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만덕의 성은 김 씨니 탐라국 양가의 딸이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의탁할 곳이 없어서 기생집으로 가게 되고…(중략) 번암 채상국(채제공)이 78세에 충간의 담헌에서 쓰노라.” -머릿말 중에서- 김만덕.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흔히 우리나라 역사 속 여성 인물을 이야기할 때 신사임당, 허난설헌, 유관순 등을 첫손에 꼽는 사람은 많아도, 김만덕을 떠올리는 이들은 여전히 드물다. 그러나 김만덕은 우리나라 역사 속 어떤 인물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해낸, 추사 김정희의 표현 그대로 ‘은혜의 빛으로 온 세상을 물들인’ 여인이다. 그녀는 4년 동안 이어진 혹독한 기근 가운데 자신의 전 재산을 풀어 곡식 오백 석을 마련했고, 죽어가는 수많은 백성을 살려냈다. 이 책 《제주의 빛 김만덕》은 그런 김만덕의 삶을 쉽게, 그러나 깊이 있게 풀어낸 책이다. 마을을 휩쓸고 간 역병으로 갑자기 고아가 된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모두가 칭송하는 ‘만덕 할머니’가 되기까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녀의 삶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녀는 본디 기생과는 관련이 없는, 양인의 딸이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자상한 부모, 오라버니 만적, 동생 만재와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허수아비 일기』는 정들었던 사하라 사막의 내전을 피해 대서양의 아름다운 카나리아 섬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잡은 싼마오와 호세의 유쾌한 신혼생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싼마오는 이곳에서는 사막에서 처럼 이웃들과 친해지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유유자적하며 은둔생활을 꿈꾸지만 낯선 북유럽 땅에서 노인 이웃들을 만나게 되면서 호기심 많은 싼마오의 오지랖은 다시 발동하게 되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웃들과 친해지게 된다. 따뜻하면서 유쾌발랄한 성격의 싼마오와 자유분방한 호세가 소중한 인연들과 만들어가는 사랑, 우정, 인생의 진면목이 진하게 전해진다. 열두 편 이야기를 읽고 나면 싼마오의 자유로운 삶, 이웃들과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우리들의 가슴속에 따뜻함으로 전해진다.
[우리문화신문=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국회도서관(관장 이명우)은 12월 27일(월) 주요국의 인공지능 법률 등을 소개한 《법으로 보는 인공지능》을 발간하였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국가안보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상위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U,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와 법률적 기반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2020년부터 24차에 걸쳐 「AI와 국회포럼」을 개최하였으며, 2021년 12월 각국의 인공지능 법률을 수록한 《법으로 보는 인공지능》을 발간하였다. 이 책에서는 EU에서 세계 최초로 제출한 「인공지능법(안)」을 비롯하여 미국, 중국 등 6개국의 법률과 법률안도 포함하여 최근의 입법동향을 제공하고 있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인공지능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혁신 과제이자, 개인의 인권 등이 맞물린 다차원적인 현안이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AI 법에 대한 입법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바람처럼 그는 오늘도 섬의 이곳저곳을 누빈다. 무심히 긴 수평선, 바다를 찌르는 곶들, 방풍을 위해 수고로이 쌓은 끝없는 돌담, 앙상한 해송들, 마지막 남은 작은 초가집, 꽃이 다 날아가버린 황량한 억새 들판, 묵묵한 오름들, 그리고 무엇보다 구름들, 아니 바람결, 바람이 헤집어 놓은 구름장 사이로 쏟아지는 하늘빛을 그는 만난다. - 머릿말중에서 - 그렇다. 이 책은 화가 강부언이 섬 이곳저곳을 누비며 그린 그림에, 작가 현길언이 글을 덧댄 한 폭의 시화다. 강부언은 ‘삼무일기(三無日記)’라는 표제를 내걸고 그림을 그려왔다.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는 뜻의 ‘삼무(三無)’는 제주도 사람들의 강한 자생력과 포용력을 보여주는 제주 특유의 삶의 방식이다. 강부언은 이런 삶 속에서 느낀 그날그날의 감상을 화폭 위에 거침없이 담아냈고, 현길언은 거문고 가락에 맞춰 시를 읊듯 그에 어울리는 글을 풀어냈다. 그 가운데 특히 마음을 울리는 풍경 몇 폭을 소개해본다. # 올레길 제주 걷기 열풍을 불러왔던 ‘올레길’. 올레길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말이지만, 그 뜻을 정확하게 아는 이는 뜻밖에 드물다. 예로부터 제주 집은 길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스페인에서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고생물학자가 인류의 진화에 대해 쉽게 풀어 이야기를 하면 소설가는 우리가 왜 사피엔스와 고인류에 호기심을 느끼는지 노련하게 이야기를 엮어 낸다. 두 사람의 인간 탐구 여행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선사 시대 동굴 벽화에서 구석기 시대의 예술을 논하고, 놀이터에서 유인원과 인간과의 차이점을 대입해본다. 장난감 가게에서는 문화적 수렴과 적응이 이루어지는 방법을 알게 되고, 레스토랑에서는 인간의 먹거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논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의 현재와 과거는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루시(Lucy)’는 에티오피아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호미니드(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의 원시인으로 약 32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에게 어떤 생물학적 토대가 있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인류의 조상인 ‘루시’가 지나온 길을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6백여 년 동안 광화문 앞길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시기별, 분야별로 살펴본 《광화문 앞길 이야기》를 펴냈다고 밝혔다. 서울의 (정치적) 중심은 광화문 앞에 펼쳐진 넓은 공간이다. 강남개발로 인해 그 중요성이 많이 감소했지만, 광화문 앞길은 여전히 정부서울청사 등 정부의 주요 기관이 자리하고 교보빌딩 등의 상업시설도 위치하여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9년에는 광화문 광장이 개장하면서 시민들의 휴식․여가공간으로 변신했으며, 작년(2020년) 말부터 역사성을 강화하고 좀 더 많은 시민들이 광장을 향유할 수 있도록 광장을 넓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이 일대가 광장으로 조성될 때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광화문 앞길 이야기》 발간을 기획하였다. 조선 왕조는 한양 천도 이듬해인 1395년에 경복궁을 건립한 뒤, 광화문 앞쪽에 의정부와 육조를 비롯한 주요 관청들이 입지하는 ‘관청거리’를 조성했다. 광화문 앞길의 관청들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지만 17세기 전반을 거치면서 복구됐다. 그러나 경복궁이 중건되지 못하고 창덕궁이 그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과학적 사유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담아낸 이 책의 작가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작가 앤 드루얀의 딸, 사샤 세이건이다. 그녀는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우리의 시간은 얼마나 짧은지를 진심으로 인정하고도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신이 어른이 되었음을 느꼈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구에 살아 있다는 자체가 경이롭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 추수, 끝없는 겨울밤, 꽃 피는 봄과 같이 지구가 해의 둘레를 돌면서 생겨나는 일들과 탄생, 성숙, 재생산, 죽음과 같은 인간의 생물학적 과정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태곳적부터 이러한 일들을 축하해왔다. 작가는 아이가 생기고 나서 크고 작은 무언가를 함께 기념하고 싶은 충동을 더 많이 느낀다고, 지구에서의 삶이 신비롭고도 다양한 의미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딸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우주적 성찰이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작은 순간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왜 항상 바쁘고,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느긋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일본 최고의 생물학자가 위트 있게 전하는 ‘느리고 서툴러도 행복한 32가지 방법’ , “자존감을 세워라, 삶의 의미를 발견하라, 부지런히 자기계발 하라.” 사회는 우리에게 많은 걸 요구하고 강요하지만, ‘의미 있는 삶’이나 ‘자존감’이 말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체력적, 정신적 에너지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소진시키기도 하는 사회에 “뭐든 잘 해내겠다는 부담을 버려라. 애초에 나다운 인생이란 없으며, 인간은 원래 게으르게 살도록 만들어졌다”라고 강단 있게 말하는 이케다 기요히코.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 생물학자인 그는 《인간은 원래 게을러야 행복하다》에서 인류학, 생물학, 역사문화학 설명을 곁들여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주제들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낸다. 인간의 삶에서 느긋함과 포기하는 힘이 중요한 이유, ‘무한한 재능이 있다는 긍정의 외침’이 희망적이지 만은 않은 이유, 지나친 자기애가 부작용을 초래하는 이유들을 알고 나면 도리어 ‘행복이 쉽고 가까이 있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노동이 정말 미덕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청자상감국화모란문과형병, 연가7년명금동여래입상. 우리나라 문화재 이름은 참 어렵다. 모두 한자로 되어있어 어지간한 어른도 그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밑줄 좍좍 그으며 외우기만 했지, 문화재 이름이 왜 그렇게 불리는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탓이다. 그래서 길라잡이가 필요하다. 한자어로 된 문화재 이름을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역사는 재미없는 암기과목’으로 억울한 낙인이 찍히는 일도 뚜렷이 줄었으리라. 사실 그 뜻을 이해하고 나면, 문화재가 걸어온 길과 지금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더는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반가사유상 두 점, 국보 78호와 국보 83호만 해도 그렇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들었을 때 어른이라면 뜻을 대강이야 짐작은 하겠지만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 당최 알기 어렵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p.143-144) 반가사유상은 무슨 뜻일까요? 반가(半跏)는 반만(半-반 반) 책상다리(跏-책상다리할 가)를 했다는 뜻입니다. 사유(思惟)는 깊은 생각(思-생각 사, 惟-생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정주생활을 시작한 이래 인류는 가축과 곡물을 키우며 살아왔다. 음식물쓰레기와 분뇨, 오물이 넘쳐나고 쥐, 모기, 파리떼가 찾아왔다. 필연적으로 천연두, 홍역, 콜레라, 볼거리, 수두 등 감염병이 발생했다. 감염병이 창궐하여 전쟁보다 많은 사람을 죽이고 나면, 또 다른 감염병이 찾아왔다. 현대 의학의 발달과 개인위생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많은 감염병이 정복되었지만, 에이즈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여전히 인류의 난제로 남아 있다. 농업혁명 이후 인류 역사는 감염병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공격하는 쪽은 미생물, 기생충, 박테리아, 바이러스다. 우리 몸의 면역력 또한 진화를 거듭한 덕에 선천면역과 획득면역으로 방어를 하는 한편 너무 열심히 방어한 탓에 알레르기 같은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감염 가능성 있는 대상을 미리 피하게 해주는 행동면역은 역겨움으로 시작해 차별과 혐오의 감정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았다. 게다가 새로운 감염병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감염병의 원인과 면역과정을 배우고, 감염병을 대하는 성숙한 사회적 태도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