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이는 산 모습이 점점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는 기러기가 놀라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하지만 근심이 되는 것은 늙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맞으며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위는 조선 중기 문신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상강 기록으로 오늘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상강”입니다.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물기가 땅 위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때인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첫 얼음이 얼기도 하지요.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으며,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른데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누렇고 빨갛게 바뀝니다. 옛 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는 뜻이지요.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진 날 한 스님이 운문(雲門, 864~949) 선사에게 “나뭇잎이 시들어 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22일) 일본 열도는 일왕 즉위식으로 떠들썩했다. 일왕이 살고 있는 도쿄 황거(皇居)에서 거행된 일왕즉위식은 국내외 2,000여명의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외국으로부터 찾아온 손님은 191개 나라에서 423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일왕즉위식은 낮 1시 5분, 위엄있는 전통복으로 갈아입은 일왕이 ‘국민의 행복과 세계평화를 빌며 국민에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내용의 선언을 시작으로 약 30여 분 동안 즉위식이 이어졌다. 어제 등극한 나루히토 왕의 고조부는 122대인 메이지왕(明治天皇)이며 메이지는 61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증조부인 제123대 다이쇼왕(大正天皇)으로 단명하여 48살에 숨을 거두었다. 조부인 제124대 쇼와왕(昭和天皇) 시대를 거쳐 아버지 헤이세이왕(平成天皇)은 제125대다. 어제 제126대 일왕 즉위식을 한 나루히토는 원래대로라면 전 왕이 숨을 거두고 난 뒤 새 왕으로 등극해야했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전왕이 생존해 있으면서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일본에 천황제가 성립된 것은 7세기 후반의 일로 대보율령(大宝律令)에서 ‘천황(天皇)’」이라는 칭호를 법제화했다. 그러나 일왕제도는 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경기 좌창 중의 <십장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춘향이가 신임 사또의 수청 요구를 거역한 죄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의 매질을 당하며 항변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중 <오>자로 시작되는 용어들은 오매불망(寤寐不忘), 오관참장(五關斬將), <육>에서는 육국유세, 곧 춘추전국시대에 여섯 나라의 임금을 설득하여 합종(合從)시켰다는 소진이도 춘향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과, 혼인 때에 갖추게 되는 여섯 가지 의식이란 의미의 육례연분 이야기, <칠>로 시작하는 칠리청탄(七里淸灘)은 길고도 맑은 강물을 가리키는 말로 여기에 춘향을 내던져도 반드시 이 도령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얼마 전, 강화군이 주최한 전국국악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이 대회는 역사가 그리 오래된 대회는 아니나 참가인원이 400여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 있는 대회로 성장해 가고 있다. 여기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김단아 명창을 만나 옛날이야기를 나눈 것이 기억에 남는다. 김 명창은 경기소리와 고전 춤을 함께 전공하고 있는 예인이다. 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은 마츠리의 나라다. 그 가운데서도 교토의 3대 마츠리는 이름난 것으로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 10월 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를 꼽을 수 있다. 해마다 10월 22일 열리는 지다이마츠리는 헤이안 천도로부터 1,100년째를 기념하여 명치28(1895)년에 환무천황(桓武天皇)을 제신으로 시작한 마츠리로 올해 124회째를 맞는다. 그러나 올해는 레이와 원년(令和元年, 새로 일왕이 된 나루히토의 연호)으로 황거(일왕이 사는 곳)에서 즉위식 행사가 있어서 26일로 날짜 변경이 예정되어 있다. 마츠리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도구, 행렬 시간 등을 따지자면 7월의 기온마츠리(祇園祭)가 가장 성대하지만 5월의 아오이마츠리(葵祭)나 10월 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도 꽤 볼만하다. 지다이마츠리 행렬은 교토 어소(御所)를 낮 12시에 출발하여 가라스마도오리 등 시내 4∼5킬로 구간을 행진한 뒤 헤이안신궁(平安神宮)으로 돌아오는 진행이다. 지다이마츠리의 백미는 형형색색의 옛 시대의 옷을 입은 사람들의 행렬인데 시내를 행진할 때에는 각 시대별 곧 헤이안-가마쿠라-무로마치-안도모모야마-에도-메이지시대의 옷으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경기 좌창 가운데 <십장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춘향이가 세 번째 매질을 당하며 삼(三)자로 시작되는 삼한갑족, 삼강, 삼춘화류승화시, 삼배주, 삼생연분과 같은 말들을 외쳤는데, 이 가운데 삼한갑족(三韓甲族)이란 훌륭한 집안을 뜻한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네 번째 매질에는 사(四)자로 시작되는 사면차지(四面次知), 사서삼경, 사시장춘, 사지(四肢) 등이 나오고 있는데, 경기좌창의 십장가나 판소리 사설에 보이는 “사지를 쫙쫙 찢어 사대문으로 걸쳤어도 가망없고 무가내”라고 항변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춘향이가 신임 사또로부터 수청의 요구를 거역한 죄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의 매질을 당하며 항변하는 이야기로 이어간다. 다섯 맞고 하는 말에서는 <오>자로 시작되는 용어들, 곧 오매불망, 오륜, 오날, 오관참장과 같은 말들이 나온다. 이 부분의 노랫말은 “다섯 맞고 하는 말이, 오매불망 우리 낭군, 오륜에도 제일이요. 오날 올까, 내일 올까, 오관참장 관운장같이 날랜 장수, 자룡같이 우리 낭군만 보고 지고.” 오매불망(寤寐不忘)에서 오(寤)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 남자가 있다. 남자의 이름은 칸다타. 이 남자가 불지옥에서 허둥대고 있을 때 지상에서 부처님은 이 남자를 응시하고 있다. 부처님이 연꽃 향이 물씬 풍기는 연못 밑을 우연히 내려다보니 발아래 저 멀리 지옥이 훤히 보였다. 지옥은 아비규환 이었다. 서로 물어 할퀴고 뜯고 난리도 아닌 가운데 어디서 낯이 익은 남자 칸다타를 발견했다. 가만있자 이 남자를 어디서 보았더라. 그렇지 이 남자가 지상에서 거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일 뻔한 상황에서 이를 살려준 것을 부처님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불쌍한 지옥의 칸다타를 위해 부처님은 은실로 된 거미줄 같이 가는 줄을 지옥으로 내려 보냈다. 칸다타는 기쁜 나머지 이 줄을 잡고 지상으로 오를 꿈에 젖어 잠시 행복했다. 있는 힘을 다해 줄을 움켜쥐다가 힘이 빠져 잠시 발아래를 보니 개미떼처럼 몰려드는 죄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한결같이 칸다타가 움켜쥔 거미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간 칸다타는 기겁을 했다. 이 많은 인간들이 거미줄에 매달리면 줄은 곧 끊어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영영 지옥에서 허덕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였다. 그리하여 몰려드는 죄인들을 향해 고래고래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 좌창 중, <십장가-十杖歌>의 앞부분, 곧 1~2대의 매를 맞고 항거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십장가>란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으로 새로 부임해 온 사또가 춘향에게 수청을 요구한 것이 거절되자, 10대(十)의 매(杖)로 폭력을 행사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 부분을 발췌하여 경기창법으로 만들어 부르는 노래이다. 이 대목은 춘향가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인의 정절(貞節)이 권력에 굴복되느냐? 아니냐? 하는 점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춘향은 끝까지 인내하며 정절의 소중함을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매질을 당할 때마다 한 대를 맞으면 일편단심(一片丹心), 일종지심(一從之心), 일부종사(一夫從死), 일각일시, 일일칠형(一日七刑)과 일(一)자로 시작되는 관련 내용과, 두 대를 맞고는 이부불경(二夫不敬), 이군불사(二君不事), 이부지자(二父之子)와 같은 이(二)자로 시작되는 내용을 외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춘향이가 세 번째 매를 맞고는 사또의 부당함을 외치는 대목의 이야기로 이어간다. 세 번째 매와 관련해서는 삼(三)자로 시작되는 삼한갑족, 삼강, 삼춘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도쿄 한 복판에 있는 전몰자 묘지인 ‘국립치도리가후치 묘원(國立千鳥ケ淵戦没者墓苑)’은 1959년에 세웠으며 ‘묘지’가 아닌 ‘묘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곳의 총면적은 16.063㎡(4,867평)으로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때에 나라밖에서 죽은 일본의 군인, 군속, 민간인 가운데 신원이 불명하여 인수되지 않은 유골을 안치하고 있다.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은 가족에게 인계하여 가족 무덤에 안치) 유골을 안치한 납골당인 육각당(六角堂)에는 35만 8,000주(柱, 일본에서 신을 세는 단위) 이상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으나 전범급(戰犯級) 인물은 안치되어 있지 않다. 이곳에서는 일본 후생성이 해마다 전몰자를 위해 배례식(拝礼式)을 거행하며 황족(皇族)과 내각총리대신이 참석한다. 이 묘지는 1950년 필리핀에서 숨진 전몰자 4,822주가 송환되었을 때 이들의 유골을 안치할 곳을 찾지 못해 일본 후생성이 1952년 5월 1일 ‘전일본무명전몰자합장묘건설위원회(全日本無名戦没者合葬墓建設会)를 발족하여 만든 것이다. 처음에 터를 선정할 때에 묘지 터로 여러 곳이 후보로 올랐으며 그 가운데는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두어야 한다는 소리도 있었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까지 경복궁 <지경다지기>이야기를 하였다. 경복이란 이름은 시경(詩經) 중에서 딴 이름으로 큰 복이라는 점, 경복궁은 조선 초기 신진사대부가 지은 궁궐로 유교 이념이 반영되어 수수하고 검소한 형태로 지어졌다는 점, 자금성보다 먼저 지어졌기에 자금성을 본 떠 지었다는 설명은 옳지 않다는 점, 땅을 다지는 작업 중 노래 소리는 작업의 능률을 극대화 한다는 점, 박상옥 외 100여명의 보존회원들은 힘겹게 지켜오다가 단절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점,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점, 이러한 유산은 올곧게 지켜져야 하는데, 서울시의 재고를 바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주에는 경기 좌창 가운데 심장가에 관한 이야기다. 춘향이가 새로 부임해 온 변 사또에게 10대의 매를 맞게 되는 대목이 바로 십장가다. 이 대목은 판소리로 전해 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대목을 발췌하여 경기소리의 창법으로 부르는 노래가 바로 경기잡가, 십장가인 것이다. 이 도령과 이별을 한 뒤, 쓸쓸하게 지내고 있는 춘향에게 남원으로 부임해 온 변사또는 수청 들것을 요구해 온다. 그러나 춘향이가 강력하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야스쿠니 경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유슈칸(遊就館)은 태평양전쟁을 비롯한 침략시기에 사용했던 전리품, 전몰자의 유품, 대포 등의 무기를 전시하고 있는 전쟁박물관이다. 1945년 종전(終戰)과 함께 폐지되었다가 1986년 재개관한 뒤 2002년에 새로 단장한 유슈칸은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황국사관을 심어주는 중요한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슈칸은 1880년 이전에는 ‘게액및무기진열장(揭額幷武器陳列欌)’으로 불렸다. ‘게액(揭額)’이란 액자를 건다는 뜻으로 전사자들과 관련된 사진 등의 액자를 봉납 받아 전시함으로써 신령을 위로하고 살아생전의 업적을 기리고자 하는 뜻이며 이와 더불어 무기진열을 위해 만든 것이 유슈칸이다. 명치정부는 막부정권을 타도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무기를 비롯하여 각 번(藩)이 소장했던 무기를 확보하여 유슈칸에 진열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청나라 군함 조강호 부속품과 청나라 국기, 청룡도, 삼우창, 러시아군함 바이야크의 군함기 등 전리품을 전시하여 일본의 위력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1910년 4월 1일, 유슈칸은 칙령으로 무기역사박물관으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당시 공포된 관