 있다. 한겨울 눈에 덮여 만물이 꽁꽁 언 듯하지만, 그 눈 밑으로는 봄이 꿈틀대고 있었음이다. 그렇게 옛 선비들은 ’구구소한도‘에 매화를 그려가며, 봄날이 다가옴을 마음속으로 꿈꾼 것이다. 여기 박노해 시인은 그의 시 <꽃샘바람 속에서&g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프랑스 조각가 로댕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은 원래 파리 국립 장식품 박물관 정문용 조각으로 기획된 것이었다고 한다. <생각하는 사람>이 단테의 『신곡:지옥편』의 지옥문에 포함되는 조각이었다고 하니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7개의 박물관·미술관 및 80여 점의 소장 미술품에 대해 소개한다. 당시의 시대상, 미술품 제작 방법, 작가의 일대기 등 다양한 배경지식뿐만 아니라 저자 본인의 감상평을 함께 소개하여 대중들이 풍성하고 다채롭게 미술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와 함께 작품이나 예술가들과의 공감을 통해 ‘지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흥겨운 피크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단조로운 일상에 흥겨움을 더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