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국에는 참 다양한 색이 있었다. 뚜렷한 사계절과 음양오행 사상에 따라 방대한 색깔이 있었지만, 지금 널리 알려진 색은 오방정색, 그리고 간색 정도다. 아름다운 전통 색상이 잘 전승되지 못하고 활용도가 많이 낮았던 까닭이다. 이재만이 쓴 이 책, 《한국의 전통색》은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연구하여 펴낸 《한국전통표준색명 및 색상 제2차 시안》에 수록된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국의 90가지 전통색을 차례차례 보여주는 책이다. ‘이런 색이 있었나’ 싶을 만큼 다채로운 색깔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 무려 90가지 빛깔을 찾아낸 비결은 한국의 복식과 전통공예, 자연환경, 문화유산, 광물에서 폭넓게 자료를 수집한 덕분이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고려사절요》, 《규합총서》 등 옛 문헌에 수록된 색채에 관한 기록을 발췌하여 함께 담았다. 시대별로 색채를 사용한 양상을 보면,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시대에는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이 주로 쓰였지만, 고려시대에는 중후하고 둔탁한 느낌의 색채가 유행했다. 책에 실린 색들은 적색계, 황색계, 자색계, 청록색계, 무채색계의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색상 몇 가지를 소개한다. #호박색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SNS 속 화려한 사람들 모습을 보며 스스로가 초라하고 외롭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인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비교의 기준을 다양하게 가질 것을 제안한다. 예쁜 골프복을 입은 친구가 부럽다면, 골프 외에도 직업, 인간관계, 자존감, 건강 등 다른 기준으로 시선을 넓혀보면 박탈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준비된 체력이 소진되었습니다』에는 이메일을 보낼 때 긴장되고, 발표가 두렵고, 전화가 불안하고, 부탁이 어려운 등 사소한 일에 멘탈이 흔들리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에게 전문적이면서도 따뜻한 마음 해결책을 제시하며, 불안과 외로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이를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연애를 한다고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으며, 자신의 외로움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때 성숙한 연애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일상 속 크고 작은 외로움과 불안으로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에게 한 권의 위로와 희망을 추천한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김대건.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천주교가 모진 박해를 받던 시기, 목숨을 걸고 청나라로 건너가 끝내 신부가 되는 꿈을 이뤘으나 너무 일찍 순교하여 더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이 책,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은 이런 그의 생애를 간결하지만 친절하게 일러주는 책이다. 어린이책이지만 김대건이라는 한 신부의 생애를 전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어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관심 있게 살펴볼 만하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 충청도 솔뫼에서 태어나 어릴 때 첩첩산중으로 이사했다. 마을 이름이 ‘골짜기에 있는 뱀이 많은 마을’이라는 뜻의 골배마실이었다. 골배마실에 사는 사람들은 땅이 척박한 가운데 농사도 잘 안되어 늘 가난했지만, 천주교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숨어든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항상 신부님이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에서 모방 신부가 마을에 오자 온 마을은 잔칫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김대건도 이때 세례를 받고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을 가졌다. 모방 신부를 따르는 이들은 늘어갔지만, 조선말을 잘 모르는 신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다. 교우들은 이것저것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자연을 향한 끝없는 호기심과 관찰로 일생을 바친 한 학자가 있다. 찰스 다윈이 “아무나 흉내 내지 못할 관찰자”라고 묘사한 바 있는, 장 앙리 파브르이다. 조르주 르그로가 쓴 전기 『위대한 관찰』은 『파브르 곤충기』로 널리 알려진 파브르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는 단순한 곤충학자가 아닌 모든 생물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한 박물학자였다. 가난이라는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아흔에 가까운 나이까지 한결같은 열정으로 관찰을 이어갔다. 그의 끊임없는 탐구는 인간의 존엄성, 전문가의 정직성, 관찰자의 천재성, 저술가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특히 파브르는 자연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겼으며, 참을성 있는 관찰이야말로 진정한 창의성이라고 생각했다. 파브르의 삶과 기록은 일상 속 작은 생명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어떤 경이와 감동을 가져다주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파브르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어떨까? 우리 주변의 자연과 생명도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12월 7일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하여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일본식 지명 ‘진주만’이란 이름을 아무 비판 없이 쓰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 개선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미국 하와이 펄하버 국립기념관(Pearl Harbor National Memorial)을 찾아 둘러보면서, 이곳 지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본래 이 지역은 진주조개가 많이 잡히던 곳이라, 원주민들은 “진주조개를 잡던 곳”이라는 의미의 와이모이(Wai Moi)라 불렀다. 따라서 이 지역을 가리킬 때는 원어의 의미와 발음을 존중하여 펄하버(Pearl Harbor) 또는 와이모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외래어 지명은 통상적으로 현지에서 사용하는 원음을 존중하여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해(海)", "만(灣)", "바다", "산맥(山脈)", "산(山)", "사막(沙漠)", "역(驛)" 등과 같은 지형지물 이름은 원어 뒤에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표기하며, 고유한 지명 자체를 번역하거나 해설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교육부와 외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2025년 올해로 훈민정음 창제 582돌, 반포 579돌을 맞이했다. 훈민정음 창제는 세종대왕이 혼자 한 것이었지만, 해례본은 정인지ㆍ최항ㆍ박팽년ㆍ신숙주ㆍ성삼문ㆍ강희안ㆍ이개ㆍ이선로 등 8명의 학사들과 함께 이뤄낸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었다. 그런 만큼 15세기까지 이룩한 각종 학문 성과, 곧 인문학ㆍ과학ㆍ음악ㆍ수학 같은 다양한 지식과 사상이 융합 기술되어 있다. 인류 보편의 문자 사상과 철학이 매우 짜임새 있게 담겨 있다. 또 해례본은 1997년에 유네스코에 첫 번째로 오른 대한민국 세계 기록 유산이다. 섬세한 문자 해설서이면서 음성학 책이기도 하고 문자학 책이기도 하다. 15세기로 보나 지금으로 보나 으뜸 사상과 학문을 담은 책이자 현대 음성학과 문자학 그 이상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의 문화유산인 해례본이 어떤 책이라는 건 알면서 정작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원문이 한문이고, 한글 번역도 대개 전문가용 문체라 읽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국어국문학과나 국어교육학과에서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불긍세행, 종루대덕 (不矜細行 終累大德)’ 영ㆍ정조 시대 사람으로 빼어난 문장가로 이름 높은 이덕무가 지은 《사소절(士小節)》에 나오는 문구다. ‘긍(矜)’은 소중하게 지킨다는 뜻이고, ‘누(累)’는 폐를 끼치거나 그릇되게 한다는 뜻으로 ‘작은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큰 덕을 허물게 된다’라는 뜻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사소한 일에서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끝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이덕무는 선비들이 이를 알고 항상 경계하길 바랐던 것 같다. 그 시대에 도덕과 예절이 무너져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워지는 현실을 안타까이 여기고, 선비가 지켜야 할 소소한 예절의 소중함을 깨우치기 위해 《사소절》을 썼다. 지은이 정성기는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많은 소설과 평전을 쓴 바 있고, 특히 ‘사소절’을 접한 뒤 작은 예절의 중요성을 일깨우려 했던 이덕무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해 이 책, 《양반가문의 쓴소리》를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선비의 소소한 예절과 몸가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되짚고,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담았다. 이덕무는 예절의 기본 요소로, 내적으로 갖춰야 할 네 가지 마음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서울 영등포본동 주민센터는 요즈음 <영등포본동 정월대보름 척사대회>라는 펼침막을 걸었다. 지난 2023년 평택시는 '척사대회'라는 용어 대신 '윷놀이대회'를 사용할 것을 민간에 권고하는 한편, 시에서 진행하는 관련 행사에서도 '윷놀이대회'를 공식 이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평택시에 따르면 “각 마을에서 펼쳐진 윷놀이대회는 '던질 척(擲)'과 '윷 사(柶)'를 사용해 '척사대회'로 불려 왔다. 하지만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척사'의 뜻이 쉽게 해석되지 않고, 쉬운 우리말인 '윷놀이'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평택시는 용어 순화를 민간에 당부했다.”라는 것이다. 이런데도 영등포본동 주민센터가 ‘윷놀이’라는 모두가 알 수 있는 쉬운 말을 놔두고 굳이 ‘척사대회’라고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영등포본동 주민센터 공무원들 가운데 이 ‘척사’라는 어려운 말을 한자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지난해 영등포본동 주민센터는 <윷놀이 한마당>이란 펼침막을 걸었었다. 오히려 영등포본동 주민센터는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에서 퇴보하고 있음이다. ‘윷놀이’를 ‘척사’라고 쓰면 유식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춘이 오는 날 - 김덕성 한파는 그 꼴을 볼 수 없다는 듯이 앞질러 봄 길을 막았다 이리 일찍 자리를 내 줄 수 없다고 아니 내 자리를 왜 빼앗으려는 가고 서슬이 퍼래 대항하듯이 찬바람 몰아치며 꽁꽁 얼어붙었다 봄은 저만치에서 서성거리고 한파는 기승을 부리는데 시인들 가슴서는 봄 향기로 향기롭게 피어오르는 지금에 견주면 난방이 시원찮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겨울을 났을까? 누비옷을 입고 방안에 화로를 두는 정도였을 겨울나기에 ‘구구소한도’라는 것도 한몫했다. 이 구구소한도는 동지가 되면 종이에 9줄의 칸을 그려놓고 한 줄에 9개씩 81개의 매화를 그린 다음 하루 하나씩 매화에 붉은빛을 칠해나간 한 것이다. ‘구구소한도’에서 붉은빛을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다. 그렇게 하여 81일이 지나면 모두 81개의 홍매화가 생기고 그러면 입춘 곧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국에서 전해오는 글에 따르면 “첫 아홉 날과 두 번째 아홉 날은 손을 밖으로 내놓지 않고”부터 시작하여 “아홉 번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이 노래는 안정숙 지은 《언젠가 떠나고 없을 이 자리에》 수필집에 나온 노래다. 작가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곡 중 하나인 '보리밭'을 나도 무척 좋아한다.”라면서 “내가 이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 것은 시적 정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노래 자체의 정겨운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아버지와의 추억 때문이다. 이 노래를 듣거나 나 혼자 흥얼거릴 때면 여지없이 어릴 때 아버지와 보리밟기가 정겹게 내 눈 앞에 펼쳐진다.”라고 써 내려간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보리밭을 밟았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책 첫 글 ‘잊혀지지 않는 한 아름다운 여인’에도 곰곰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속삭인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초가을이었다. 그날은 먼저보다 옷이 더 남루해 보였다. 때 묻은 손에는 칫솔이 하나 쥐어져 있었는데, 치약이라도 찾고 있는 모습을 하고 군중들을 향해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그리고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