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고명주 시인]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 연리지 -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란 나무 * 알뜰한 – 남을 지극히 아끼고 위하는 마음
[우리문화신문=김민서 시인]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작은 무대에서 말문 트기 노래를 참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첫 울음도 노래였을 겁니다. 말 보다 노래를 먼저 배웠기에 노래로 말을 했습니다. 살구꽃 흩날릴 때도 노래를 불렀고 억새 팬 달빛 아래서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야생화 흐드러진 산길에서도 여울소리 굴러가는 냇가에서도 조약돌과 노래로 말을 나누었습니다. 밥 먹을 때도 노래를 부르다 숟가락에 얻어맞아 늘 머리통이 욱신거렸습니다. 변소에서도 노래를 부르다 야단맞으면 이불을 덮어쓰고 불렀습니다. 얼음이 둥둥 뜨는 찬 물에 머리를 감으면서도 노래를 부르던 그녀는 세상살이에 나오면서 점점 노래가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녀의 대화법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래가 한 마디 줄 때마다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 알갱이는 몸 안으로 들어가 핏줄을 타고 돌다 독소가 되어 세포에 스미었습니다. 허파로 염통으로 간으로 혈전처럼 쌓여가 말문을 막았습니다. 말문이 막힌 그녀는 손짓으로 몸짓으로 글로 말하기를 하며 살아냈습니다. 지금 그녀는 내 옆에 잠들어 있습니다. 내일은 가게 귀퉁이에다 작은 무대 하나 만들어 줘야하겠습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정박(碇泊) (1) 너 댓 해전이었을까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길에 서 있었지 머릿속은 맨 눈으로 일식을 본 양 하얗게 비어 몽유병에서 방금 돌아온 듯 악몽을 꾸고도 악몽인 줄도 모르고 빈 동공을 바람으로 채우며 유랑의 길을 떠났지 위험하고, 힘들고, 더럽다는 곳엔 언제나 내가 있었지 활자를 지우고, 음표를 지우고 원고지마저 까마득히 지우고 석면가루가 날리면 마셨고 공구리 죽이 튀면 덮어쓰고 제 무덤 파듯 삽질하며 오로지 육체로만 살았지 정신을 상실했다는 사실조차 상실하고 살았지 (2) 척박한 황무지 그 폐허의 가슴에도 싹은 트는가? 몽유병 환자가 꿈을 기억해내려 애쓰듯 소금밭에 씨앗을 뿌려 놓고 옛 기억을 기억해내려 발버둥 치던, 유난히 비가 많았던 어느 해 가을날 기타를 안은 당신이 광배를 지고 기적에 실려 내게로 왔지 (3) “세상의 끝이 멀다한들 채찍질하여 가다보면 언젠가는 당도할 날이 있다(莫嫌海角天厓遠但肯搖鞭有到時)1“ 누구나 그러하듯 나도 마음에 이런 기둥하나는 세우고 살았지 거기에 새겨 넣은 좌우명이 좋다는 당신 담박(淡泊), 잔잔한 호숫가에 매어진 한 척의 나룻배처럼 고요하게,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시월 어느 멋진 날에 붉은 물감 머금은 칸나였거나 키 큰 서어나무 잎이었다면 내 진작 알아보고 다가갔으련만 어찌하여 키 작은 구절초로 오시는가 모래알에 박힌 석영이거나 고드름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었다면 그 영롱함에 이끌렸으련만 하필이면 초저녁 어스름으로 오시는가 백봉령에 걸린 뭉게구름이었어도 한 섬 앞바다의 물거품이었어도 내 알아봤으련만 어느새 그림자로 옆에 와 계시는가 빈한한 이 영혼은 마음밖엔 드릴 게 없는데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꿈을 짜는 연인들 꿈을 짰어요 뜨개질은 첨이지만 서툴긴 하지만 그래서 더 정성의 땀으로 짰어요 사랑을 짰어요 사랑이 첨은 아니지만 포옹이 첨은 아니지만 이렇게 산맥물결이 밀려오긴 첨이네요 여행을 떠났어요 별과 별 사이를 흐르는 꽃과 꽃 사이는 걸어봤지만 이국의 야자그늘 아래서 시를 써보긴 했지만 바람타고 별 밭을 나는 건 첨이네요 그녀는 음악에 취해 자주 눈을 감고 내 어깨에 기댔어요 아직도 꿈을 짜요 아침이 와도 깨지 않는 꿈 깨어나도 꿈같은 꿈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아무 말 않기 춥다 추분이 지났다지만 비가 온다지만 진동모드 전화기처럼 온 몸이 떨린다 냄새, 치석이 앉도록 똥내가 난다 창자를 지나 똥끝까지 타나보다 아직도 못다 태운 그리움이 이리도 많았던가 그랬었구나 내 물음에 대답이 없었던 게 내게 물음이 없었던 게 같이 있어도 쓰리다는 건 말을 섞을수록 공허하다는 건 알고 있었었구나 우리의 이해구조가 다르다는 걸 나는 “사랑”을 “불”이라 쓰고 “남김없이 붓는 것”이라 읽으면 자신은 “얼음”이라 쓰고 “조금씩 붓는 것”이라 읽는다는 걸 이젠 정말, 아무 말 않기 원망도 말기 자책도 말기 기다리지도 않기 그냥 그런 거 계절 하나가 지나간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