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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학살 피해자와 동백

김형태, <2월의 시>
[겨레문화와 시마을 128]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2월의 시

 

                     - 김형태

   기별은 있었지만

   드는 기척조차 없다​

 

   고드름도 낙수 되어

   대지를 적시는데​

 

   갈까 말까

   재 넘는 꽃바람

   산등성이에 걸렸구나​

 

   흰 눈을 머리에 이고

   동백,

   시린 가슴에 핏물이 든다.

 

 

 

 

지난 2019년 4월 4․3유족회원 김수연 씨는 제주4․3평화재단 행방불명인 표석을 보고 표석 설치로 넋은 돌아왔지만,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상당수 행방불명된 혼과 유족들의 한(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지인들과 함께 4달 가까이 동백꽃보람(배지) 403개를 만들어 제주도청에 기증했다는 기별이 들려왔다. 제주4.3항쟁은 제주도의 무고한 양민 3만여 명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참혹한 역사다.

 

당시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 단독선거, 단독정권 수립 반대를 목표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이 벌어졌다. 이때 죽은 3만이란 숫자는 제주도민의 1/9 정도가 되기도 했지만, 이 희생자 가운데 33%가 노약자와 여성이며, 무차별적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데 문제가 있다.

 

김형태 시인은 그의 <2월의 시>에서 “흰 눈을 머리에 이고 / 동백, / 시린 가슴에 핏물이 든다.”라고 노래한다. 4․3유족회원 김수연 씨의 동백꽃보람과 김형태 시인의 동백은 닮은 이야기다. 시린 가슴에 핏물이 든 동백은 바로 4․3 학살 피해자 그것이다. 겨울에 핀다고 해서 동백(冬柏)이지만 동백은 예로부터 ‘세한지우(歲寒之友)’라 불렀단다. 추운 겨울의 벗, 그러나 핏물이 든 벗일 수밖에 없는 동백이다. 갈까 말까 재 넘는 꽃바람, 이제 고개를 흠칫 넘어 우리 곁에, 동백 곁에 다가올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